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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완주, 중년 희곡’

좋은 예술 작품은 가까이에서 뜬금없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완주군에 사는 중장년 열세 명이 쓴 열세 편의 희곡이 실린 『완주, 중년 희곡』(2025). 이 희곡집은 작년 9월과 10월 (재)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진행한 중장년 인문프로그램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의 결과물이지만, 여느 창작집 못지않은 패기와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 창작에 나선 중장년들에게 희곡은 낯선 장르였고, 컴퓨터는 어려운 도구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23회의 정규 강의에서 희곡을 읽고 쓰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 희망을 품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참가자는 구술과 수기로 이야기를 짜냈다. 멘토로 함께한 네 명의 작가와 전화와 메일,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며 작품 속 사건을 수정했고, 대사를 주고받았다. 동화·수필·시나리오로 먼저 쓴 뒤 각색하거나 다큐멘터리·라디오드라마 등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 퇴고까지 마치고 최종 제출한 희곡은 열세 편. 대부분 20분∼30분 분량으로 짧지만, 일상에서 찾은 지혜와 성찰이 글쓴이만의 감각으로 표현돼 있다. 인생의 활력이 될 그리움과 무한한 상상도 담겼다. 이연옥의 「빨강 구두」에는 설렘을 찾아 추억을 더듬는 중년 여성들의 푸진 상념이 생생하고, 이용현의 「마라톤은 팀플레이」에는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의 우정과 집념이 치열하다. 각각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와 안채령의 「담치기」는 감나무와 도마뱀을 매개로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를 펼쳐놓았다. 완주군의 역사·문화 자원도 풍성하다. 완주 출신 명창 권삼득(1771∼1841)과 완주에서 말년을 보낸 서예가 이삼만(1770∼1847)의 삶을 교차시킨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과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을 지금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유향덕의 「팥쥐 콩쥐」가 대표적인 예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과 김송화의 「생강생강해」는 13개 읍면의 특산물로 걸판진 이야기 한 상을 차려놓았다. 중장년들이 제일 많이 쓴 글감은 가족이다. 박미희의 「창밖의 빛」은 중학생 아들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와 대화하다 오히려 자신을 치유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는 고등학생 아들과 갈등하다 자기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서툴렀던 부자(父子) 관계들을 깨닫는 서사가 중심을 이룬다. 이덕례의 「맞선」은 결혼에 관심 없는 딸을 두고 벌이는 부부의 티격태격과 화해를 맛깔난 대사로 들려주고,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60대 딸이 소개하는 정 많은 94세 엄마의 소소한 인생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낸 후 중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랑’과의 소박하고 행복한 상상을 풀어냈다. 간질간질한 하루하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진솔한 고백에 녹아 있다. 세상에 나온 희곡들은 ‘누구나 서툴다’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래도 도전한다’라는 명제를 실천한 패기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여러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아쉬운 것은 판매용으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완주·전주 지역 일부 도서관과 관공서에서만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독특한 재미와 특별한 의미를 갖췄으니, 독자와 관객의 만족도는 최상일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2.18 18:29

고비와 절규를 넘어 발화한 시학⋯김종빈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

고비와 절규의 시간을 지나 길어 올린 언어가 한 권의 시조집으로 묶였다. 김종빈 시인의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노동 현장과 삶의 굴곡 속에서 체득한 감각을 시조 형식으로 형상화하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서정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시인은 기능직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인문학의 길로 방향을 바꾼 이력의 소유자다. 산업화 시대의 현장을 몸으로 통과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시집에는 공사 현장, 노동의 감각, 세대의 기억 등이 녹아 있으며, 기술적 언어와 일상의 서정이 교차하는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노동 체험의 기록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해설을 맡은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히 이사장은 김 시인의 작품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하며,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체험적 언어가 지닌 힘을 강조한다. 실제로 작품 ‘잡부’, ‘수평을 꿈꾸며’ 등에는 직업과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균형과 평등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건축 현장에서의 ‘수평’ 개념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해석하는 시선은 그의 시조가 지닌 현실 감각을 잘 보여준다. 시집 전반에는 절규와 서정, 역사적 기억과 개인의 체험이 뒤섞이며 다양한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표제작 ‘꽃으로 온 절규’와 ‘꽃들의 말’ 등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 피어나는 생명의 이미지가 따뜻하게 형상화되며, 절규마저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충남 안면도 출생인 그는 전북기계공고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전북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상임부회장, 전북시조시인협회 이사, 율격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세계를 보는 관록의 눈⋯박영삼 시인, ‘징검다리 건너’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시선의 깊이는 예술가의 언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박영삼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 <징검다리 건너>(문예연구)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경험과 사유가 만들어낸 ‘관록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집이다. 자연과 사물, 문명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편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은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며, 사진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개인전 11회와 국제단체전 참여, 사진집 출간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의 이력은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실제 풍경을 기반으로 한 시적 장면이 많은 이유 역시 사진가로서 체득한 관찰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현실의 장면은 시 속에서 다시 관계의 언어로 전환되며,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사유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 ‘시간의 형상’에는 바람의 재주, 뿌리의 유전, 청보리 소식, 모내기 날, 장마, 여름밤, 이상한 시간, 연의 겨울, 하지, 된장찌개 등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생명의 질서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실렸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드러나는 질서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2부 ‘것들 1’에서는 사물과 생명체가 시적 주체로 등장한다. 소나무, 양말, 꼬막 이야기, 옥수수밭에서, 고구마, 나팔꽃 등 일상적 대상들이 인간의 삶과 관계 맺으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낸다. 특히 표제작 ‘징검다리 건너’는 삶의 경계를 건너는 행위를 상징하며 절망과 희망을 잇는 매개로 읽힌다. 사소한 사물 속에서도 윤리와 생명의 온기를 발견하는 시인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3부 ‘것들 2’에서는 시선이 현대 사회와 문명으로 확장된다. 저울, 일회용 컵, 휴대전화와 새 운명, 비누의 세상, 청바지 유행 등은 소비와 기술, 욕망의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사물 속에 깃든 생명성과 윤리적 태도를 탐색한다. 시인은 문명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사물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한다. 4부 ‘자리’는 공간과 기억의 풍경을 통해 시인의 내면 여정을 보여준다. 고산 휴양림, 마곡사, 한벽당, 오목대, 전주향교의 봄, 모악의 소리 등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자연과 역사, 개인의 기억이 교차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시간과 정신이 축적된 장소로 제시되며, 시인은 그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시인의 말에서도 이러한 세계 인식이 드러난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써 온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동시에 ‘마음 안경’으로 내면과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았다고 고백한다. 지나온 일과 다가올 일, 아직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경험을 시로 옮기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새로운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이 삶의 의미를 더한다고 밝히며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군산 출생의 박영삼 시인은 충남대학교 대학원 화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호원대학교 공업화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시선’으로 시 등단, ‘문예연구’로 수필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문예연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삶의 성찰과 따뜻한 위로 담은 양해완 시집 ‘여기쯤에서’

양해완 시인이 맑고 청아한 언어로 삶의 의미를 노래한 시집 <여기쯤에서>(제이비출판사)를 상재했다. 이번 시집은 내면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성찰을 통해 인간주의의 존엄성을 표방하며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 속에 담긴 가치를 단정한 언어로 그려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눈부셨다’, 2부 ‘눈물 나도 괜찮다’, 3부 ‘어머니의 이름보다 더 따뜻한 말은 어디에도 없다’, 4부 ‘어디든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5부 ‘아직도 사랑이 남아있다’ 등 각 장은 이별과 만남, 가족애와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섬세한 서정 속에 담아냈다. "아련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기고/ 울긋불긋 단풍길 따라/ 가을은 떠났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 돌이켜 보면/ 우린, 언제나/ 늘 누구와 이별을 하면서 살아왔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추억들이/ 하늘에 수없이 떠 있다”(‘추억’ 전문) 양해완 시인은 수록작 ‘추억’을 통해 이별로 화법을 마감하지 않는다. 다시 오고 다시 만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순환 이법을 제시한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는 시구처럼 시인은 삶의 이별을 새로운 만남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소재호 문학평론가는 서평에서 “실존적 자아 확립을 위한 골똘한 사유가 시 편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인생의 전반을 성찰하거나 평범한 일상에 가치를 얹어 맑고 청정한 정서를 곱게 가꾸는 전형적 서정시”라고 평가했다. 시인은 2005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김제문인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라북도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늘 어머니를 만나면> <그대는 내 영원한 그리움> <어머니의 눈물>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8 17:10

다정함의 마법, 동화 ‘코코의 선물’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초등학교 1학년 선우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커다란 비밀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글자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글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소년이 아기고양이 ‘코코’를 만나 겪는 따뜻한 변화를 담은 동화 <코코의 선물>(책고래)이 세상에 나왔다. 송경자 작가는 아이가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스스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과정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엄마의 부재로 적막함이 감돌던 선우의 집은 이제 아기 고양이 코코를 새 식구로 맞이하며 비로소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선우는 코코와 함께 놀며 누군가를 돌보는 행복을 배운다. 코코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자연스레 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아빠가 집안 곳곳에 붙여둔 낱말들은 선우에게 즐거운 ‘보물찾기’ 놀이가 된다. 글자는 이제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코코에게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 코코가 갑자기 사라지며 위기가 찾아온다. 선우는 코코를 찾기 위해 온 가족과 동네를 누비며 생애 첫 전단지를 직접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서먹했던 아빠, 형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게 되고 마침내 다시 만난 코코는 선우에게 글자 실력보다 값진 ‘나도 할 수 있다’는 단단한 자신감을 선물한다. 동화는 성장의 해답을 단순한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따뜻한 ‘관계’에서 찾는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진짜 힘은 일방적인 가르침 이전에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다정함과, 작은 성취를 함께 기뻐해주는 어른들의 믿음에 있다는 것을 섬세한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는 작가의 실제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송경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밤낮없이 교대 근무를 하는 아빠와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었고, 엄마의 부재 속에서 집은 늘 조용했다”며 “서로를 사랑하지만 마음이 닿지 않는 오늘날 많은 가정의 모습을 이야기 안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아동복지교사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깊이 소통하고 있는 송 작가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문학적 자양분 삼아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책 <마술떡>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 공저 동시집 <똥방귀도 좋대>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8 17:09

바람이 건네는 기별에 귀를 기울이다…김흥부 시집 ‘귀띔’

김흥부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귀띔-바람 벗이 속삭이듯>(이랑과 이삭)을 펴냈다. 자연의 흐름을 인간의 삶과 연결해 나직한 목소리로 풀어낸 이번 시집은 시인의 문학적 성찰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총 8부로 구성된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과 그 과정에서 얻는 따뜻한 ‘위로’다. 시인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다정한 벗으로 불러내고 그가 나직하게 건네는 작은 기별을 ‘귀띔’이라는 섬세한 시어 속에 정성껏 담아냈다. “새벽 골목 전깃줄에/ 작은 날갯짓들이/ 조회를 하고 있다// 무슨 일이니, 반갑다// 올해는 날씬한 날갯짓도/ 잠깐잠깐 포즈 남기고/ 너희들도 그림자도 없어/ 벼 익은 논에 외로운/ 허수아비였지//혹시, 들녘에 곳간이 가득한가/ 골목에 소독차량이 자주 운행해/ 나비나 잠자리가 없어/ 너희들이 멀리 이사를 간 줄 알았다// 자주 만나서 소통하기 바란다”(‘날갯짓 만남 힘들어’ 전문) 시인은 소란스러운 현대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통해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는 의지를 작품 곳곳에 투영했다. 시집에는 사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이 담백한 문체로 녹아 있다. 이재숙 시인은 평설에서 “시인이 머물면서 같이 공유하고 이웃하는 사람들과 새들, 그리고 벼 이삭과 꽃과 구름이 이미 시인의 가족이고 친구가 되었다”며 “그의 시선이 머무는 장소와 사물은 은유와 환유의 시적 지위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없는 배움과 베풂 그리고 새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 출생인 저자는 문예지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고, 수필집 <무지개를 경작하는 촌로> <노을의 끼 보듬기>와 시집 <바람이고 싶다> <양지에 서다> 등을 출간했다. 열린시문학상과 장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장수지부지회장과 행촌수필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8 17:09

정읍 칠보 유무형 문화유산 백과사전⋯㈔정읍문화유산연구회, ‘하늘과 땅과 사람과’ 출간

㈔정읍문화유산연구회가 정읍시 칠보면의 문화유산을 조사한 책자 <하늘과 땅과 사람과>(소담기획)을 펴냈다. 2023년 정읍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실행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완한 이번 책은 정읍시 칠보면의 연혁으로 문을 연다. 칠보는 통일신라 말 태수로 부임에 선정을 베푼 고운(孤雲) 최치원의 생사당에서 시작된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 ‘무성서원’이 있는 곳으로 옛 지명은 고현(古縣)이다. 책은 문화유산의 의미부터 천 년 전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칠보에 산재한 유무형 문화유산을 망라하고 있다. 천년 흔적 ‘무성서원’,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의 ‘고현동향약’, 소고당 고단의 ‘고현 팔경’,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한 박잉걸까지 세계유산부터 이름 없는 산중 암자까지 소개한다. 또 책에는 많은 자료사진과 함께 수필처럼 풀어 쓴 글이 수록돼, 독자들의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사진은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장이 글은 안성덕 시인이 맡았다. 안성덕 정읍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은 “이번 책자는 칠보가 왜 ‘태신선비문화’의 중심지인지 보여주는 자료”라며 “현재 거주 주민은 물론 출향민들에게도 자긍심과 애향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고유한 가치를 후대에 온전히 전하는 일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2 13:24

권일송 시인 30주기 추모 및 순창문학 출판기념회 성료

(사)한국문인협회 순창지부(지부장 장교철)는 지난 10일 순창군도시재생지원센터 소회의실에서 ‘권일송 시인 추모 30주년 기념 및 순창문학 제30호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순창 출신인 권일송(1933~1995)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지역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특강에 나선 배종덕 지역주의타파 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은 “권 시인은 목포문학을 꽃피운 인물이지만 문학적 뿌리는 고향인 순창”이라며 “순창에서 그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더욱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족 대표인 장남 권훈씨는 “아버지의 고향에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 등 기념사업에 유족으로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순창문학> 제30호는 ‘권일송 추모 특집’으로 기획돼 제자 최창일 시인의 평론과 유족의 회고록 등을 담았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김형오 시인과 신인수 순창군 문화관광과장이 각각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상했다. 행사에 앞서 이완소 시인이 권일송 시인 대표시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를 임순이 시인이 ‘그리운 가잠’을 낭송하며 추모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순창문협은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오는 4월부터 순창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창작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정이·이성용·김정숙 군의원과 김철수 순창예총 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2 11: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시는 왜 살아가면서 현실을 잊고 살 수는 없는가. 그것은 삶이 시적이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기도 하고 어쩌면 한 켠으로 대체되지 못하는 철학적 관념을 시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과 생활을 불러들여 벌이는 시인의 사소하면서도 디테일한 소묘는 우리를 점점 시인의 삶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린 초면 입니까?”(여긴 초면입니다)처럼 당신과 나와 우리를 접목시키는 간결하고도 자연스러운 능청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지워주기에 충분하다. 여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벽 하나, 벽지 한 장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찾고 있는 시집이 있다.(조금조금 초록벽지. 달을 쏘다. 정선희) 어딘가 있을 벽의 구조물을 통과하면 아이들의 안쪽에 있을 꽃밭을 향해 간다. 벽은 벽과 벽지로 가로 막혀 있다. 가시적 전개로는 벽을 통과해 세상으로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벽이라는 가로 막힌 상태를 오랫동안 지지 않는 들꽃으로 이미지를 변환시키며 피어있는 벽지를 사이에 두고 틈을 소환, 벌어지는 환상통을 노래한다. 벽지로 막아놓은 세상입니다 벽을 통과하면 하얀 꽃잎이 휘날립니다 웅성거림을 찾아 아이가 벽 속으로 들어가고 사람으로 매만진 저녁이 반질거립니다 아무도 아이를 찾지 못하네요 아이는 벽 밖으로 나오려다 넘어집니다 초록벽지는 또 한번 답장일까요 초록과 같이 자란 벽이 안을 밖으로 바꿉니다 반쯤 빠져나온, 벽지에서 바라본 옆모습이 들꽃 같습니다 이름을 불러 보지만 입술 밖으로 떨어지는 건 빨간 꽃잎이네요 초록벽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숨바꼭질이 너무 재밌던 나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느라 배가 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벽지가 바래도록 자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사방연속무늬로 뻗어나간 들꽃입니다 천장과 벽 사이 어딘가 있는 세상 찢어진 벽지를 꽃잎인 양 날려 봅니다 벽을 넘을 땐, 숟가락 한두 개쯤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조금조금 초록벽지 전문」 벽이라는 경계에서 걸려 넘어지고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때 벽은 꽃잎을 끌어들여 이미지 전환을 시도한다. 통과할 수 없는 구조물의 탈출을 감수한다. 초록 벽지의 기억을 꽃잎인 양 날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말로 시적 주체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우리에게 삶을 설득하고 불가능한 벽의 탈출을 통해 사라진 아이를 뜯어진 벽지에서 발견할 때 비로소 오래된 벽지가 아닌 우리 생이 소환되는 이유다. 벽은 더 이상 벽이 될 수 없음을 제시하며 우리의 선입견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 기억을 꺼낸다. “사방연속무늬로 뻗어나간 들꽃”에서 우리는 풍성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렇게 벽지를 통해 기억을 연결하여 미래를 찾아간다. 벽이라는 일방적 가로막힘의 현실을 타파해가는 시적 이미지의 전개가 매우 흥미롭다. 살아가면서 “벽을 넘을 때”처럼 “숟가락 한두 개쯤 없어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 미래를 향한 삶을 부축해 주는 이유다. 무의식적 의지가 내보이는 시어의 복귀. 아름다운 시어보다 이미지의 긍정성으로 의미로 틈입해 써 내려간 이미지는 빛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페룰라 꽃”을 불씨로 이미지를 전환시키듯 오래볼수록 꽃은 불이 붙는다는 표현은 지중해에 있는 “에게 식당”에 있고 그 꺼지지 않는 불씨로 미래를 이야기 한다. 불씨가 내는 불빛은 “신전이 아니라 폐허”를 찾는 빛이다. 그럼에도 “아직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다가와 우리를 덥혀준다. 이처럼 시인이 현실 속 가득한 삶의 여정을 재밌고 유쾌하게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것은 아직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제시하는 시인의 따듯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 등단해,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그는 작가의 눈 시 작품상과 여순10.19평화문학상 등 서울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를 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무도 없는 바깥> 외 5권과 시조집<그늘의 혼잣말을 들었다>외1권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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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2.11 18:29

응축된 사유를 담다, 황진숙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

황진숙 수필가가 10년의 응축된 사유를 녹여낸 첫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작가가 일상의 사물들을 집요하게 마주하며 완성한 4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제목에 영감을 준 대표작 <곰보 돌>은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 숭숭 뚫린 작은 돌 하나에 주목한 글이다. 작가는 파도와 바람에 깎여 상처투성이가 된 이 돌을 보며 단순히 ‘낡고 못생긴 것’이 아니라 돌이 견뎌온 치열한 시간들의 흔적을 읽어낸다. 시련과 상처로 얼룩진 우리네 인생 역시 나만의 소중한 궤적을 그려가는 과정임을 따뜻한 시선으로 일깨워준다. 작품집 곳곳에는 풀무, 댓돌, 소금, 숯, 종이컵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사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 작가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소재들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삶의 철학을 끌어낸다. 흔한 종이컵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읽어내고, 짠 소금에서 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을 발견하는 식의 통찰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강돈묵 문학평론가는 “황진숙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고 날카롭다.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치밀성이 있다”며 “작가는 찾아낸 본질을 형상화하기 위해 블록을 형성하고 하나로 조립하는 공법을 취한다. 충실한 소재로부터 출발한 블록은 빈틈없이 맞물리며 수필의 형상을 구축한다. 어떤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고 밝혔다. 충북 옥천 출생인 작가는 2016년 <수필과비평>에 ‘발’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백교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천강문학상 대상, 등대문학상, 수필과 비평 올해의 작품상12 등을 수상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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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1 18:29

글벼리디카시 동인 시집 제2호 ‘감정 계약서’ 출간

한국디카시학회 전북지부 산하 ‘글벼리디카시문학회’가 동인지 <감정 계약서>(도서출판 실천)를 펴냈다. 글벼리디카시문학회의 두 번째 결실인 이번 시집에는 초대시인 3인(김왕노·복효근·이정록)의 작품 3편과 동인 7인(김애경·김이숙·김혜숙·나병훈·이동욱·조삼현·최장선)의 작품 56편이 수록돼 각기 다른 개성과 미학을 펼쳐 보인다. 시집을 채운 10인의 시선은 자연과 일상, 가족, 관계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대상에 닿아 있다. 그러나 꾸준한 습작과 여러 차례 전시회를 통해 다져온 이들의 시적 사유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전환하며 기발하고 의외적인 장면을 빚어낸다. 이어산 한국디카시학회 회장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인류 역사상 창조적인 성과는 대부분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유에서 비롯됐다”며 “디카시 역시 시적 대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전경화한 시문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술디카시는 창작자의 기준과 시각이 철저히 반영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디지털 시문학”이라며 “기존 시각과 다른 의외성이 없다면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장은 “글벼리디카시 동인들의 치열한 창작열이 이러한 단계를 충분히 통과해, 국내 시단을 떠받치는 단단한 모퉁이의 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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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9

가장 맑은 문장으로 건져 올린 가장 아픈 기억⋯한지선 ‘오월의 숲’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잊고 지내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내는 깊은 울림과 같은 책이 출판됐다. 한지선 소설가의 신작 중편소설집<오월의 숲>(문예원)이 바로 그것.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통과하는 상실과 그리움, 사랑과 고독, 붕괴와 회복 등을 4편의 중편소설로 정교하게 직조한다.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서사를 다루지만, 공통으로 ‘상처 입은 인간이 어떻게 다시 삶 쪽으로 돌아오는가’라는 하나의 중심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표제작 ‘오월의 숲’은 고립된 스무 살 여성이 숲과 자연, 그리고 상처 입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삶을 회복해 가는 서정적 성장 서사다. 도심과 학교 그리고 숲이라는 공간의 대비 속 주인공은 고독과 두려움, 그리고 미세한 희망의 결을 따라 자기 내면으로 자취를 감춘다. 작품에서 숲은 배경이 아닌 치유의 주체이며, 침묵의 연대는 인간을 다시 살아 있게 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로얄다방을 아세요?’는 대학 시절 한 남자의 한마디가 수십 년 후까지 한 여성의 삶을 지배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심리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랑의 실패보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집요히 탐색한다. 또 다른 수록 작품 ‘겨울로 가는 길’은 파탄 직전의 결혼 생활 속, 한 남자가 언어와 음악, 상상을 통해 자기 존재를 지탱해 가는 기록으로, 이별 직전의 인간이 겪는 내면의 균열과 공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일곱 날의 새벽’은 상처 입은 여성이 일곱 날 동안 고요와 수행,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통과하며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치유 서사다. 작품은 인간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번 책을 “작가의 소설들은 늘 그리움과 이루지 못한 사랑, 끝끝내 기억에 남아 오히려 고통스런 삶을 맑게 깨어 살아 있게 하는 사랑의 아픈 기억과, 그런 아픔을 되새기며 지새우는 수많은 불면의 밤들로 가득 차 있다”며 “그러면서도 때로는 경쾌하고 부드럽게 추억의 아픔과 지나온 삶의 굴곡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재빠르게 잔잔하고 맑게 굽이쳐 흘러간다”고 평했다. 작가는 “예측할 수 없는 삶 속 회색빛 스무 살에 한 줄기 햇살처럼 스몄던 날들의 이름은 사라졌거나, 어디에 있는지 만날 수 없는 시공간 너머로 가버렸지만, 모두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네 편의 소설 중 두 편이 오월의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같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 오래전 만들어진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위로 대신 오래 남는 문장으로 채운 이번 책이 독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오월’을 다시 피워 올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읍 출생인 그는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해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장편소설<그녀는 강을 따라갔다>를 시작으로 <여름비 지나간 후>, 소설집 <그때 깊은 밤에>, <여섯 달의, 붉은> 등을 발표했으며, 공동집필 테마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 <마지막 식사>에 참여했다. 제1회 전북소설문학상, 제2회 작가의눈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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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6.02.11 18:28

밀도 높은 위로를 전하다…밥장의 그래픽에세이 ‘외롭꼴’

특유의 위트 있는 선과 날카로운 통찰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그래픽 에세이 <외롭꼴>(도서출판 기역)을 출간했다. 작가는 경쟁 사회 속에서 길을 잃은 청년들에게는 생존의 지혜를,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중장년에게는 열정을 안내하는 밀도 높은 말과 이미지를 책에 담아냈다. 책의 제목인 ‘외롭꼴’은 외로움을 뜻하는 Lonely와 마음이 움직여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뜻하는 ‘꼴리다(Horny)’의 합성어다. 부모와 사회가 정해준 착한 어른의 틀 안에서 억눌려온 욕망과 감각을 불순한 씨앗이라 명명하며 이를 직시할 때 비로소 고유한 삶의 꼴이 완성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0대까지는 지루할 만큼 정상이었으나, 내 안의 불순한 씨앗이 싹을 틔워 나만의 그림자를 만들었다는 고백, 규격화된 삶을 강요받는 이 시대 모든 세대에게 던지는 파격적이고도 다정한 질문인 셈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의 모든 고통과 결핍을 ‘놀이’로 치환한다. 사랑과 돈, 장애물, 죽음까지도 열두 가지 놀이의 문법으로 풀어냈다. 각박한 현실에 매몰된 현대인에게 가장 감각적인 처방으로 ‘놀이’를 택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따뜻하고 신선한 재미를 선물한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1 18:28

부안 지식인, 초은 신관열의 생애와 학문 집대성 ‘초은문집’ 국역본

구한말 격동기를 살다간 유학자 초은 신관열(1827~1904)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집대성한 <초은문집>(한국문화사)이 국역 발간됐다. 이번 문집은 한문학 전공자로 향토사와 고전문학 연구에 몰두해온 홍순석 강남대 교수가 번역을 맡아 난해한 한문원전을 독자들이 읽기 쉽게 풀어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지식인들의 내면과 사회적 역할을 조명한다. 특히 국역본은 서지학 측면에서 지방의 출판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 <초은문집>의 저자 신관열은 부안의 유서 깊은 가문인 영월 신씨 집안에서 태어난 학자다. 위정척사 정신을 지키며 평생 은거와 학문에 매진한 인물로 그의 호인 초은은 나무를 베어 숨어 산다는 의미로 관직의 길 대신 향촌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선비의 절개를 지켰다. 실제 부안의 유림과 시계를 맺고 부안의 경승지를 탐방하며 시문을 화답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번 국역본에는 신관열의 문집 <초은유고> 4~6권에 수록된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담아냈다. 책은 크게 시와 산문으로 나뉜다. 시 부문에서는 부안의 명승을 탐방하며 지은 기행시부터 지방 문인들의 한시, 저자의 신변잡기를 다룬 글들이 담겨 있다. 산문 부문에는 저자 자신과 집안 관련 글과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는 우국충정의 마음까지 폭넓은 감성을 볼 수 있다. 번역자 홍 교수의 꼼꼼한 주석은 한자어의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과 인물관계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또한 지역사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지식인의 생활사와 학문을 입체적으로 복원해 신관열이라는 인물을 다각도로 분석해냈다. 영월신씨 일옹공파종회 신이영 회장은 간행사를 통해 “이번 문집에는 후손들이 궁금해 하던 선조의 뿌리와 이력이 남김없이 기록되어 있다”며 “초은공은 영월신씨 일옹공파 후손들의 귀감이시며 특히 선영의 보존과 종인들의 화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신 분이다”라고 밝혔다. 홍순석 교수는 용인 출신으로 강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인문과학연구소장, 인문대학장, 포은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성현문학연구>, <양사언 문학연구>, <우리 전통문화와의 만남>, <용인학> 등 80여권의 책을 펴냈으며, 번역서로는 <봉래시집>, <허백당집>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1 17:24

어린 마음을 다독이는 동화, 백명숙 첫 동화집 ‘대단한 소심이’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단편동화 여섯 편을 엮은 동화집 <대단한 소심이>(청개구리)가 출간됐다. 백명숙 아동문학가의 첫 동화집인 이번 책은 소재와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다독이고 자신감을 심어 주며 가족과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일깨우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동화집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각 작품마다 아이들이 살아가며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가치, 태도를 정감 있는 목소리로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전한다. 백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고 힘들어하는 ‘관계’에 특히 주목했다. 가정과 학교, 동네에서 만나는 어른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마찰과 갈등, 우정과 선의, 가족애 등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일상 이야기는 생활 체험에서 우러나는 재미와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표제작 ‘대단한 소심이’를 비롯해 ‘초록이의 생존기’ 등은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신감을 키워 주고, 가족과 주변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이든 스스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전한다. 작가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마음을 만난다. 설레는 마음, 외로운 마음, 때로는 아주 작게 흔들리는 마음까지 그 모든 마음속에는 늘 ‘이야기’가 숨어 있다”며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동화는 그 작고 고요한 마음의 소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써 내려간 나의 첫 동화집”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화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라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들고 자신을 믿으며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어른들에게는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마음과 웃음, 두려움, 투명한 눈빛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안 출신인 백명숙 작가는 2023년 ‘동화마중’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게으른 뇌를 깨워줄 책 읽기>, <책 쓰기를 위한 글쓰기> 등이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04 18:52

오늘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최소한의 문학’ 발간

숏폼과 알고리즘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시대, 오래 남는 서사는 가능한가. 강영준 상산고 국어 교사가 쓴 <최소한의 문학>(두리반)은 이 질문에 한국 소설 100년의 시간으로 답하는 책이다. 이광수의 <무정>에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까지, 교과서에서 익숙하지만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을 다시 읽어낸다. 이 책은 191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간 한국문학이 시대를 어떻게 사유해왔는지를 따라간다. 식민지와 근대의 모순, 전쟁과 이념의 상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그늘, 민주화 이후의 불평등과 젠더 문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새로운 서사까지 다섯 개의 부로 구성해 한국 사회의 굴곡진 궤적을 조망한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당대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문학을 철학과 인문학의 질문과 연결하는 강 교사의 해석 방식이다. 최인훈의 <광장>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라캉의 상상계와 상징계 개념을 통해 읽힌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바우만의 ‘액체 근대’로, 조세희의 <뫼비우스의 띠>는 도시 공간을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문제로 확장된다. 철학이 개념으로 설명한 것을 문학이 삶의 이야기로 먼저 보여주었다는 저자의 관점은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는 전주 상산고에서 오랜 기간 국어를 가르쳐온 현직 교사다. 책에 실린 작품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만큼, 실제 수업 현장에서 축적된 질문과 토론이 글의 바탕이 됐다. 문제 풀이 중심의 독해를 넘어, 작품을 시대와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읽기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실질적인 참고서가 된다. 부록으로 실린 교과 연계표 역시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인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추천사를 통해 “우리가 세대를 뛰어넘어 옛 음악에 공감하는 것은 그 안에 ‘서사’가 있기 때문이며, 그 서사의 힘이 가장 집약된 매체가 바로 소설”이라며 “이 책은 근대의 태동과 이데올로기, 성장과 자본주의, 경계를 넘는 움직임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의 구조를 짚고, 그 서사 속에 자신을 비춰 보게 만든다”고 평했다. 이번 책이 말하는 ‘최소한’은 분량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들이라는 뜻이다.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소설이 주목받는 지금, 이 책은 지극히 한국적인 서사가 어떻게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한국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한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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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6.02.04 18:5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황석영 ‘할매’

소설 쓰기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사이의 간극을 메워 나가는 일이라고들 한다. 소설을 쓰다 보면 분명한 문장까지는 아니지만 첫 장면과 끝 장면을 정해놓고 글을 쓰게 된다. 물론 계획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개 마음에 품었던 결말로 매듭을 짓는다. 그러므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석영 작가의 『할매』를 읽었다. 첫 문장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마지막 문장은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다. 긴 서사를 걷어내고 두 문장만 남겼을 때 ‘새가 날아오자 어디 갔다 인제 오냐’고 묻는 정황이 눈앞에 그려진다. 새가 어디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날아왔기에 인제 오냐고 묻는 것일까. 양팔 벌려 새를 반기는 화자는 다름 아닌 할매 나무다. 작가는 수수께끼 같은 두 문장을 잇기 위해 육백 년의 시간을 장대하게 풀어놓는다. 짐작하듯 새에게서 나무가 태어났다. 팽나무 열매를 먹은 새가 갯벌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 몸에서 싹이 돋았다. 어린 팽나무는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점점 둥치가 굵어진다. 새와 나무는 역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하루가 백 년이거나 육백 년이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작가는 새가 겨울철마다 날아들고 나무가 나이테를 늘려가는 자연의 시간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 세월의 주변인으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승 몽각은 나무 옆에 움막집을 짓고 살다가 바다로 들어가 스스로 칠게의 먹이가 된다. 몽각이 떠난 자리에 당골네가 들어와 자식을 낳고 산다. 자식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는다. 새의 번식이나 매한가지다. 그렇게 한 집안의 가계가 몇 대를 거치는 동안 세상은 생명을 해치고 빼앗는 역사를 거듭한다. 병인박해와 동학혁명과 일제 징병으로 아까운 목숨 들이 꽃잎처럼 떨어지고, 서해안 간척사업에 의해 수많은 갯벌 생물이 폐사하고, 미군 전투기의 폭음이 할매 나무를 괴롭힌다. 작품의 후반부는 그래서 주먹을 쥐고 읽게 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작가가 조국 러시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 장면이 있다. 로스토프 가족이 사냥에 나서는 장이었는데 자연과 러시아인의 정서를 묘사하는 문장들이 압권이었다.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할매』를 읽으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새와 나무, 개똥지빠귀와 갯벌, 조개와 바다, 풀과 바람과 비와 눈과 금강과 만경강과 동진강 … 새가 팽나무와 해후하고자 수없이 명멸하며 생명을 잇는 동안에 조선의 풍광이 세밀화로 펼쳐진다. 덕분에 독자는 멀리서 망원 렌즈를 통해 탐조하듯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를 직관한다. 놀라운 독서의 경험이다. 사랑이 깊으면 자신이 살아가는 땅의 모든 것, 아픔과 고통마저 품어 안게 된다. 오래된 나무처럼, 작가 황석영처럼. 독서란 작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수수께끼 같은 첫 문장과 끝 문장의 퍼즐 맞추기 또한 독자의 몫이다. 유방지거 신부가 마침내 나무를 안았을 때 할매 나무는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한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가슴에 돌 하나가 얹어진다. 나무람과 안도가 뒤섞인 할매의 탄식은 유신부가 아니라 독자를 향한 방백이기 때문이다. 황석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군산에 이사 오자마자 팽나무를 지켜드릴 것을 서원했다고 밝혔다. 그 약속으로 『할매』가 탄생했다. 방대한 자료를 응축하여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는 유장한 역사를 아리랑 고개로 엮어냈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운율에 맞춰 노래하듯 읽는다. 할 일이 하나 남았다. 새만금 생태계 복원 미사가 매주 월요일에 전북도청에서 거행된다. 염두에 두어야겠다. 황보윤 소설가는 부여에서 태어나 우석대 경영행정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다.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광암 이벽>·<신유년에 핀 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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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4 18:52

배순금 수필집 ‘사랑, 그 보이지 않는’ 출간

배순금 수필가가 일상의 소박한 풍경을 서정적인 문체로 엮어낸 수필집 <사랑, 그 보이지 않는>(수필과비평사)을 출간했다. 책에는 교단에 몸담으며 아이들과 소통했던 추억부터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철학을 담은 37편의 수필이 수록됐다. 작가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변화와 일상의 사물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랑과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특히 자신만의 섬세한 감수성을 투영한 수필은 서사와 서정이 어우러져 더욱 입체적이고 호소력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안도 문학평론가는 평설에서 “배 수필가는 가슴으로 수필을 쓴다”라며 “이 수필집은 인생을 관조하는 자세가 잘 드러난 수필이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수필을 추억의 강에서 낚아 올린 서정의 탑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필가 배순금은 계간 한국시와 월간 수필과비평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사각지대> <보리수 잎 반지>가 있다. 마한문학상과 전북문학상, 전북여류문학상 등을 받았다. 전북여류문학회 회장과 지초 문예회장을 역임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04 17:28

사유와 감성 확대…하다감 ‘시네마 로그 : 영화를 풀다’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환기하며 작품을 통해 사유와 감성의 확대를 모색하는 책 <시네마로그: 영화를 풀다>(수필과비평사)가 출간됐다. 중국‧한국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FFF영화제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해온 저자 하다감은 히든피겨스, 벌새, 소공녀 등 20편의 영화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집요하면서도 자상하게 풀어낸다. ‘영화를 알고, 영화를 보고, 영화를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고전영화부터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직관적이고도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분석해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찬실이가 자신의 인생에 의문을 가질 때마다 장국영은 답을 알려주는 대신 찾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결국, 찬실이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져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다. 영화의 마지막, 찬실이의 영화를 본 장국영은 박수를 보낸다. 스스로 성장한 찬실이의 인생에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뜻이리라”(p.51)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곁들인 하다감의 입체적인 안내를 통해 독자들은 예술적으로만 여겨졌던 영화의 세계가 격동하는 뜨거운 세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저자 하다감은 중국 베이징영화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1997년부터 영화해설과 영화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속 속풀이 1‧2‧3>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이야기>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04 17:28

종합문예지 ‘새만금문학’ 창간호 출간

종합문예지 <새만금문학>(신아출판사) 창간호가 출간됐다. 군산과 익산의 문우들이 의기투합해 시작된 <새만금문학> 창간호는 최근 지역 문예지가 겪고 있는 재정적‧분량적 축소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시와 소설, 수필과 평론, 대담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200여명에 달하는 필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문예지가 200~300쪽 내외로 발간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650여쪽에 달하는 분량은 파격적이다. 이는 단순히 페이지 수의 확장이 아니라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간척지가 품은 문화적 잠재력과 확장성을 문학으로 증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지향점은 창간호 특별대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철규 발행인과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새만금문학과 새만금이야기’라는 주제로 나눈 대담을 보면 새만금이 단순한 산업기지를 넘어 K-문화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새만금문학>을 문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서는 개척과 상생이다. 바다를 메워 새로운 땅을 열듯, 척박해진 순수 문학의 토양에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전국을 아우르는 필진 구성은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문학’으로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문학의 둑을 올린 원동력은 ‘사람’이다. 전근표, 김옥중, 김옥녀, 김병옥, 강현녀, 전재복 등 지역의 굵직한 문인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창간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들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새만금문화예술협회를 결성하고 전국 각지의 문우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주력했다. 창간호 책표지도 남다르다. 운경 황호철 작가의 작품 ‘새만금의 큰 뜻'으로 장식된 표지는 <새만금문학>이 지향하는 역동성과 생명력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묵직한 두께감과 어우러진 작가의 작품은 독자에게 새만금의 광활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김철규 발행인은 창간사를 통해 “새만금문학은 전국의 문인을 대상으로 원고 청탁을 통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대적 감각과 삶의 진지한 모습에 자연을 담아 역사를 그려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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