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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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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악 명인

필자에게는 네 분의 스승이 계시다. 국악을 처음 알게 해주시고 판소리를 통해 우리 음악의 흐름과 멋을 알려 주신 전라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명예 보유자, 이날치의 외손녀 이일주 명창, 아쟁이라는 전통악기를 가르쳐주시고 민속악의 논리와 바탕을 세워주신 서울시무형문화재 아쟁산조 보유자 박종선 명인, 한민족 별신굿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알려주시고 굿의 신명과 흥을 전해주신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 명인.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한다’란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바로 전통춤과 구음의 고故 김수악 명인이시다. 이일주, 박종선, 정영만 선생님께는 직접 소리와 악기, 굿을 배우며 가르침을 받았지만, 김수악 명인에게는 춤을 배우지 않았다. 배우지 않고 스승님의 가치와 존엄을 잇는 이유는 십여 년간 선생님의 춤 반주를 통해 춤의 자세, 기량, 정신과 가치관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수악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의 예능 보유자셨다. 또한, 경남 진주교방에서 전해온 교방굿거리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경남무형문화재로 만드신 분이기도 하다. 김수악 명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대화의 시간이 많았다. 특히 예술에 대한 애정은 깊으셔서 어린 시절 공부하실 때의 상황이나 속내를 말씀해 주시곤 하셨다. 선생님은 어릴 적 춤보다 먼저 유성준과 이선유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유성준 명창은 본인의 외삼촌이라 특별하셨고 그분의 성미는 워낙 급하셔서 하나하나 가르침에 빨리빨리 터득해야만 했다고 추억하시며 웃으신 적도 있다. 그 덕에 소리의 근본을 알게 되고 이렇게 구음도 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유성준 명창이야말로 김수악 선생님의 최애 스승이자 가족이 아니었을까? 이후 김수악 명인은 많은 스승에게 가, 무, 악을 고루 익히게 된다. 

김수악 명인이 전수한 예능 중 진주교방굿거리춤은 특별해서 항상 제자와 악사에게 애정 어린 말씀을 많이 하셨다. 특히 전통악기의 반주보다 선생님의 구음으로 많은 교방춤이 추어졌는데 “헛간의 도리깨도 그 구음에 춤을 춘다.”란 소문이 있었다. 하루는 필자가 “선생님, 왜 교방굿거리춤은 악기 반주보다 선생님 구음으로 해야 더 맛이 날까요?” 여쭸더니 “전라도엔 악사가 많은데 이쪽(영남)엔 없잖아, 그래서 내가 장구치고 소리로 춤을 가르쳤더니 습관이 되어서 그런가?”라고 먼 곳에서 오는 반주자인 필자를 보며 넌지시 웃으신 적이 있다. 물론 지역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춤을 만들고 느끼며 함께한 스승의 목에서 나오는 구성진 소리만큼 진정한 반주가 또 있을까? 이후 필자는 교방굿거리춤의 구음은 반주가 아니라 교방춤과 호흡 자체란 것을 느꼈고, 교방굿거리와 구음은 춤과 하나란 교훈을 갖게 되었다.

교방굿거리춤은 교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생의 춤이라 잘못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보내며 더욱 그러했다. 그러한 암울한 시대를 보내며 교방굿거리춤은 굳건히 숨을 지키고 소중히 전통예술의 명맥을 보존하고 있다.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했던 김수악 명인의 구음 그리고 교방굿거리춤. 그것은 과거 지역의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삶이자 숨결로 소중히 이어 나아가 할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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