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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길

구불구불 걸어갔습니다. 물을 만나 돌고 산자락을 끼고 한 번 더 돌았습니다. 물을 가르지 않았고 산을 뚫지 않았습니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요. 그래요, 애초에 길이 있어 걸어간 게 아니라 걸어가 길이 생긴 겁니다. 미끄러지고 고꾸라지고 잘못 든 사람들 애가 탔겠지요. 저 구불길, 때론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일 수도 있는 법이지요. 더 넓고 더 밝은 세상으로 가고 싶었을 사람들의 길입니다.

저 길을 걸어간 사람들, 더 큰 세상에 나가서 수많은 길을 만났겠지요. 놓칠 염려 없는 구불구불 외길이 생각나기도 했겠지요. 길을 잃거든 한곳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어머니의 당부가 그립기도 했겠지요. 묵은해가 가고 또 새해가 왔습니다. 돌고 돌아 걸어온 게 아니라 질러왔습니다. 진달래 꽃구경도 하고, 강물에 부르튼 발목도 담그고, 불타는 단풍도 끄고, 눈길에 미끄럼도 타며 오지 않고 저 먼저 당도했습니다. 세월은 더디게 가라면서 길을 재촉한 내 탓입니다. 길은 할인도 없고 덤도 없다고 카프카가 말했지요. 인생도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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