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만경강을 건넙니다. 목천포, 포구였지요. 옛날에도 떠나는 사람들로 넘쳤겠지요. 어두워 돌아가는 길, 발목을 잡은 밤 기차가 몇 잎 마지막 단풍을 달고 갑니다. 기차는 종착역이 없는 줄 알았었던 적이 있지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처럼 5박6일 달릴 줄 알았지요. 은하수 건너 내달리는 줄 알았었지요.
신태인역, 첫 기차가 국민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나만 그럴까요? 첫 버스는 기억이 없지만 처음 탄 기차는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아홉 살 위 형을 따라 서울 막내 고모 집에 가는 길이었지요. 철거덕 철거덕 소리도 없이, 뚜- 뚜- 기적도 없이 밤 기차는 흘러가고 나는 그만 옛날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합니다.
지금 저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먼 남쪽 목포일까요? 추운 겨울일까요? 마음속 없으나 있는 ‘사평역’일까요? 칸 칸 생각은 이어지는데, 어디든 부디 안녕히 가시라 손 흔들어 줄 새도 없이 밤 기차는 멀어져 갑니다. 누구던가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그 사람처럼요. 그런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길일까요? 안드로메다행 은하철도 999는 영영 안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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