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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 작가의 속삭임 '고래 심줄을 당겨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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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맘대로 드나들지 못해서 난 늘 왼쪽이 아파요. 가끔 막힌 달빛을 뚫어 보려 하죠. 해가 제 가슴을 두드려요. 오른쪽 콧구멍에 사는 당신의 팔뚝을 휘감고 간신히 일어나기도 해요. 곁이라는 공간, 이럴 듯 저럴 듯 시간을 말며 굴러가죠."('왼쪽 콧구멍에 사는 달' 일부)

세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보는 송희 작가가 시집 <고래 심줄을 당겨 봤니>(천년의 시작)를 펴냈다.

작가만의 개성적인 사유와 감각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재미있다.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재현하는 서정적 창이 있기 때문이다. 송 작가는 그 창을 통해 생의 가장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내면 가득히 담긴 울음 소리를 듣기도 하고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해 주변의 타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평소 우리가 보고 느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해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신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성하고 숙연해지기도 한다. 단문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안도현 시인은 송희 작가의 작품에 대해 "사물이 숨긴 비의를 추궁하는 쫀쫀한 감각이 가히 하나의 절경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투루 말을 사용하지 않는 단문의 매력과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건너갈 때의 긴장된 보폭, '왼쪽 콧구멍에 사는 달', '해당화', '민들레'와 같은 시에서 보이는 세상에 대한 낙관주의가 눈부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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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송희 작가의 시를 통해 그동안 봤던 서정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송희 작가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투명하고 새로운 이미지롤 표현해 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왼손과 오른손/동서남북 기운이 하나로 어우러져/온전한 비빔밥이 된다/잘 섞는다는 것은/내 빛깔을 걸러서/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 주는 것/서로 부대끼는 동안 두루두루/매끄러운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이다"('전주비빔밥'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송희 시인은 미각과 후각이라는 감각적 구체성으로 지난날들의 추억을 활력 있게 노래한다. 그 감각의 희열 안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이 그때처럼 재현되어 도열해 온다"고 전했다.

송희 작가는 지난 19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탱자가시로 묻다>, <설레인다 나는, 썩음에 대해>, 가족 치유 명상집 <사랑한다 아가야!> 등이 있다.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미국 Avatar 자아개발프로그램 안내자, 인도 O&O 아카데미 명상 트레이너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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