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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가려운 곳 긁어주는 든든한 동료, 전북 여성의 자부심 깨울 것”

취임 두달 맞은 허명숙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성평등 일자리 생태계 구축 강조
“고용 1위·소득 최하위 역설 깨고 도민의 일상에 실속 있는 파트너 될 것”

허명숙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이 지난 3일 재단 원장실에서 전북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 원장은 이날 전북여성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재단의 새로운 역할과 비전을 강조했다. /사진=조현욱 기자

오랫동안 전북 여성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봐 온 허명숙 원장에게 ‘여성’과 ‘가족’은 단순한 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늘 마음이 쓰이는 이웃의 얼굴이었고,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할 삶의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고민 앞에서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고, 함께 길을 찾으려 애써온 시간들. 그 진심은 이제 전북여성가족재단이라는 새로운 자리에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지 이제 막 두 달. 아직은 ‘기관장’이라는 직함이 조금 낯설다고 웃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현장 곳곳을 향해 있다. 도민들에게 거창한 이름이 아닌, ‘정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조용히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의 이야기를 한 줄 한 줄 마음에 담고 있다. 전북 여성들이 스스로의 삶을 더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떠올리면서다. 지난 3일,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실에서 허 원장을 만나 그가 그리고 있는 재단의 미래와 그 속에 담긴 진심을 들어봤다.

-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2개월, 어떻게 보내셨나요?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취임하자마자 도의회 업무보고를 마쳤고, 지금은 경영평가보고서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관장이라는 자리가 처음이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방향을 잡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제가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재단 식구들의 마음이었어요. 직접 들어와 보니 직원들이 짊어진 업무의 무게가 상당하더라고요. 요즘은 ‘나부터 내 몫을 제대로 하자’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장께서 생각하는 ‘내 몫’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중심을 잡고 조직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직이 안정돼야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그 에너지가 전북여성들에게도 전달될 테니까요. 여성들이 재단을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기틀을 닦는 것이 저의 첫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전북여성가족재단으로 출범하며 기능이 대폭 확장됐습니다. 재단의 새로운 정체성을 무엇이라 보십니까?

“재단 출범은 정책의 ‘머리(연구)’와 ‘손발(실행)’이 하나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제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이 구조를 활용해 일상에서 체감하는 성평등 전북을 만드는 것입니다. 도민들이 일상 속에서 ‘세상이 참 평등해졌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결국 재단은 전북 여성과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성과가 쌓이다 보면 재단은 전북 여성들이 어디서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성평등 지수가 높아진 전북은 지역 균형 발전의 표본이 될 것입니다. ‘재단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 청년 여성들의 지역유출이 심각합니다. 원장님이 구상하시는 ‘여성이 머물고 싶은 전북’은 어떤 모습입니까?

“청년 여성들이 지역에 머문다는 것은 ‘이곳에서 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고용과 주거 같은 삶의 기본 영역에 성평등한 관점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단순히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조화로운‘성평등한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성평등이 잘 구현된 사회일수록 출산율과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재단은 전북이 그런 매력적인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토양을 바꾸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 경력보유여성 4만 명 시대입니다. 재단 새일센터의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력단절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교육 부족’으로만 치부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과거 방식의 단순 반복형 일자리는 금세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일센터를 단순 취업 알선 창구를 넘어 여성들의 인생 2막을 설계해주는‘경력재설계 플랫폼’으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나 SW(소프트웨어) 강사 양성과정 같은 고부가가치 전문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의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매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취업률이라는 숫자보다 고용 유지율입니다. 취업 후 6개월 이상 현장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하는지를 끝까지 살피는 사후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전북 여성들이 단기 근로자가 아닌 지속 가능한 전문가로 대우받도록 돕겠습니다.”

-전북의 1인 가구 비중이 38.2%에 달합니다. 변화하는 가족형태에 대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요?

“가족 풍경이 이미 크게 변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형태의 가족인가’를 따지기보다, 그 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가족을 보호 대상이 아닌 당당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입니다. 누구나 필요할 때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전북을 모두의 따뜻한 울타리로 만들겠습니다.”

-전북의 성평등 지수가 상향되었지만, 분야별 편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개선이 시급한 지표는 무엇이며 어떤 대안을 갖고 계십니까?

“성평등지수를 통해 확인한 전북 여성의 현실은 뼈아픕니다. 여성 고용점수는 전국 1위(87.4점)로 어느 지역보다 경제활동이 활발하지만, 정작 소득은 전국 최하위인 17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고 있음에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구조 속에 있는 것이죠. 임기 내에 이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도를 비롯한 각 시군과 협력해‘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를 제정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마련에 앞장서겠습니다. 단순히 통계 수치를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전북 여성들이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접받고 존중받는 문화를 지역의 새로운 상식으로 뿌리 내리겠습니다.”

- 직원들과의 소통 방식이 궁금합니다. 어떤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포용적이고 다정한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향합니다. 직원들의 가려운 곳을 제때 긁어줄 수 있도록 ‘부서별 릴레이 점심 데이트’를 통해 격식 없는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 중입니다. 내부 구성원이 즐겁게 일하며 성장해야 그 에너지가 도민에게도 전달된다고 믿습니다. 훗날 직원들에게는 ‘우리 마음을 참 잘 알아줬던 든든한 조력자’로, 도민들에게는 ‘전북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을 일깨워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도민들께 전하는 약속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재단을 ‘문화강좌 듣는 곳’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재단은 여성과 가족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고 5개 센터를 통해 현장에서 답을 풀어가는 ‘정책 실행기구’입니다. 이름만 거창한 재단이 아니라, 도민의 일상에 실속 있는 보탬이 되는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저희 재단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세요”

△ 허명숙 원장은 

지난 1월 제2대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으로 취임한 허명숙 원장은 전주여고와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북일보에서 26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부국장을 역임했으며 전북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과 전북대 입학처 입학사정관, 혁신개발원 객원교수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임기는 오는 2027년 12월까지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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