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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쓴 시 '북향 방'..."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54)은 소설에 주로 집중하고 있지만 시도 조금씩 써서 발표해왔다. 한강의 가장 '따끈따끈한' 최신작은 지난달 발간된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수록된 시 두 편이다. 시 '북향 방'에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서 살게 된 시인이 어둠과 밝음에 대한 공간적 사유와 느낌을 차분하고 서늘한 어조에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중략)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 기억나지 않고 / 돌아갈 마음도 없다 /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 빛이 변하지 않는" 또 다른 시 '(고통에 대한 명상)'에선 새장에 갇힌 새 한 마리를 보며 느낀 고통에 관한 상념을 풀어냈다. "새를 잠들게 하려고 /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 검거나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 (중략)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 기다린다고 했다 /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 어둠 속에서 꼿꼿이 /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흔히 소설가로만 알려진 한강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작품들이다. 한강은 사실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시를 썼다. 그는 1993년 연세대 국문과 졸업 후 잡지사 '샘터' 편집부에서 기자로 일하며 습작하다가 그해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등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한 후에는 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한강은 소설을 쓰면서도 비록 소량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시를 발표하곤 했다. 2013년에는 20년간 써온 시를 모아 첫 시집이자 자신의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은 이렇다. "어느 / 늦은 저녁 나는 /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 그때 알았다 /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 지금도 영원히 /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밥을 먹어야지 /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이 가장 최근 시를 투고한 같은 지면에는 공교롭게도 대학 시절 은사인 원로시인 정현종(85)의 작품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정 시인은 시 '어린애들과 눈이 맞아', '하루의 크기는 히말라야만큼 거대합니다' 두 편을 투고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됨됨이가 아주 선량하고 조용한 성품이었어요.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아도 써온 시에서 신들린 것 같은 면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강에게 시 창작론을 가르쳤던 그는 한강의 대학 시절 모습을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강에게서 문학적 재능을 감지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그럼요. 시를 잘 썼어요"라고 답했다. 한강이 대학 2학년 때쯤(1990년 추정) 자신의 시 창작 강의에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정 시인은 당시 과제로 내준 시를 수강생들이 써오면 함께 합평과 토론을 하며 수업을 진행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전에 내가 어딘가에서 한강의 당시 글에 대해 '무당기가 있다'는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신들린 것 같은 면을 (한강의 시에서)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는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참으로 그저 놀라울 뿐"이라면서 한국 문학의 "경사"라고 기뻐했다. 정현종은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 국문과 강단에 선 뒤 퇴임했다. '사물의 꿈',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갈증이며 샘물인', '고통의 축제' 등의 시집과 시선집을 펴낸 그는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현대시의 가능성을 개척한 대시인으로 꼽힌다. 정현종은 세계인이 경탄하는 대작가로 성장한 오래전 제자 한강에게 "앞으로도 시를 계속 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2 07:49

전북 서점가에 무슨 일이?⋯노벨상 소식에 '한강'열풍

소설가 한강의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전북 서점가에 한강 바람이 불고 있다. 수상 소식이 발표된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께 전주시에 있는 A서점. A서점 영업 마감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민들이 서점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계산대 앞에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책을 손에 든 시민들이 줄지었다.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함께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달려왔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이날 서점에서 만난 김모(35) 씨도 지인들과 주변에서 저녁 자리를 가지다가 수상 소식을 듣고 서점에 찾았다. 자신을 포함해 함께 동석한 지인 3명에게 한강의 책을 선물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괜스레 울컥했다. 수상의 영예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저녁 먹다가 서점으로 왔다. 기념하면 좋을 듯해 제 것과 지인들 것까지 모두 샀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점에 따르면 발표 직후 한강이 쓴 책 전권을 예약 결제하겠다는 손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권 정도 남아 있던 책은 다음날인 11일 오전에 모두 동났다. 13일 확인 결과 계속해서 한강 책 재고 문의가 이어지면서 현재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있을 정도다. A서점 관계자는 "사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는 어느 나라 작가던 관심이 모였다. 더군다나 한국 작가가 최초로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엄청 많은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11일 오전까지 해서 모두 팔렸다. 다음주 중에 입고 된다고 해서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도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인근에 있는 B서점에도 '품절' 팻말이 붙었다. 현재 A서점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있다. 팻말에는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 품절 됐습니다. 예약을 원하시는 고객님께서는 가까운 직원에게 문의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한강으로 인해 전북 서점가가 들썩이는 모습이다. 평소 한강의 작품을 즐겨보던 시민들은 작가의 수상이 당면하면서도 독자로서 뿌듯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지윤(22) 씨는 "한강 작가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전달해 줬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고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지원(24) 씨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마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을 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다 읽어봐야겠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침체된 독서 문화가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한국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현우 기자, 문채연 수습기자

  • 문학·출판
  • 박현우외(1)
  • 2024.10.11 15:19

한국 첫 노벨 문학상 탄생…'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영예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7일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9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0 20:2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이정주 '카카오톡이 공짜가 아니라고?'

아침에 눈을 뜨며 곧장 카카오톡부터 확인한다. 자는 사이 왔을 카톡과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언제부턴가 버릇이 됐다. 일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도 습관적으로 카카오톡을 본다. 하루에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수백 개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고, 실시간 뉴스와 쇼핑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송금까지 되니 만물백화점이 따로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카카오톡은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체 카카오톡에는 어떤 영업비밀이 있기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왜 다른 플랫폼은 카카오톡만큼의 영향력이 없을까? 카카오톡이 나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다들 한 번쯤 생각했으리라. 이런 의문에 답을 주는 책 한 권을 최근 알게 됐다. 작가는 이정주. 출판사는 개암나무. 작가는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20년간 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한 경험을 녹여 어린이를 위한 경제 서적을 출간했다. 이름하여 『카카오톡이 공짜가 아니라고?』(이정주/개암나무)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흐름을 알면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훨씬 유리하리란 생각에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내가 여태 그걸 몰라서 불리한 경제 활동을 했던 걸까? 더불어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를 파악하는 눈을 지니고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기를 바라면 좋겠다는 출간의 뜻을 밝혔다. 분명 어린이의 경제 관념을 키워주기 위해 쓴 책일 텐데 마치 경제에 미숙한 어른이인 나를 위해 쓴 것 같아 마음이 쏠린다. 서둘러 목차를 보았다. 유튜브부터 무인 점포까지 어린이들이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소재로 구성되었다. 질문 형식의 제목들은 책을 읽기 전에 어린이 스스로가 이런저런 답을 생각해 보게 했다. 내용은 두말해서 무엇하리. 20년 동안 대기업에서 듣고 묻고 실천했을 경제 논리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주제의 출발은 짧은 동화다. 딱딱하고 지루한 경제 상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포문을 열어 정보글로 수월하게 진입하도록 돕는다. 동화를 읽고 나면 <생각해 봅시다>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앞선 이야기에서 토론 거리를 가져와 주제를 심도 있게 살피게 한다. 다음 장에서는 관련 정보를 세분화하여 읽는데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있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사람이나 제품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한 벌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유행템을 사달라는 아이의 요구로 부모의 등골이 휘어진다는 웃지 못할 사회 현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무분별한 묻지마식 소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올바른 경제 개념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 시작이 독서면 어떨까? 백 마디 말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제 서적을 읽으면서 대화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를 이해하고 올바른 소비 습관을 키울 것이라 믿는다. 그 작고도 큰 습관은 어른이 되었을 때 거대기업의 상술에 휘둘리는 호구가 아닌 현명하고 주체적인 소비자로 이어질 것이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09 16:28

고대 그리스 신화와 현대 브랜드에 관한 흥미로운 탐구…김원익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신화'

그리스 신화 속 신과 인물들의 이름이 어떻게 현대의 브랜드로 활용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교양서가 출간됐다. 신화연구가 김원익 박사가 펴낸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세창출판사)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그리스 신화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는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한다. 이를테면 승리의 여신 니케가 어떻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이름과 로고가 되었는지, 메두사의 이미지가 왜 베르사체의 상징이 되었는지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고대부터 최근까지 신화 이야기꾼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헤라의 질투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열거하며 헤라를 줄곧 질투의 화신으로 비난하는 데만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헤라의 질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만날 한눈만 파는 제우스에 대해 결혼과 가정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말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유명 브랜드, 상표, 로고, 심리학 개념, 영화, 음악 등에 관한 신화 120가지를 소개하면서 이들의 이름이나 상징이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 신화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대 문화와 소비사회 속에서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뿐 아니라 신화적 요소가 현대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에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이러한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신화가 어떻게 현대인의 욕망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저자는 서론에서 “신화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다른 이야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로 세상 모든 이야기의 모델이자 원형”이라며 “신화는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김원익 박사는 전주고, 연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96년 연세대학교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책 하고 놀자'에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담당했다. 지난 2022년을 끝으로 스스로 대학강사직에서 은퇴한 뒤 2023년부터는 도서관, 학교, 기업체 등의 인문학 강연과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사)세계신화연구소에서 ‘아카데미아 인문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09 16:27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다…윤철 수필집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

가족이란 무엇일까. 윤철 작가는 인생에서 수시로 떠오르는, 당연해 보이지만 쉽게 잊는 물음에 대한 답을 가족에서 찾고 있다. 윤 작가는 자신을 닮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과 가족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구했다. 가족을 들여다보면서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후회의 아픔과 깨달음의 기쁨을 공감하기 위해 쓴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쌓인 말과 글이 최근 수필집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정보출판사)에 담겼다. 작가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큰 틀에서 책은 그가 살면서 스쳐온 인연, 생각, 철학을 차분하게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부터 가족 간 갈등 속 마주한 감정 등을 담백하게 농축시켰다.. 편안한 호흡으로 술술 읽어 내려가는 독자가 작가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모습에서 자신과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해 가끔 멈칫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인생의 경험과 연륜이 묻어난 글을 음미하다 보면 마음의 깊은 곳에서 채근하는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낯설고 어색해도 가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어때. 가족들에게 한 걸음 떨어져보는 건 어때"라고 말이다. “사람들에게 부대끼고 생업에 지쳐서 물속에 넣었다가 건진 솜처럼 무거운 몸을 쉬고 싶을 때, 세상살이의 예리한 칼날에 스치고 찔린 상처가 쓰리고 아플 때는 물론이고 자랑하고 싶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이다.…(중략)…그래서 가족 사이의 문제는 미술품처럼 한걸음 떨어져서 쳐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가족일수록 남들에게 지키는 예의와 체면을 더 예민하게 갖춰야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총 6개 목차로 구성된 책은 이미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글을 포함해 42개가 실려 있다. 안도 문학평론가는 “윤철 수필가는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꾸밈없는 수필을 쓴다”며 “멋을 부리지 않은 글에서 수필의 예술적 기법에 대한 내공이 깊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수필을 읽다 보면 글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과 하나가 되는 듯 한 조화로움에 빠지게 된다. 이 감동이 곧 예술성”이라고 덧붙였다. 김제에서 태어난 윤 작가는 전북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등을 펴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09 15:21

혼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고뇌, 이광재 작가 장편소설 ‘왜란’ 펴내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이광재 작가가 장편소설 <왜란>(목선재)으로 돌아왔다. ‘왜란’은 450년 전 함평 이씨 가문의 이유(李瑜)를 중심으로 7년 동안 이어진 조선 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일본의 침략으로만 좁혀졌던 임진왜란이 조선과 일본, 명나라 등이 뒤엉킨 국제전이었다는 인식에서 소설을 전개하며,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 건국의 계기가 된 사르후 전투를 살피면서 조선이 관여된 동북아 국제대전의 본질을 따라간다. 간결하고 당당한 문체로 내공을 지닌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실제 이순신과 광해군, 선조, 고경명, 조헌, 권율 장군 등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 등장해 사실성을 더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인 이유의 노비 '거북손이'를 탄생시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숨을 고른 거북손이는 상대의 왼쪽과 오른쪽 허리를 연결 동작으로 찌르며 후일자세(後一刺勢)로 돌아갔다. 연달아 고개를 쳐든 이무기가 물을 뿜듯이 머리에서부터 몸을 쪼개기 위해 장교분수세(長蛟噴水勢)를 선보였다. 역시 적으로부터 순식간에 덮쳐 상대를 제압하는 왜검에 비해 동작이 크고 화려했으며 마지막 검을 받는 왜장은 거북손이의 누르는 힘 앞에서 온몸을 떨며 구슬땀을 흘렸다. 뒤로 물러서서 잠시 방어 자세를 취한 거북손이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비비어 찌르고 뛰어올랐다. 그런 다음에 한 걸음 나아가며 다시 찌르는데 칼끝이 상대의 갑주에 닿았다. 그러나 갑주 때문에 깊이 찌르지 못한 채 칼을 빼자 왜장이 찔린 가슴께를 잠깐 내려다보았다.”(‘왜란’ 본문 중 발췌) 이처럼 이야기 속 거북손이는 비범한 검술로 왜군에 맞서는 인물로, 조선 사회에서 노비나 평민 계층이 겪었던 어려움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전란 속에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와 동시에 무협이라는 장르가 지닌 스산함과 장엄함 등을 독자에게 전한다. 범현이 소설가는 해설을 통해 “이광재 작가는 부안 의병전쟁을 동아시아 국제전쟁 ‘사르후 전투’로 까지 의미를 확장한다”며 “동아시아 4개국이 뒤엉켰던 국제대전의 비장함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드러난다. 잊히는 우리의 지리지와 언어에 대한 꼼꼼한 복원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군산에서 출생했다. 그는 1989년 <녹두꽃2>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20년간 떠돌다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2015년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이 밖의 저서로는 장편소설 <수요일에 하자>, 단편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09 15:15

제4회 여산문화상에 송만규·조미애 씨 선정

제4회 여산문화상 수상자로 송만규 화가와 조미애 시인이 선정됐다. 1일 여산문화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여산문화상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송만규 화가와 조미애 시인에게 여산문화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소재호 심사위원장은 “그동안 전북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한 송만규 화가와 조미애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헌신적인 사회적 문화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고 심사 총평을 전했다. 송만규 화가는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1993년 ‘이 바닥에 입술을 대고’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개최했고 2002년에는 섬진강 구미마을에서 작업하며 ‘새벽 강’, ‘언 강’ 등을 발표했다. 이후 그는 20여 차례의 국내외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강의 사상>, <들꽃과 놀다> 등이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장,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의장 등을 지내오며, 물과 강, 인간과의 호흡이라는 화두로 섬진강, 만경강, 두만강, 해란강을 화폭에 담아온 송 화가는 강의 풍경을 수묵으로만 담는 것이 아니라 글로도 남겨 강의 사상가로 불리기도 한다. 조미애 시인은 교육학 박사로 1983~88년 <시문학> 추천 완료한 이후 시집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바람 불어 좋은 날>, <꽃씨를 거두며> 과 칼럼집 <군자오불 학자오불> 등을 출간했다. 조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주풍물시동인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회장, 전북예총 및 완주예총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전북문화계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 왔다. 현재 그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와 표현문학회 회장을 맡아 계간 문예지 <표현>을 발간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여산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01 16:12

제12회 정읍사문학상 대상 이숨 시 '정읍' 선정

제12회 정읍사문학상 대상에 이숨(경기·57) 작가의 시 '정읍'이 선정됐다. 30일 정읍문학회(회장 김철모)는 백제가요 정읍사의 문향을 기리며 참신한 문학인 발굴을 위해 공모한 제12회 정읍사문학상 응모작품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제12회 정읍사문학상은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문인을 대상으로 작품 공모를 진행했으며, 총 279명의 작품 813점(시 651점·수필 162점)이 접수됐다. 심사결과 대상에는 이숨 작가의 시 '정읍'이 뽑혔다. 최우수상은 김일산(서울·81) 작가의 수필 '바람개비'가 우수상에는 김정랑(서울·55) 작가의 시 '박쥐'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대상작품 이숨 시인의 시 '정읍'에 대해 "시가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그 내면에서 느껴지는 간절한 소망이 두드러진다"며 "언어의 절제력은 물론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것을 지키려는 정읍의 마음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또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일산 수필가의 '바람개비'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의 바람개비를 떠올리게 된다"며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정랑 시인의 '박쥐'는 정읍사문학상 공모 취지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며 당선을 축하했다. 이들 수상자에게는 각 300만원(대상), 최우수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등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지며 시상식은 정읍시와 협의해 별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정읍문학회는 정읍지역을 기반으로 2001년 결성되어 24년 동안 문학기행, 문화탐방 등을 추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동인지‘정읍문학’을 엮어내고 있는데 올해로 24번째 문집을 엮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30 16:59

오늘은 별들도 노래하게 하라⋯제11회 석정시문학상 시상식 성료

“올해로 신석정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되신 지 50년이 됐습니다. 생전의 석정 선생님께서 남기신 고결한 지조와 시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시 정신을 널리 선양하기 위한 제11회 석정시문학상·제10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이하 석정문학제) 시상식이 지난 28일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됐다. 올해 석정문학제는 신석정기념사업회와 석정문학회가 주최하고 부안군,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전북일보사, 석정문학관, 부안군문화재단,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등이 후원했다. 이번 행사는 신석정 시인의 ‘영춘사(迎春詞)’라는 작품의 한 구절인 ‘오늘은 별들도 노래하게 하라’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비롯해 김정기 전북자치도 의원, 최영두 부안 부군수, 이강새 부안군의회 부의장, 김영 석정문학회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소재호 시인, 신석정 시인 유가족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 신석정 시인의 작품과 문학 정신을 조명하고자 신석정기념사업회가 발걸음을 뗀 지도 어언 11년이 됐다”며 “백 년이 가도 천 년이 가도 스러지지 않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언어의 힘으로 이 땅에 문학과 한민족의 혼을 심으셨기에 석정의 고결하신 인품을 받들고자 하는 마음은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11회 석정문학시상식에서는 석정시문학상에 정호승 시인을,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김왕노 시인을 수상자로 모시게 됐다”며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오늘 행사에 참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다 같이 하나 돼 문향 가득한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영두 부안군 부군수는 환영사에서 “가을을 머금은 하늘빛과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맑고 깨끗한 계절을 맞이해 열린 2024 석정문학제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앞으로도 신석정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석정문학제가 우리 고장 문학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며 향토문학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돼, 많은 이들이 시상의 나래를 펼치는 터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11회 석정시문학상은 ‘슬픔이 기쁨에게(외 4편)’의 작가, 정호승 시인이 선정돼 상금 3000만 원과 상패를 받았다. 정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부족한 제가 신석정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누구의 인생에든 땅거미가 지는 저녁이 오기 마련이다. 이제 저의 인생에도 어둑어둑한 저녁이 찾아오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신석정 선생님께서 정성껏 차려주신 시의 밥상을 받들고 남아 있는 인생 동안 열심히 시를 쓰는 시인이 되겠다”고 전했다. 정호승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값>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선집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등을 펴냈다. 수상 경력은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고, 대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총 148명의 시인이 각각 5편의 시를 응모한 제11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김왕노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철원 이야기(외 4편)’을 통해 오랜 숙련의 경력을 가진 시인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인은 ”제11회 석정촛불시문학상은 저를 시에서 더 분발하라는 주마가책으로 여겨진다”며 “이번 수상으로 시인은 시로 다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신석정 시인의 시 정신, 촛불의 전신을 더 기리기 위해 선생님의 좋은 시를 꾸준히 소개해 갈 것이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왕노 시인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사랑해요 밀키스>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등을 출간했다. 수상 경력은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디카시 작품상, 한성기문학상, 풀꽃문학상, 2018년 제11회 웹진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는 웬진시인광장 디카시, 웹진시인광장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날 열린 제10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에서는 ‘자작나무 숲을 가던 소년(少年)을 위한 시(詩)’라는 시를 낭독한 강인숙 씨가 대상을 받았다. 강 씨에게는 상금 150만 원과 상장, 시 낭송가 자격증이 수여됐다. 더불어 ‘제10회 신석정 시 선양 낭송대회’에서는 총 9명의 참가자 중 ‘한라산에 서서’를 낭송한 형동광씨가 대상을 영예를 안았다. 형 씨에게도 상금 100만 원과 함께 상장, 시 낭송가 자격증이 수여됐다. 한편 시상식에 앞서 지난 27일에는 '2024 석정문학제'의 전주행사인 '석정시 컬로퀴엄' 강연도 거행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과 김호운 소설가, 정호승 시인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윤 이사장은 강연을 통해 "시인 신석정의 직접 제자로서 스승과 제자가 이름이 같아 독특한 사랑을 받았다"며 과거 신석정 시인과의 깊은 인연을 회상했다. 이어 "석정 선생님의 문학적 자산을 더욱 잘 알리고 후손에게 남기기 위해 석정문학관 건립시부터 석정기념사업회 및 시상을 주관하는 석정문학제를 기꺼이 주관하고 있다"며 "전북이 낳은 한국현대문학사의 거목 신석정 시인의 시혼을 기리고 그 지조와 고결한 시정신을 널리 펼치고자 하는 노고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외(1)
  • 2024.09.29 15:12

시인이 된 변호사 서태영이 빚은 정직한 시(詩) 투명하게 빛나다

인생은 대개 최선이 지배한다. 최선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하면서도 열정을 쏟는다. 한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온 일흔셋 서태영 변호사도 한 시절 시작(詩作)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정성 들여 시를 창작했고, 시집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서 변호사는 그때 글의 무게를 느꼈다고 한다. 197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3년간 법관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는 ‘시인’이라는 호칭이 쑥스럽다고 했다. 시(詩)에 대한 애정이 커 시집을 발간했지만, 시 창작에만 몰두하며 시집을 펴낸 시인들처럼 전문가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그가 펴낸 시집 <물고기가 되겠습니다>를 보면 시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았다. 꾸미지 않고 정직하게 표현된 시들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26일 전북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서 변호사는 “시집 판매를 목적으로 시집을 출간한 것은 아니었다”며 “시를 창작하고 시집을 읽으며 수련의 과정을 겪다 보니 불현듯 시집을 한 편 발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판 준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스무 편 남짓의 시로는 한 권의 시집을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아 출판을 주저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다 2년 전 우연히 서정춘 시인의 시집을 발견했다. 등단 28년 만에 낸 서 시인의 시집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자신이 살아낸 몇 줄의 이력이 고유한 시가 되는 시인의 시집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서 변호사는 곧바로 제주 서귀포의 작은 출판사 ‘글상걸상’에 전화해 출판을 문의했다. 고향을 향한 회한과 암울하던 학창 시절, 그리고 오늘의 고달픈 이웃들에 대한 깊은 연민이 담긴 글에 매료된 출판사 대표는 곧바로 시집을 출간하자고 제안했다. 거르고 또 거른 서 변호사의 시(詩)들은 대표의 눈에도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태영 시인은 “현재는 시 창작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최선을 다해 시를 습작했지만, 어느 순간 시심이 고갈되었음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시집을 발간하면서 다시금 시작(詩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다시 습작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완주에서 태어난 서태영 변호사는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현역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26 17:50

제28회 전북 중·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 장원자 발표

제28회 전북 중·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에서 최예준·장지현 학생이 장원을 차지했다. (재)목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전북문인협회가 주관한 ‘제28회 전북 중·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는 앞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도내에 소재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 총 1300여 편의 작품을 접수 받았다. 이후 지난 11일 운문 10명, 산문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진행된 심사결과, 산문부에는 장지현(완주고 1년), 운문부에는 최예준(장수중 1년) 학생이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장원자들에게는 목정문화재단 이사장상과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상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상금 각 100만 원이 지급된다. 최우수상(4명), 우수상(10명), 장려상(30명) 수상자들에게는 총 7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이번 백일장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학교로 선정된 신일중학교와 전라고등학교에는 (주)미래엔에서 제공한 100만 원 상당의 도서교환권도 수여된다. 심사를 총괄한 윤철 작가는 심사평을 통해 "생각보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생태 위기나 가족 간의 사랑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소재도 다양했지만, 꿈꾸는 새싹들과 글로써 소통하는 시간이어서 심사하는 내내 흐뭇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문인협회는 지난 2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 1층 중회의실에서 제10회차 인문학 강좌 ‘문학광장’를 진행했었다. 이날 강좌는 ‘<님의 침묵>과 화엄사상’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강사로는 김광원 시인이 나섰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26 17:48

진짜 ESG 이야기, 지용승 우석대 교수 'ESG의 시대가 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활동의 국제적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유럽연합이 ESG 공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며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기업들이 당장의 이익과 무관해 보이는 ESG 투자는 수익과 반비례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ESG 경영 및 활동도 ‘사회 공헌’ 정도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ESG가 투자 대세로 부상하며 자본시장도 급속히 개편됐다. 우석대학교 지용승 교수는 ESG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며 <ESG의 시대가 온다> (페스트북)를 펴냈다. 책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부작용, 물질만능주의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ESG의 당위성을 제안한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직 경영의 필수 지침을 비롯해 정책적 제언과 성장 전략 등도 소개한다. 특히 지 교수는 2024년은 ESG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해야 할 5가지 트렌드’로 △주요 나라들의 기후공개 원칙은 ESG 보고를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아서 보고 및 공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막는 ESG 공시 강화 △기후 관련 재무 공시가 의무화됨에 따라 재무 부문과 지속가능성의 긴밀한 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 △소비자들은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수명 주기에 대해 더 나은 투명성을 요구 △2024년 이후 지속가능성 보고는 민간 및 공공의 영역을 넘어 모든 산업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의 기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수는 “ESG는 민간과 공공조직의 지속가능성, 윤리, 투명성과 같은 비경제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영전략”이라며 “전통적인 경제적 성과 외에도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 윤리적 경영 등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ESG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겸 우석학원 이사장은 지 교수 책에 대해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지구온난화로 이어져 인간의 환경을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바로 ESG 경영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미국 버클리대학(UC Berkeley)에서 정치학을, 고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지 교수는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CSU) 도시정책대학원에서 지역경제개발(Economic Development)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중앙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우석대에서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의 ESG 경영과 사회적경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25 17:35

10인 10색 매력…10명의 프로 작가 디카시집 ‘독창’ 출간

“생(生)은 나만의 악보를 연주하는 것/ 합창으로 달려온 시간도/ 저마다의 독창으로 완성하는 것”(디카시 ‘독창’ 전문) 열 명의 프로 작가가 모여 올 가을을 더없이 풍요롭게 수놓을 특별한 디카시선 <독창>(커뮤니케이션볼륨)이 출간됐다. 디카시는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써서 영문과 문자가 한 덩어리로 된 멀티 언어 예술이다. 표제로 언급된 디카시 ‘독창’ 등 총 70편이 실린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과 사람, 그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과정을 열 가지 색으로 표현한 다채로운 작품으로 채워졌다. 열 명의 프로 작가가 자리한 만큼 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들이 내놓는 사유의 끝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 몇 줄만의 글만으로는 알 수 없던 것이 사진의 속성과 어우러졌을 때 발산되는 시너지로 이번 디카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낸다. 오봉옥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책장을 채운 짧고 군살이 없는 시와 사진의 절묘한 연결에서 나오는 재미가 곁들여지니 흥미가 배가된다”며 “이번 디카시집을 읽으며 먹먹해질 때가 많았다. 촌철살인의 시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몇몇 작품들 앞에 한참을 머물러야만 했다”고 말했다. 참여 작가로는 강미옥·강영식·장옥·김영빈·김휼·신혜진·양해남·정지원·조영래·최형만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형만 작가는 202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이번 디카시집 제작에 참여한 열 명의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같은 날, 같은 길을 걸어도 시적인 형상의 모티브를 발견하는 것은 각각 다르다”며 "철학자 칸트는 쾨니히스베르크를 걸으며 고요하게 철학적 사유를 했겠지만, 시를 쓰는 사람들은 사뭇 다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어떤 대상과 만남, 느낌의 조우가 필요한 디카시는 책상에만 앉아서 쓸 수는 없다“며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결정적 순간이 만나 탄생한 이미지들과 문장을 같이 묶어 펼쳐 놓는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25 17:35

제2회 군산초단편문학상 대상에 '낯선 사건에 바치는 뻔한 제물'

제2회 군산초단편문학상에서 양서토 작가의 <낯선 사건에 바치는 뻔한 제물>(소설)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군산지역 서점 협의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가 주최하고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공모전에서 참가 자격과 공모 주제에 제한을 없앴다. 원고지 1~50매 내외의 시,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 불문 다양한 형식의 작품 등을 접수 받았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올해 공모전에는 총 2123편 (소설 583편, 시 1209편, 수필 181편, 시나리오 95편, 희곡 27편, 기타 28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예심 심사위원(김세나 문학평론가, 양재훈 문학평론가, 임주아 시인)과 본심 심사위원(강형철 시인, 류보선 문학평론가, 신유진 작가, 조예은 소설가)의 논의 끝에 대상 1편, 가작 3편, 응모우수상 5편까지 총 9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치열한 심사 끝에 소설 부문 양서토 작가의 <낯선 사건에 바치는 뻔한 제물>이 대상을 받았다. 가작에는 김도란 작가의 소설 <일로에 베라>와 김영란 작가의 수필 <옥서면 캘리포니아>, 류지희 작가 시 <돌의 계보>외 2편이 이름을 올렸다. 응모우수상은 김람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수의>, 김희웅 작가의 시 <방생>외 2편, 서윤 작가의 소설 <코카콜라 맛있다>, 신이령 작가의 수필 <나의 우울은 어디에서 왔을까>, 양휘호 작가의 소설 <실명>이 차지했다. 신유진 심사위원은 “응모작들을 읽으며 초단편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순히 짧은 길이라기보다는 단편을 초월한 단편이라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을 찾고 싶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2회 군산초단편문학상 당선작은 오는 12월 중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군산에서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군산초단편문학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25 17:35

작가의 프리즘 통해 12·12사태가 입체화된다…박이선 장편소설 '그날 밤 합동수사본부'

박이선 소설가의 여섯 번째 소설 <그날 밤 합동수사본부>(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이번 소설은 중앙정보부 비서실장 박흥주 대령을 중심으로 10·26 사태를 다룬 전작 <궁정동 사람들>의 후속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시해된 이후부터 12·12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결말을 담아 현대사를 정통으로 겨냥한다. 주인공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더듬어 가는 형식으로 극의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덧대지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들이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돼 독자들에게 더욱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가령 소설 속 인물 정승화가 연행된 후 소도 경비사령부에 모인 육군본부 측과 30경비단에 모인 합동수사본부 측의 첨예한 입장 대립 묘사는 마치 두 대의 폭주 기관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것처럼 극한의 긴장감이 감돈다. 소설 <그날 밤 합동수사본부>의 정밀하게 짜여진 스토리는 작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12·12사태와 자료 수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날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박 작가는 “작가는 독자에게 프리즘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며 “보통 백색으로 알고 있는 햇빛이 사실은 백색이 아니라 프리즘을 통해서 무지개 색깔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데 있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사고와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원 출생인 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이네기>로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 나눔 도서에 두 차례 선정된 바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춘포>와 <이네기> <여립아 여립아> <궁정동 사람들> <염부>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25 17:34

김계식 시인, 35번째 시집 '라일락의 향기' 발간

팔십 평생 매일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 서른다섯 번째 시집을 펴내 눈길을 끈다. 김계식 시인의 신작 <라일락의 향기>(신아출판사)가 바로 그것이다. 시집은 ‘1. 계절의 풍광’, ‘2. 따뜻한 여운’, ‘3. 세월의 강’, ‘4. 불굴의 기상’, ‘5. 밝음의 뿌리’ 등 총 5부로 구성돼 130여 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시심(詩心)’이라 할 만한 짧은 형태의 시를 앞에 내놓고, 그 아래 해당 시상을 떠올린 시인의 경험과 배경을 엮어내 작품 속 시인이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수많은 시를 써오면서 나의 시는 ‘순간에 떠오른 시상이 먼저냐?’ 아니면 ‘어떤 줄거리를 그리다 보니 거기에 시상이 담긴 것이냐?’ 자문하게 됐다”며 “이 세상에 태어나 맨 처음 받았던 수수께끼인지 물음인지 모를 문제인,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미해결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시집 속 짧은 시와 함께 시 풀이를 담았지만, 역시 그 순서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며 “늘 그래왔듯이 이번 서른다섯 번째 시집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읍 출생인 김 시인은 2002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회, 전북PEN클럽, 한국창조문학가협회, 두리문학, 표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사랑이 강물되어> 등 일반시집 총 28권과 신앙시선집 <천성을 향해 가는 길>, 단시집 <꿈의 씨눈> 외 2권, 시선집 <자화상> 외 2권, 성경전서 필사본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25 17:34

정순량 시인 열네 번째 시조집 '길을 걸으며' 출간

섬세한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창조하는 정순량 시인이 열네 번째 시조집 <길을 걸으며>(북매니저)를 출간했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것들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였다. 일상에 대한 관심은 삶의 본질과 진리 탐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 시인은 사랑과 자연, 삶과 죽음, 신앙 등 다양한 주제를 정형성 갖춘 시조 형태로 표현한다. 일정한 형식을 파괴하지 않고, 오롯이 시적 언어의 음률을 그대로 살려내 시조의 묘미를 보여준다. “아는 체, 잘난 체 하다/꼰대라며 따돌리고//세월의 무게만큼/나이 값 못하는지//행여나 잘못 살고 있나/잠시 멈춰 성찰하고//취침 전 하루 일상/잠잠히 성찰하면//남의 탓, 핑계거리/모두 다 내 탓이요//모든 걸 통찰하시는/하나님의 은혜로다//”(‘성찰’ 전문) 특히 시인은 종교적인 믿음과 영적인 체험을 담은 시조를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인간애와 철학적 성찰을 유도한다. 정 시인은 책 서문에서 “인생은 걷기로부터 시작해서 걷기를 멈추면 죽게 된다. 걷는다는 것 자체가 삶의 과정”이라며 “독자가 공감하는 작품을 쓰기 위해서 되도록 쉬운 말로 표현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시인은 전라시조문학상, 전북문학상, 한남문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조집 <차 한 잔과 더불어> <햇살만한 바램으로> <일어나 빛을 발하라 큰 빛살로 퍼져라> 산문집 <과학과 문학의 어울림> 등이 있다. 현재는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전라시조문학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25 17:3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김자연'거짓말을 팝니다'

일을 끝내고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데, 우체통에 봉투 하나가 꽂아 있다. 반갑게 받아든 김자연 작가의 신작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신작을 받아든 속마음은 늘 같다. ‘와우, 대단하다. 글을 쉬지 않고 쓰고 있었구나.’ 감탄을 한 후 테이핑 한 부분을 서둘러 떼고, 앉은 자리에서 몇 페이지를 읽는다. 그러다 쌓이는 책이 있는가하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곤 한다. 『거짓말을 팝니다』라는 제목을 읽는 순간 한달음에 읽었다. 아니, 뭘 팔 게 없어 거짓말을 파나 싶은 생각에서부터였다. 다 읽고 난 후 뒤표지를 보니 이리 쓰여 있었다. 이런 spoiler가 또 있을까 ‘아이쿠’ 싶었다. 김자연 작가는 늘 자신감 넘치는 보스같다. 열 일하는 여장부 같은 이미지가 확 들어온다. 하지만 그녀의 긴 속눈썹을 보면 천생여자다. ‘핸드폰 요금 100만 원! 다 너 때문이잖아? 절친이라고 믿었던 수연이가 핸드폰 요금 폭탄을 내게 뒤집어쓰웠다. 뻥수연,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자꾸만 자라나는 거짓말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연이는 반에서 ‘뻥수연’으로 통하는 거짓말쟁이다. 이인이는 수연이 자기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느닷없는 수연이 엄마의 전화에 모두 한꺼번에 무너졌다. ‘100만원’ 이란 큰돈이 아인이 때문에 수연이가 핸드폰 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하면서다. 아인이가 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거짓말을 한 수연이가 운동장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서만큼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 “느티나무 할머니, 제 거짓말 좀 다 사 주세요.” 아인이는 원망스러운 수연이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아인이가 하게 된다. 운동장 외진 곳에 있는 느티나무, 그 안에 거짓말을 사주는 할머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의 비밀을 대나무 숲에 말하는 이발사와 역발상처럼 재미를 더 한다. 누구나 거짓말 한 번씩은 해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거짓말은 그렇다. 동화 속 수연이는 엄마를 실망 시키거나 기대에 못 미칠까봐 점점 거짓말이 쌓여만 갔다. 느티나무가 없었더라면 수연이는 엉망이 되었을 텐데 좋은 방어기제가 되어주었다. 교육적으로 좋은 소재이며 내용이다. 거짓말을 한 수연이 마음에 공감하는 아이들이 많을 테니까……. 핸드폰 때문에, 친구들 간에 문제, 성적, 무시 받기 싫어서 등등 이유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도 읽어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 아직도 후회되는 기억이 있다. 큰애가 영어점수를 속여 혼을 낸 적이 있었다.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어지간히 혼냈었다. 지금도 후회된다.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속인 것은 점수를 알면 뻔히 나올 엄마의 화가 무서웠던 거다.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 나는 어릴 적 기억이 많은데, 그때 겪은 오류는 천연덕스럽게 잊고 부모행세를 했다. 『거짓말을 팝니다』는 전개에서 감도는 긴장감이 돋보인다. 이인이의 행동이 자연스러우면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는 역할이 주는 의미가 크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으며,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9.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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