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원탁-최은영

원탁을 들인다

 

앉을 사람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계란은 삶아 놓는다 

깨지는 것을 싫어할지도 몰라

 

비 오는 날 

물을 뚝뚝 흘리며 우산도 없이 언니가 

오면 좋을 것 같다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닦아주고 원탁으로 

끌어당겨

 

따뜻한 감자스프를 한 그릇 먹게 하고 

할 이야기가 없으면

 

울다가 잠들었던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저녁이면 모여드는 

어느 집 식탁처럼 서로 옆구리를 찌르며 

끼어 앉아서

 

불에 구운 가지에 양념을 붓다가 

흘리기도 하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얼굴들 흩어져 목청을 높이는 붉은 목소리들

 

오므린 발가락을 펴지 않고 깨진 접시를 

쓸어 담지 않고

 

하얗게 찔린 눈으로 마주보고

 

서로의 등에 모르는 글자를 새기고

지나간 밤은 잊어버린다  

 

저녁이 원탁에 모이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경제일반[건축신문고] 설계변경에 따른 설계비 조정 필요성

문학·출판[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작가-박경원 ‘등잔’

오피니언[사설] 막 오른 선거운동, 정책으로 당당히 승부하라

오피니언[사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최우선 지정해야

오피니언블랙홀된 전북지사 선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