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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기고 ] 완주-전주 통합을 둘러싼 상생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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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규 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춰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할 시기에 우리 전북 도정은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늪에 빠져 매우 안타깝다.

필자는 행정안전부 근무 당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업무를 담당했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서 지난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살펴보고 진정한 상생 협력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완주-전주 통합문제는 아시다시피 이미 3차례 추진됐으나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또다시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전주시장은 완주-전주 통합만이 낙후된 전북 발전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완주 군민들은 극한의 무더위 속에서 생업을 뒤로 한 채 통합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완주의 백년대계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입장은 필자도 갖고 있다. 그리고 완주-전주통합의 주체는 그 터전에서 살고 있는 완주군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완주-전주 통합을 말하면서 통합 이후의 비전과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을 하지 못한다. 그저 전북 발전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만 주장한다. 완주 군민들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통합 찬성측은 행정 효율성과 재정 확충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서로 다른 체질의 전주와 완주를 억지로 합치면 중복조직의 통합으로 인한 일시적인 경비 절감은 있을지 몰라도 이를 능가하는 행정의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행정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인구가 밀집된 전주지역에 자원이 집중되고 완주지역의 소외가 불가피하다.

재정적인 측면 역시 중앙정부가 주는 통합 인센티브보다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보조금의 감소로 인한 손실이 더 많다. 통합으로 인해 재정이 확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두 지자체 재정의 합산액보다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산-창원-진해 통합사례, 청주-청원 통합사례 등에서 이미 실증되었다.

인구 100만 특례시라는 장밋빛 구호 역시 희망사항일 뿐이다. 2025년 현재 완주군 인구는 10만 명이고 전주시 인구는 64만 명이다. 합해도 인구 100만에 한참 부족하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에 담는 것도 쉽지 않다. 100만 특례시 지위를 얻은 수원고양창원 등에서 여전히 특례 확대를 외치고 있으나, 중앙정부나 도에서는 권한을 내어줄 생각이 없고, 지방행정체계 전면 개편의 결단이 아니고는 실제 내어줄 권한도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완주-전주 통합 강행은 지방자치법의 주민주권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에 이르는 절대 다수 주민이 반대하고 있는 통합을 강행하는 것은 주권자인 주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지방자치의 대의에도 반하는 것이다.

여름 내내 무더위에서 생업을 뒤로하고 완주-전주 통합 반대를 외치고 있는 완주군민들의 목소리에 도지사와 전주시장은 귀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상처받은 완주군민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노력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완주와 전주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과 전북의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

임상규 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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