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놀라운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1986년 전남과 분리됐던 광주광역시, 1989년 충남과 분리됐던 대전광역시가 ‘통합 특별시’라는 이름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4개였던 기초·광역자치단체가 2개의 특별시로 단출해진다. “통합해야 미래가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그 추동력이다.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는 행정통합은 전북에게 유독 뼈아프다. 지난해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을 위해 온 힘을 쏟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군산·김제·부안을 아우르는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요원하긴 마찬가지다. 행정통합 논의는 남의 집 잔치다. 전북의 앞마당은 허허롭고 쓸쓸하다.
이쯤 되면 전북인이라는 게 천형처럼 느껴진다. 왜 우리는 안 되는 것일까. 불 보듯 뻔히 소멸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여전히 머뭇거린다. 서로 믿지 못하고 헐뜯는다. 전북이라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내 동네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행정통합의 흐름을 거스르면 전북은 사라진다.
대한민국은 극심한 수도권 1극 체제의 나라다. 이대로 가면 국가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래서 정부는 ‘5극 3특’전략을 꺼내들었다. 5극은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이고 3특은 전북, 제주, 강원특별자치도다. 이 중 가장 행보가 빠른 곳은 대전·충남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에는 257개 특례조항과 약 9조 원의 국세를 통합 특별시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대전·충남특별시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발표문’을 내놓았다. 광주 5개 자치구, 전남 22개 시군은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주민 투표 대신 시의회와 도의회 의결로 행정통합에 관한 최종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 기세로라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 특별시가 탄생할 공산이 크다. 40년 행정 경계를 단숨에 뛰어넘어 새로운 도약의 길을 택한 것이다.
자, 이제 전북을 보자. 통합 논의도 먼저 시작했고, 특별자치도도 앞서 설립했다. 333개 특례조항을 만들고 특구를 조성 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전주·완주 통합은 갈등 이슈 취급을 받는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내 것 빼앗길까 싶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얼마나 더 밀려나야 서로 손을 맞잡을까. 내 이득 챙기기가 우선이라면 통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행정통합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꺼낸 이유는, 그것만이 지방소멸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자, 살을 깎는 고통이기도 하다. 광주라고 해서 잃을 것이 없겠는가. 전남이라고 해서 흡족하기만 하겠는가. 한 톨의 손해도 보지 않고 모두가 이득 보는 통합은 없다. 눈앞의 이득을 내려놓아야 미래로 갈 수 있다. 그래서 통합은 고통스럽다.
전북은 소멸을 향해 가고 있다. 광역시가 각광받을 때는 광역시가 없어서, 행정통합이 대세일 때는 통합을 못 해서, 이래저래 천덕꾸러기처럼 늙어만 간다. 기껏 특별자치도 만들어놨더니 위아래서 특별시를 하겠다고 난리다. 어떤 이는 전북을 일컬어 “항공모함 틈바구니에 끼어 이리 떠밀리고 저리 흔들리는 쪽배 신세”에 비유했다. 참으로 기막힌 표현이다. 한때는 의병 봉기와 혁명으로 나라를 뒤엎을 만큼의 기세를 지닌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쪽배 신세다. 이 사면초가, 고립무원에서 전북을 살려낼 기수는 누구인가. /거친 풍랑을 당당히 헤쳐나갈 암팡진 바이킹 선/을 호령할 지도자는 누구인가. 말 타고 광야를 질주하는 초인이 기다려지는 겨울이다. /김연근 전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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