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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소설] 아픔과 슬픔을 통과하는 서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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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김병용·백시종 소설가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에는 예년보다 훨씬 다채로운 주제와 소재를 갖춘 작품들이 대거 응모했다. 응모된 작품들만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 시대의 통증과 고민의 깊이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삶이 밑바닥부터 통째로 흔들리는 절박함 속에서 문학이 꽃을 피운다는 건 사실 슬픈 일이다. 다만 이 아득한 슬픔에 빠져 있는 나를 내가 내 힘으로 건져 올리겠다는 의지가 우리로 하여금 펜을 들게 한다. 그것이 서사의 힘일 것이다.

예심과 본심을 거치는 동안 응모작들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교차해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다음 번에 좀 더 새롭게 읽고 싶은 작품들이 많아 행복했다. '할 수 없는 말', '돌아가는 길', '소금이 오는 소리', '하얀 꼬리 줄다리기' 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밀도를 조금 더 높이는 일이나 서사의 긴장도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에 대해 숙고해주길 부탁드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오월의 박제관'과 '알다가도 모르는 일'.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오월의 박제관'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합의했다.

'알다가도 모르는 일'은 추후 확장 가능성이 큰 작품이라고 격려하고 싶다. 작품에서 약간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던 게 옥의 티였다. 소설이 갖춰야 할 것들은 모두 갖췄고 또 그 조합도 훌륭했다. 세밀함에 대해 좀 더 고민하길 바란다.

'오월의 박제관'에서 드러나고 있는 우리들의 문화 현장을 지키는 예술인들의 고민을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고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사 진행의 완급 조절, 성격 창조의 자연스러움, 오랜 수련의 흔적과 통찰의 깊이가 함께 드러나는 문장 등...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에 대해 심사의 보람을 느꼈다는 말을 여기 꼭 적고 싶다. 내 삶의 자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이처럼 아픔과 슬픔이 교차하는 곳을 통과한다. 정진하여 한국 서사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큰 작가가 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병용·백시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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