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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책 읽기] 스마트폰과 삶

불과 몇 달 사이 우리 삶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 1년 만에 스마트폰 이용자는 500만 명으로 급증했고 한낱 기계에 불과한 이 전화기 때문에 '스마트 푸어'(비싼 요금과 기계 비용 때문에 스마트폰 구매를 못하는 사람들)나 '크랙베리'(마약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랙과 스마트폰 블랙베리의 합성어)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책과 멀어지는 요즘. '스마트폰 삶' 속에서 '스마트한 삶'을 살기 위한 책 세 권을 소개한다.▲ 모바일 시장과 미래 전략스마트 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애플, 온라인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구글. 이들에게서 배울 점은 없을까? 「스마트 빅뱅」(MBN/ 매일경제신문사/ 1만 5,000원)이 그 답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가면서 본의 아니게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MP3 플레이어 등 많은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스마트폰이 IT세계의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온 것이다. 더욱이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을 넘어 TV 시장도 넘보고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들에게서 이 책은 그들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배경과 과정, 그리고 미래 전략까지 훑을 수 있는 기회. 앞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빅뱅의 한 가운데 와있는 2010년,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계기와 성찰을 줄 것.▲ 기초 이용법부터 활용법까지세계의 변화는 고사하고 당장 스마트폰 사용법도 모르겠다는 당신에게는 「아이폰4 Using Bible」(이윤환 저/ 황금부엉이/ 1만 4,800원)이 필요하다. 넘쳐나는 스마트폰 기능들 때문에 핸드폰 바꾸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이 책이 필수품. 스마트폰의 대표 아이콘인 아이폰(iPhone) 사용법을 담은 이 책은 제목처럼 아이폰 이용자에게는 성경 같은 존재. 아이폰 4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기본 조작법부터 메시지, 이메일 관리, 사진 등 아이폰의 기본 기능과 어플 활용에 필요한 정보까지 225가지 단락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단순한 조작법이 아닌 '요금 폭탄 피하기'나 '탈옥' '애플의 AS 정책' 등 실제 아이폰 사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설명과 함께 아이폰 화면 사진이 첨부되어 스마트폰 초보 이용자도 이해하기 쉬울 것.▲ 뻐근한 당신 스트레칭 하라요즘 유달리 뒷목이 뻐근하고 아프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진정한 스마트폰 이용자(?)다. 그 동안은 컴퓨터 이용으로 인한 목의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등의 첨단 디지털 기기들이 주요인.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버스 안에서나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다보니 목뼈, 척추 등에 안 좋은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오피스 요가 스트레칭」(송태영, 이리나/ 살림LIFE/ 8,800원). 책상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과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운동 기구 없이 할 수 있는 스트레칭 44가지가 담겨있다. 업무나 공부 중에 가볍게 할 수 있어 부담 없고 몇 가지 필요한 동작을 외워 놓으면 몸이 좋지 않을 때 바로 이용 할 수 있다. 운동양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허리를 강화하는 자세'나 '무거운 목을 위한 스트레칭' '뻐근한 등을 펴는 스트레칭'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추천 동작. 스마트한 삶을 살고 싶다면 '스마트폰 피로증'부터 풀어보자.

  • 문학·출판
  • 이지연
  • 2010.12.03 23:02

올해 출판계 '정의'열풍..진지한 책들의 귀환

올해 출판계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치철학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인기에 힘입어 인문 분야 서적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는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분야별 매출(판매액 기준)을 집계한 결과 인문(사회·역사와 문화·인문) 분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7% 늘었고 특히 이 가운데 사회 분야 매출은 50%나 급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종교 분야 매출도 28% 늘었고 문학(국내문학·해외문학·인물)은 6%, 학습서는 8%, 어린이 분야는 6%의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비즈니스(비즈니스·자기관리) 분야 매출은 2% 늘어나는데 그쳤다. 안지애 예스24 마케팅팀장은 사회 분야가 두드러진 성장을 한 것은 "올해 최고의 화두를 던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영향이 크다"면서 "종교 분야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올봄 타계한 법정 스님의 책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신앙고백서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16개 영업점과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교보문고도 올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분야별 도서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인문 분야 매출(권수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고 밝혔다. 역사·문화 분야도 2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교보문고 최대 영업점인 광화문점이 개보수 공사로 문을 닫았던 기간(4월1일부터 8월26일까지)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한동안 자기계발서 등 실용서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인문 서적의 부활에 불을 지핀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다. 올해 5월 24일 국내에서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61만 부가 팔리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온. 오프라인 서점 9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올해 들어 총 16주 동안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출간과 동시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문·사회 서적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지금까지 약 한 달 만에 12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서점가에는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 샌델 교수의 '왜 도덕인가?' 등 인문·사회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묵직한 주제의 인문·사회 서적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사회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출판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기구원'을 선정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독자들이 "근본을 찾으며 스스로 구원받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답답한 현실을 책 속에서라도 풀어보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소장은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인기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얘기해주는 책이 있으면 독자들의 수요가 언제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인문 서적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을 인문 서적의 부활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문 사회 서적이 모두 외국 서적이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경우 하버드를 부각시킨 마케팅의 승리"라면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몰고 온 인문 서적 열기도 "한 때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또 "우리 사회의 문제를 우리 필자들의 눈을 통해 풀어주는 책은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한국 사회라는 구체적인 맥락 위에서 공동체 문제를 묵직하게 풀어내는 작가를 발굴하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11.29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④가브리엘 마르께스 「백년 동안의 고독」

진실을 믿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주식이 하한가로 곤두박질 칠 때, 멀쩡하던 지인의 부음을 들었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TV에서, 눈 앞에서 일어날 때 나는 주문을 외운다. '아니야, 이것은 현실이 아니야.' 내가 본(들은) 것을 부정한다. 부정의 포즈가 강할수록 지독한 꿈은 현실이 된다. '천안함'과 '연평도'가 그랬고, 오늘 차 안에서 잃어버린 내 가방이 그렇다. 분명 차 뒷좌석에 있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마술처럼 그것은 공기 중으로 증발했다.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하서)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엔디아 가문의 4대에 걸친 저주와 신기루처럼 사라진 '마콘도'라는 마을의 이야기. 이곳에 근친상간의 저주가 있다. 터부를 통해 마을은 생겨났고 도시로 번창했다. 이 모든 것이 백 년 전의 예언에 의한 것. 돼지꼬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연금술과 사랑, 전쟁과 암살, 농장주의 착취와 파업이 혼란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맞물려 전개된다. 정말 좋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리라. 현실과의 긴장감을 가지면서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마콘도'를 '연평도'에서 보아내는 것.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환상인지 모를 때, 이 거짓말 같은 현실을 견디기 위해 자기만의 주문을 조용히 외워보는 것이다.대학 2학년 때 그녀는 신입생이었다. 나는 인문대 계단을 언제나 뛰어내려오던 그녀가 들고 있던 노란 표지의 꽤 두꺼워 보이던 그 책을 굳이 빌려달라고 했다. 단숨에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그녀에게 교통사고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계단을 내려올 때 다리 저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을, 내게 빌려준 「백년 동안의 고독」이 사실은 예비역 선배의 책이었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가방을 못 찾고 결국 차 밖으로 나왔다. 만추의 바람이 불었고 대학 캠퍼스의 미루나무에서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내 차 지붕에 쌓이는 잎들은 마술사의 손끝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종이 꽃잎 같았다. 문득 사라져 버린 것이 너무 많다고 나는 생각했다. 잊었던 나이를 한꺼번에 먹은 기분이었다. 20년 전 「백년 동안의 고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진실을 믿고 싶지 않을 때는 진실의 대가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표지가 바랜 책 속지에 '정말 잃어버린 것은 그것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때다.'라고 뒤늦게 쓴다.▲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현재 원광대 글쓰기센터 연구교수로 있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11.29 23:02

고향 방문 고은 시인 "무덤에서도 펜 안 놓을 것"

노벨문학상 후보이자 한국문학의 거장인 고은 시인(77)이 고향인 군산에서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영원히 떠나겠다. 잠잘 때도, 죽어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전북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인 '만인보'를 관람하기 위해 고향을 방문한 고은 시인이 20일 오전 군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고은 시인은 이 자리에서 "조국이 통일만 되면 내 나라를 떠나 민족을 잊고 싶다. 조속히 분단이 끝나길 바란다"며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내비췄다.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실패, 만인보, 고향 군산, 앞으로 활동방향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고은 시인은 노벨상 수상 실패가 한글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부정한 뒤 "한국어가 외국에서 번역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에 대해서는 "지난 2002년부터 수상후보로 올려놓고 있으나 지금까지 크게 신경 쓴 적이 없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즐겨 쓰던 유천희해(遊天戱海·하늘에서 놀고 바다에서 노니네)라는 글귀를 좋아한다"며 말문을 닫았다. 이는 욕심없이 작품활동 등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은 시인은 또 "숨을 쉴 때까지 글을 쓰고 무덤에서도 글을 쓰겠다. 25년이 걸린 만인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 쓰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다"며 내년에 만인보 특별판 제작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고은 시인은 전날 고향 선산을 찾은 데 이어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소회에 젖기도 했다. 고향땅을 밟으면 힘이 나고 새로운 활력소가 생기는 것 같다"며 군산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드러냈다.서울대와 단국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내년 3월부터 군산대 석좌교수로 임용돼 강의를 실시한다는 계획과 함께, 다양한 작품활동 등을 통해 독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홍성오
  • 2010.11.22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③당나라 유협의 『문심조룡(文心雕龍)』

인간은 무언가에 쫓기듯 살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자신에 대한 존재감일수도 있고 경쟁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생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행위일수도 있다. 예술은 그런 분야에서 인간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그 중 문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바야흐로 신춘문예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시기이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기웃거려 보거나 뛰어 들어 열정을 쏟는다. 글 한 줄 채우기에 밤새 끙끙대기고 하고 탁 튀는 단어 하나 고르기에 몇 날을 고심하기도 한다. 글 한 편에 그토록 몸살을 앓는 것도 아름다운 일인 듯싶다.나 역시 그런 열정으로 문학을 향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쉽게 나타나지 않는 길이어서 늘 목이 말랐다. 그러다 글쓰기에 대해 눈이 뜨이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글로 인해 알게 된 분에게서 받은 책 한권에 눈과 귀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신춘문예 응모 시기인 지금, 글 쓰는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 보기를 원하는 마음에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문심조룡(文心雕龍)은 당나라 문인 유협이 문장이론을 아름다운 문체로 엮어 놓은 책이다. 문장의 원리에서부터 작가의 인간성까지 10편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이론이지만 설명과 예문들이 정말 아름답고 적절한 표현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번역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그 기본 문맥은 같으리라 본다. 그 중 몇 구절을 여기에 옮겨 선보이기로 한다. 책을 읽고 적어 두었던 간단한 메모이다.나는 여태껏"만근이나 되는 종은 짤랑짤랑한 가느다란 울림을 내지 않는다."는 깊이와 "구름이 비가 되어 황하로 흘러 천리 사방을 적신다."는 은근함을 감히 생각해 보지도 못했으며 "아무리 아름다운 비단이 많아도 옷을 자를 때 치수를 정확히 맞추어 자르는 것"이 아름다움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라는 순리도 미처 깨닫지 못한 듯하다. "환희와 슬픔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문자도 같이 웃고 같이 눈물지을 만큼의 묘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고"꽃이 지나치게 많이 피면 가지를 손상시킨다."는 대목도 꼭 새겨두어야겠기에 밑줄을 그어 놓았다.다른 글을 인용할 때는 정밀한 논리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대목도 참으로 중요한 내용이었다. "아무리 미묘한 말과 아름다운 사실이라도 자리가 빗나가면 다리에다 보석을 장식하고 가슴에다 화장을 한 것 같다."는 비유는 얼마나 적절한 문장인가. 또 "한 편의 작품 가운데에도 여러 가지 심정의 움직임이 통괄되어 있어 마치 30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에 집결되어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는 문장의 기본원리나 조직에 관해서도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 이 외에도"감동이 자연에의 선물이라면 시상은 마음에의 보답 같은 것"이라든가 "말은 마음의 소리요 문자는 마음의 그림이다"등등의 아름다운 문장에 마음이 설레곤 했다. 언젠가는 내게도 그런 글 한 줄 뽑아 낼 수 있는 시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염원을 품은 때문이리라.김재희 수필가는 정읍 출생으로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로 등단했다. 2006년 수필집「그 장승이 갖고 싶다」를 출간했고, 행촌수필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재희(수필가)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11.22 23:02

"서두르지 말고 끈기있는 글쓰기 초점 맞춰야"

"1961년이 아마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처음 생긴 시점일 거에요. 김해강 신석정 선생님이 심사를 맡으셨죠. 신문에 내 시가 실린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정병렬 시인)"신춘문예 응모마감일 하루 전 단편소설을 봉투에 넣는 데 울컥 눈물이 났어요. 울면 재수 없다던데…. 내가 쓴 소설을 떠나보내기 전 어떤 형태로든 속앓이를 했던 것 같아요." (소설가 김애현)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예비 문인들의 가슴이 쿵쿵쿵 뛰는 시기.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당선자들은 등단 이전과 이후의 경험을 각각 들려줬다.2000년 소설로 등단해 극작가로 '업종 변경'해 활동하고 있는 최기우(최명희문학관 연구실장)씨는 "당선 못지 않게 당선 후의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신춘문예는 상을 한 번 받고 끝나는 백일장이 아니기 때문에 당선 못지 않게 당당하게 내밀 수 있는 작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씨는 "산문의 경우 적어도 수준높은 5편 정도는 준비한 뒤 등단 첫해를 시작해야 한다"며 "당선 첫해에 원고 청탁이 집중되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모작을 무조건 많이 제출하는 것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보낸 듯한 인상을 주기 쉬우니 스스로 최고의 작품을 엄선해 응모해야 한다고 말했다.문신 시인은 2004년 전북일보와 세계일보에 동시에 등단,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문 시인은 "낙선한 작품은 고쳐 쓰기 보다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떨어진 작품을 고쳐 낸다면 언젠가는 운 좋게 당선될 수도 있겠지만, 그 작품 하나로 끝날 위험이 있어서다. 문 시인은 "2003년까지 최종심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마음을 비웠던 기억이 난다"며 "식상한 이야기 같지만,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충실히 습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2001년 수필로 등단한 뒤 9년 만에 수필집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를 출간한 한경선씨는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선수'로 불려 다녔어요. 그래서 오히려 글을 멀리하게 됐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살아가는 여백에 낙서하듯이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만 끈기있게."1961년 등단했다가 절필을 선언, 30년 만에 문단에 다시 나온 정병렬 시인은 "그 당시는 치열하게 시를 쓸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 시인은 "나처럼 시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길 바란다"면서 "규정된 틀을 얽매여 준비한 작품들은 낙선한 반면 일기 쓰듯 자유롭게 쓴 글이 오히려 당선되더라"고 귀뜸했다. 이어 정 시인은 "불안한 시대를 시쓰기를 통해 통과하려는 문학청년들의 내면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11.18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②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장정일은 말한다. '지금 시대의 문학은 십 오년 후에 읽겠다. 십 오년 후에도 살아남은 작품은 그 때 가서 읽겠다는 얘기다.' 하루에도 수많은 소설책들이 쏟아지고 수많은 소설책들이 진열대의 위치를 바꿔간다. 이중에서 십 오년 후에도 살아남은 작품들은 얼마나 있을까?'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한 인간의 자책 어린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사회부적응자다. 신경은 예민하고 과대망상증 환자이며, 욕구불만으로 가득 찼다. 또한 사회와 사람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 속으로 지하생활자가 되어본다. 사람들을 피해 집에서만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지구 종말의 시대까지 그 인간을 비판하는, 그런 인간이 되어본다.인간은 지하생활자의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단지 숨기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의 존재이다.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다면, 발전도 없다. 하지만 지하생활자는 이러한 모습까지 조소한다. 어쩌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생활자를 내세워 인간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닌, 지하생활자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며, 인간을 비판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나에게 뼈아픈 충고였다.도스토예프스키를 니체는 스승이라고 불렀으나, 프랑스 실존주의자들은 오히려 그를 선구자로 추앙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삶은 지하생활자 같았다. 일생 동안 간질병으로 시달렸고, 사형 집행 직전에 풀려나 기나긴 시베리아 유형 생활을 하기도 했다. 광적인 도박벽이 있었고, 끝없는 궁핍과 고난을 가지고 살아갔다. 이런 경험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무겁다. 그리고 격정적이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 인간 내면을 읽는다. 함부로 말하는 듯 보여도 그의 문장에는 사회가 숨어 있고, 인간의 본질이 숨어 있다.'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에게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때론 이렇게 생각한다. 남과 어울릴 줄 모른다고 해서 인간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들 속에 우리가 서 있을 때다. 오해와 갈등으로 얼룩진 사건들, 자기 안에 갇혀서 남에게 함부로 던지는 말들, 자기야 말로 우월하다고 믿는 행동들,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우리는 자제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처럼 우리는 복잡하고 무겁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읽으며 나도 병적인 인간이 되어본다.▲ 백상웅 시인은 2010년 전북일보 동화 부문 신춘문예로 등단, 대산대학문학상(2006), 창비신인 시인상(2008)을 수상한 바 있다. 전남 여수 출생인 그는 우석대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이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11.15 23:02

'공감하는 인간'이 위기의 지구 구한다

'공감의 시대'(민음사 펴냄)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의 최신작이다. '노동의 종말'(1995년)에서 "첨단 기술이 화이트칼라의 직장을 빼앗을 것"이라고 전망한 데 이어 '소유의 종말'(2000년)에서는 '접속'(access)이란 개념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설명했던 그가 이번 책에선 기후변화 등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는 우선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믿음을 부정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고통과 행복을 자신의 것인 양 느끼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감(empathy) 의식과 유대감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강하게 내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고대 신화적 의식의 시대부터 기독교 문명의 발흥, 18세기 계몽주의와 19세기 이데올로기 시대를 거쳐 20세기 심리학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공감적 특성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본다. 그는 인류가 기술적으로 진보할 때마다 공동체의 크기가 커졌고 인간의 의식이 확장됐으며 공감 의식도 촉진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산업사회를 지탱해주는 석유 등 값싼 화석연료가 빠르게 소진되고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공감을 계속 성장시키고 글로벌 의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길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실제로 IT와 인터넷 혁명으로 공감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이 끝났으며 세계가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오픈소스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무료 오픈소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꼽았다. "경제활동은 더이상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전의를 다지고 벌이는 적대적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통하는 선수들끼리 힘을 합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험이다.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를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 경제 개념은 물러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나 자신의 행복을 증폭시킨다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에서 '윈윈 게임'으로, 폐쇄성에서 투명 경영으로, 이기적 경쟁에서 이타적 협업으로, 엘리트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분산 에너지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원제는 'The Empathic Civilization'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됐다. 이경남 옮김. 840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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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10.13 23:02

판소리의 미학 '제', 새롭게 풀어내다

"판소리 '제'는 판소리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입니다. 몇 차례 논문이나 책을 통해 내 견해를 제시했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놓자 싶었어요. 일반인들의 견해와 달라 혼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판소리의 바른 모습을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판소리 길라잡이'를 자처한 최동현 군산대 교수(56)가 「판소리 동편제와 서편제」(민속원)를 펴냈다. 이미 판소리에 관한 전문서적들을 여러권 펴낸 그는 이 책을 통해 판소리 미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를 새롭게 개념 정리했다. 학술적인 주제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글로 판소리 이해를 돕는다."'제'는 이제 판소리 분류의 기준으로서 그 유효성을 상실해버렸습니다. 판소리를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로 나눌 수 있었던 시절에는 그것이 판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현대 판소리에서는 '제'의 개념에 완전히 일치하는 순수한 동편제나 서편제는 없습니다. 모든 판소리가 '제'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요."그가 정의하는 '제'는 판소리를 이해하는 '참조의 틀(frame of reference)'. 그는 '제'가 창법, 전승 계보(소리 표준), 전승 지역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지만, 전승 지역과 창자의 출신 지역, 전승 계보를 판소리 '제'와 도식적으로 연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과거에는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사람들이 잘 이동하지 않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소리를 배우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다수의 소리꾼들이 서울에 모여 활동하면서, 서로 다른 '제'를 넘나들며 소리를 배우고 있죠. 결국 현대 판소리의 흐름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심미적 가치 범위 안에서 존재합니다."매주 전북일보에 '최동현의 명창이야기'를 연재했던 그는 연재한 내용을 다듬어 「명창 이야기」 와 함께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소리꾼들을 소개한 「소리꾼」 출간을 앞두고 있다."판소리 연구는 5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커다란 발전을 이뤘지만,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눈 감고 있는 것은 학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봐요. 학계의 연구 성과를 일반인들이 공유할 수 있을 때 판소리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이해의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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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0.10.13 23:02

佛 정통코미디 '스카펭의 간계' 재연

중세 소극(笑劇, Farce)을 주로 공연해온 극단 '수레무대'가 프랑스 정통 희극 '스카펭의 간계'를 17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17세기 극작가 몰리에르의 대표작으로 수레무대가 1993년 창단 기념작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몰래 연애에 빠진 청년이 아버지의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꾀쟁이 하인 스카펭에게 뒤처리를 의뢰하면서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속고 속이는 한바탕 소동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널뛰기를 이용해 등장하고 공중돌기로 퇴장하는 독특한 무대 연출을 시도한다. 2m 높이의 무대에 대형 시소를 설치하고 배우들의 의상도 17세기 프랑스풍으로 복원하는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도 수레무대 김태용 대표가 연출을 맡았으며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 연출가이자 배우인 백원길이 주연으로 출연해 재치 넘치는 희극 연기를 선보인다. 김 대표는 11일 "'스카펭의 간계'에서는 특이한 등퇴장 외에도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배우들의 코미디 연기를 맛볼 수 있다"면서 "국어로 번역한 대사를 우리말 리듬 속에서 풍요롭게 표현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11월 9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하며 1만2천~2만원. ☎031-358-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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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10.12 23:02

'나' 아닌 '나머지'의 이야기들을 들추다

"우리는 자신을 어느 정도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겨우 한 귀퉁이 정도만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나머지는 누가 보는 것일까? 그 나머지의 공간, 그 나머지의 경험, 그 나머지의 이야기들은 어디를 떠돌게 되는 것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소설가 윤성희(37) 씨가 등단 11년 만에 첫 장편 '구경꾼들'(문학동네)을 펴냈다. 소설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삼촌, 작은삼촌, 고모까지 함께 사는 '나'가 말하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은 '나'의 입으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대가족이 파란만장하고 극적인 삶을 산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 펼쳐진다. 이 소설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스쳐 지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진짜 삶의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쉽고 진솔한 문장으로 깨알처럼 촘촘히 되살린다. 소설은 아버지가 어릴 때 아이스박스에 이틀이나 갇혔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하면서 시작한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 그러니 '나'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아이스박스 이야기는 아버지의 프러포즈가 되고, 이는 하루에 백 개씩 돼지족발을 썰면서 홀로 어머니를 키운 외할머니 이야기로 이어진다. '나'와 가족의 이야기에서 수없이 많은 줄기가 뻗어나간다. 온 가족의 바다 여행을 떠나면서는 가족이 타고 간 봉고를 빌려준 아버지의 회사 동료 김 대리의 사연이 가지를 치고, 외할머니가 일출을 보다 우연히 만난 침낭 속 소녀의 이야기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주인공이다. 저마다 사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감칠맛 나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어느새 따뜻한 감동이 솟아난다.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잠이 들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옆에 서 있는 나를 꼭 껴안으며 자주 업어줄걸, 하고 생각했다. 업어 키우면 다리가 휜다는 기사를 읽은 후 어머니는 나를 거의 업어주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대신 자주 안아줬잖아요, 하고 대답했다."(56-57쪽)작가가 "삶이란 이런저런 것들을 쳐다보고 그냥 어리둥절해하는 일은 아닐까"라며 "미로를 헤매다보면 뭔가 희미하게나마 알게" 될 것이라며 쓴 이 소설에서, '나'는 그렇게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어른이 돼간다. 312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10.11 23:02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천년의 사랑여행'

가을은 사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 특별 공연'천년의 사랑 여행'은 사랑에 좌절한 우리에게 이 시대의 참 사랑을 묻는다. 1일 오후 7시, 2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려지는 이번 작품은 김명곤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이 총감독을, 류기형이 연출을 맡아 '2003 소리축제'의 개막작'백제물길-천음야화'를 새롭게 각색했다.'백제물길-천음야화'가 백제인의 음악기행을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였다면, '천년의 사랑 여행'은 '사랑의 노래'를 찾아 나서는 도깨비의 여정을 그린 음악 종합극. 옛 백제가요 '산유화가','정읍사가','서해안 용왕굿' 등을 토대로 해외 전통 가무악, 국악 관현악과 오케스트라 연주, 웅장합 합창이 조화를 이루며 삼위일체의 무대를 선물한다.중국 강소성 곤곡 예술단, 포마사섬(대만의 옛 이름) 루카이족 전통 민요단, 인도 카탁 전통 무용단, 캄보디아 왕실 무용단도 세계의 소리와 몸짓으로 사랑을 전한다. 인도 카탁 전통 무용단은 안숙선 명창이 부른 '춘향가'의 '사랑가'에 맞춰 사랑의 몸짓을 표현한다. 온소리국악단, 광주시립국악단, 전북대학생합창연합단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소리가 무대의 완성도를 높인다.류기형 연출가는 "다만 소리축제의 개막작으로서는 판소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아쉽다"며 "소리를 매개로 한 다양한 세계의 소리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10.01 23:02

도굴품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경로는

고대 에트루리아 도기 컬렉션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부 도시 멜피의 멜피박물관에 1994년 1월 강도가 들어 고대 도기를 훔쳐 달아났다. 이탈리아 문화재 전담 수사국은 위장에 능한 골동품 밀거래 시장이 머리 셋 달린 괴물 게리온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게리온 작전'이라고 이름 붙인 수사에 착수했다. 독일 뮌헨 경찰의 제보를 받고 뮌헨 골동품상 집을 압수수색한 이탈리아 경찰은 집에 있던 수영장에서 엄청난 양의 고대 토기와 항아리를 발견하면서 사건을 해결했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집에서 압수한 서류에서 지역 도굴꾼의 우두머리 이름을 발견했고 수사는 확대됐다. 고대 도기 도난사건으로 시작한 수사는 결국 자코모 메디치라는 고미술품 불법 유통업자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그의 창고에서는 골동품 수천 점이 발견됐고 결국 2005년 이탈리아 법원이 메디치에게 징역 10년형과 1만6천 유로의 벌금을 선고하는 것으로 10여 년에 걸친 긴 수사는 마무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맥도널드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인 피터 왓슨이 쓴 '메디치의 음모'(들녘 펴냄)는 멜피박물관의 도기 도난 사건에서 시작해 메디치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이탈리아 수사팀의 추적 과정을 담은 책이다. 영국 신문 '타임스'의 뉴욕특파원을 지내기도 한 저자는 소설 요소를 가미해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수사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도굴 미술품의 유통 경로를 극적으로 그려낸다. 책이 말하는 도굴 미술품 유통경로는 충격적이다. 세계 유수의 경매 회사와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유명 컬렉터들은 뻔히 실상을 알면서도 메디치 같은 유통업자에게서 미술품을 샀고 버젓이 세상에 이를 내놓는다. 저자는 불법 고미술품의 유통이 성행하는 것은 바로 이들 작품의 수요자인 박물관과 미술관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이야말로 진짜 도굴꾼이자 불한당이다. 고고유물의 현실적인 필요는 그들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사회 환원이란 명목과 세금 감면이란 실익으로 컬렉터들을 유인하여 그들의 소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하도록 만든다. (중략) 그들은 개탄스러운 이 문제를 척결해야만 하며 이탈리아와 세계 각지에서 반출되는 막대한 양의 아름답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512쪽)원제는 'The Medici Conspiracy'로 2006년 출간됐다. 세실리아 토데스키니 공저. 김미형 옮김. 564쪽. 2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9.30 23:02

伊정치철학자 네그리를 위한 비판

이탈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1933∼)는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안토니오 그람시와 게오르그 루카치에 버금가는 서구 마르크스주의 거목이기도 하다. 네그리는 1970년 이탈리아 비의회 좌파의 대중운동에 전략가, 교사, 조직가로서 적극 참여하는 등 평생을 코뮤니즘에 바쳐 왔다. '이제 모든 것을 다시 발명해야 한다'(갈무리 펴냄)는 네그리와 함께 활동하거나 지적 공유 관계에 있는 동료 7명이 그의 사상이 어디에서 기원했고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 본 책이다. 저자들은 스타 사상가로만 여겨지거나 오해와 오독(誤讀)의 대상이었던 네그리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통해 그의 사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70년대 그와 함께 아우토노미아(자율) 운동을 했던 세르지오 볼로냐는 국가와 당의 역사적 역할에 대한 네그리의 견해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그가 산업노동자의 헤게모니와 당의 매개적 역할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한다. 닉 다이어-위데포드는 전 지구적 생산체제에서 비물질적 노동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끄집어낸다. 그는 네그리와 그의 동료인 마이클 하트 듀크대 교수가 말하는 비물질적 노동 개념과 그 맹점을 설명하면서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보편노동' 개념을 제안한다. 보편노동은 현대 기술과학을 구축한 창조적 힘이다. 보편노동의 부분인 비물질적 노동, 물질 노동, 궁핍 노동이 참여적인 일반 지성으로 네트워크화되고 재구성될 때 보편노동은 비로소 정치적 힘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케네스 수린은 네그리의 사유를 국제금융자본에 대한 저항과 관련지어 다룸으로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운동의 무대로 떠오른 지구촌 금융세계를 저항적 실천의 테두리 안으로 불러온다. 티모시 S. 머피ㆍ압둘 카림 엮음. 윤영광ㆍ강서진 옮김. 372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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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9.27 23:02

영화로 살펴본 한국 근현대사

'팩션(faction)' 붐이 일고 있다고 할 만큼 특정 시기의 역사를 다룬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 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등의 시기를 겪으면서 영화는 시대와 결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영화는 역사다'는 영화평론가 강성률 광운대 동북문화산업학부 교수가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영화에 나타난 근현대사를 분석한 책이다. 추상적인 담론을 배제하고 영화에 나타난 역사적 시각을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에 비춰 풀이하고 한계를 지적했다.저자는 역사 영화는 과거의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현재를 그린 영화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고 말한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청춘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영화 속에 그려진 서울의 풍경을 보고 당시 서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 같은 사건을 다룬 영화라도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면서 특정 사건을 특정 시각에서 해석한 영화는 제작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각 장을 시대별로 나눴다. 제1장 '한국영화 100년, 한국현대사 100년'에서는 한국 영화사를 개괄했으며 제2장 '일제강점기와 영화'에서는 선전도구 역할을 했던 친일 영화에 주목하면서 '낮은 목소리' 등 위안부 여성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다뤘다. 제3장 '분단과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들'에서는 '웰컴 투 동막골' '피아골' '태백산맥' '길소뜸' '송환' '우리 학교'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아우르면서 제주 4.3 항쟁에서부터 한국전쟁, 빨치산, 이산가족, 비전향 장기수 등을 분석했다. 제4장 '군부독재와 영화'에서는 '바보들의 행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님은 먼 곳에' 등의 영화로 1970~1980년대를 조명했으며 제5장 '2000년대 우리 모습을 담은 영화들'에서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봉준호 감독과 임순례 감독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288쪽. 1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9.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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