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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대안 없이 ‘초서문화관’ 폐쇄…진학종 선생 작품 수장고 신세

취운 진학종 기증작 82점, 미술관 건립 지연으로 빛 못 봐 
초서문화관은 용도 변경해 현재 ‘미디어 갤러리’로 운영 중 
군 “3월 미술관 착공…올해 진학종 선생 작품 포함해 기증유물 전시할 것"

한국을 대표하는 초서의 대가 취운 진학종 선생 모습. 전북일보 자료사진

고창군의 성급한 폐쇄 결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서예 거장 취운 진학종 선생의 작품이 3년째 수장고에 갇혀 있다. 행정 편의를 앞세운 결정이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사장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취운 진학종 선생은 추사 김정희 이후 맥이 끊겼던 초서(草書)의 세계를 독보적으로 구축한 서예가다. 그는 자신만의 힘 있는 필체인 ‘취운체’를 완성해 한국 서예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 받는다.

26일 고창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22년 11월 선운초서문화관을 폐쇄하고 진학종 선생의 기증작품 82점을 고인돌박물관 수장고로 이관했다. 당시 군은 전시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와 함께 향후 건립될 군립미술관으로의 통합관리를 약속하며 폐쇄를 결정했다.

문제는 대체 시설인 군립미술관 건립이 행정 절차 등의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발생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미술관이 착공 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시설이 문부터 닫아버린 탓에 3년 넘게 전시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공간 운용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간 협소를 이유로 서예관 문을 닫은 해당 건물은 이후 사진전시관을 거쳐 현재 미디어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확실한 대안 없이 성급하게 용도를 변경해 작품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작품 관리 방식 또한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창군은 "폐쇄 당시 유족과 합의를 거쳤으며 항온‧항습 등 작품 보존 환경을 위해 박물관 수장고 보관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이 작품을 향유할 기회를 차단한 셈이 됐다.

최근 타 지자체의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실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경우 국내 최초로 ‘개방형 수장고’를 도입해 관람객이 보관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제주도립미술관 등 다수의 지자체에서도 전시 공백기를 줄이고자 유휴공간을 활용해 기증품을 공개하는 등 시민들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추세다. 

이에 고창군은 고창군립미술관(가칭) 건립사업의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고 오는 3월 착공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군은 내년 7월 준공 후 미술관 등록 절차를 거쳐 2027년 하반기에는 정식 개관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미술관 건립 지연으로 부득이하게 전시 공백이 길어진 점은 있다"며 “미술관 완공 전까지 전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올해 안에 별도의 공간을 리모델링해 진학종 선생의 작품을 포함한 기증 유물 상설 전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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