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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한국의 탈춤

지난 1일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의 '등재 권고'의 내용을 알렸다. 보통 평가기구는 등재 신청서가 제출되면 유산을 심사한 후 그 결과를 '등재'(inscribe), '정보보완(등재 보류)'(r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으로 구분하여 발표하는데 우리의 '한국의 탈춤'은 '등재' 판단을 받았다.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기구는 이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등재 권고 판정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최종 등재 여부는 11월 28일∼12월 3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제17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인류의 유산에는 자연유산과 기록유산 외에도 특별한 유산이 존재한다. 그것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UNESCO)는 1989년 전통문화 및 민속 보호에 관한 유네스코의 권고, 1994년 인간문화재 사업, 1997년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 사업을 거쳐 2003년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의 근간이 되는 '무형문화유산 보호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그것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찾아 보존, 유지, 전승하기 위한 세계인의 약속으로 이에 필요한 지정 및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여 2022년 현재 139개국 629건의 무형문화유산이 지정돼 있고 한국은 21건이 등재되어 있다. 한국의 등재 내용으로는 가곡, 강강술래, 강릉단오제, 김장(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농악, 대목장, 매사냥, 씨름, 아리랑, 연등회, 영산재, 남사당놀이,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제주 해녀문화, 종묘제례·종묘제례악, 줄다리기, 줄타기, 처용무, 택견, 판소리, 한산모시짜기가 있다. 한국의 탈춤은 조선시대에 유행한 놀이로 탈을 쓰고 연기와 춤, 사실적 재담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던 서민들의 해학적 춤판을 말한다. 그 당시 놀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이었다. 서민에게는 평소에 말하지 못하고 속내를 풀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는데 그러한 속내의 내용을 담아 탈을 쓰고 극과 춤으로 시대 상황을 풀어낸 것이 바로 탈춤이다. 그러므로 탈춤은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놀이였다. 근대에 들어 더욱 발전하여 거침없는 행동과 재미있는 말솜씨로 양반과 고관대작의 허위와 가식을 풍자하고 억압받는 자신의 울분을 알려 해결하고자 하는 전통예술로 표출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학가의 민중운동과 더불어 널리 알려져 많은 젊은이가 놀이를 배우고 즐겼는데 현재에는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환경까지 잘 조성되어 탈춤은 전 국민이 많은 사랑을 받는 민속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한국 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바탕으로 우리 탈춤의 우수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 속의 문화 가치임을 확인했다. 향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한민족의 무형유산들이 소중히 더 등재되기를 소원하며 다시금 한국 탈춤의 기쁜 소식을 오늘 독자에게 알려 드린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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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3 16:2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녹두장군 전봉준

10월 28일 저녁 정읍의 전봉준 고택에서는 창작 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의 공개 시연회가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동학에 관련된 많은 학술 세미나, 예술 공연 등이 있었지만 오늘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전통예술의 고장이자 동학혁명발상지 정읍에서 현대 문화운동의 거목인 창본 작가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리꾼이 함께 자리하며 판을 이끈다는 사실이다. 창작판소리 창본 집필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마당극의 창시자 임진택 이사장. 작창과 완창을 도울 이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송재영 명창, 국립민속국악원장 왕기석 명창이다. 그들은 3시간 동안 동학에 대한 이해와 진실을 소개하며 소리판으로 이끌 것이다. 오늘의 공연은 누구나 평등 하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사상과 더불어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 한반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정읍 전봉준 생가에서의 시연회를 시작으로 11월 4일 정읍 연지아트홀, 10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19일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뜻깊은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동학혁명은 1894년 신분제 중심의 오래된 체제를 개혁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일어난 혁명이다. 또한, 일본 국권 침탈에 맞서 싸운 민족의 봉기로써 큰 의미도 있으며 애국이라는 민족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과 위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으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고 왜곡, 축소되어 왔다. 그러던 중 1960년 4.19혁명 이후 동학혁명의 재조명이 시작되었고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사 정리를 위한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이 추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은 전라북도 고부(정읍시의 면) 전창혁의 아들이었다. 당시 전라 고부 군수 조병갑은 악랄한 탐관오리였는데 그는 만석보란 대형 저수지를 축조하여 사용료를 부과하였고, 자신의 아버지 공덕비를 세우겠다며 양민들로부터 엄청난 조세와 잡세를 걷고 양민들에게 강제적 노역을 부여하는 등 백성들을 괴롭혔다.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정읍 고부 고을의 백성들은 전봉준의 아버지인 전창혁을 대표로 뽑아 탄원서를 제출하게 하였으나 군수는 그를 모진 곤장으로 형벌을 내렸고 보름도 안되어 사망하기에 이른다. 이에 분노한 전봉준은 봉기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겼고 탐관오리의 수탈, 부정부패를 알리며 첫 동학혁명의 계기를 만들었다. 오늘 그러한 과거 민초의 역사가 판소리란 민족예술로 만들어져 국민에게 다가선다. 판소리는 조선말 가장 민중의 애환을 잘 표현하고 즐겼던 대중음악이었으며 현대 창작판소리는 계몽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오늘 목놓아 부르게 되는 창작 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이 진정 하나의 불씨가 되어 현 어려운 정국의 희망 밀알이 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필자는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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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7 17:5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진경進慶

진경(進慶)은 "경사스러운 일을 끌어들인다."란 뜻으로 드넓은 호남평야 속에 영그는 풍요의 밀알처럼 전라북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며 만든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정기공연 작품 제목이다. 탄탄한 주제로 풀어낸 해당 작품의 플롯(plot)은 호남평야란 모티브와 연결되어 광활한 토지 그리고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농악 연희, 소, 물, 고깔 등 다양한 전통의 교합을 통해 성대히 펼쳐졌다. 벽사, 푸른 볏골, 지평선, 초로, 뜰볼비굿, 농악 그리고 Epilogue. 진경이란 작품 흐름은 고전적 의지를 그려내는 아크 플롯(Arch-plot)의 미학적 효과로 나타났다. 사람과의 거리를 염두해야 하고 적정 온도를 걱정해야 하는 현 펜데믹의 현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벽사의 모습은 한민족 농악 가락과 창의적 춤사위로 표현되었다. 숨죽여 이어지는 영롱한 물의 흐름 동작은 간결한 몸 사위와 지팡이의 미학적 교합으로 나타났으며, 지평선에 펼쳐진 아낙의 춤사위는 애처로움보단 애정이란 감성의 호흡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네 어머니는 호남평야에서 삶을 녹였다. 드넓은 평야에서의 타고난 숙명. 부정하고 싶지 않은 초로 농부의 모습들.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들지만, 누군가는 쇠를 치고 누군가는 북과 장구를 울렸다. 액을 쫓고 복을 비니 공동체는 신명으로 하나가 되었고, 고된 삶은 희망의 기원으로 승화되었다. 그들은 노란 고깔에 순정을 바치고 마음을 기댔으며, 흐드러진 춤사위로 아픈 마음을 가슴에 품기도 했다. 장구가락, 쇠가락, 북가락에 눈물짓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흐느껴도 보았다. 그렇다. 호남평야에서 우리의 부모님은 그렇게 마음을 다했고 진경이란 축복에 힘쓰며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했다. 무용의 작품 플롯과 함께 다가온 매력의 요소는 음악과 의상, 영상과 조명이었다. 강렬한 가야금의 탄성, 장구의 리듬분할과 더불어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팀파니의 교묘한 화합. 편종, 튜블러벨 사운드의 놀라운 등장과 음역에 따른 장면의 이입과 몰입. 장석진 작곡가의 신들린 국악, 양악 어울림은 진경이란 작품을 한층 더 완성시켰다. 간결하지만 매혹적인 의상, 조명의 김철희 감독과 영상의 황정남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호흡을 다져온 명불허전. 그들의 전통무용과 연계된 작품은 이미 국립국악원에서 펼쳐진 "화무"와 "벽파 박재희의 춤"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음악과 의상, 조명과 영상은 냉철한 조주현 연출가의 원칙 아래에 큰 명화로 그려졌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을 이끄는 이혜경 단장의 "진경"은 반문(反問)을 변화시키는 반향(反響)의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전라북도의 콘텐츠를 잘 끌어낸 작품으로 우리 지역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춤사위로 만들어냈다. 공연을 마치고 로비에 모인 많은 수도권 춤 평론가들의 모습이 반가웠던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이유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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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0 18:0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바른 덕목德目의 길

주어진 삶을 살아감에 있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함께 생각하며 바른 이치로 인연을 만들면 그르칠 리 없으며 타인과 다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웃에게 자신의 모습이 모순과 잘못으로 비추어진다면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필자도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항상 주의 깊게 돌아보며 주변을 살펴볼 때가 많다. 항상 바른 성현들의 글을 읽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아야 하며 바른 덕목의 길이 무엇인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장자莊子는 사람들이 흔히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여덟 가지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자기 할 일이 아닌데 덤비는 것은 ‘주착做錯’이라 하였다. 자기 일이 아닌데 덤비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얻기 위함이니 잘못된 판단이며 들어내 보이는 꼼수이다. 둘째, 상대방이 청하지 않았는데 의견을 말하는 것은 ‘망령妄靈’이라 했다. 이는 타인의 의견보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섣부른 이기심에서 나온 허세이다. 무릇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듣고 숙지해야 한다. 셋째,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말하는 것을 ‘아첨阿諂’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다른 쉬운 방법으로 이득을 얻고자 함에서 나오는 편법이다. 스스로 능력을 학습하고 정진하여 실력을 쌓고 더불어 격에 맞는 상대방을 향한 예의와 처신을 공부하자. 넷째,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말하는 것을 ‘푼수分數’라고 한다. 주어진 일에 수행할 능력이 있고 지식을 갖고 있다 해도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고 말하면 섣부름에 무시당하고 있는 지식도 폄하 당한다. 다섯째,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것을 ‘참소讒訴’라고 한다. 자신의 장점을 더 나타내기 위해 상대방의 부족함을 더 과장하여 쉽게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되며 고칠 수 없는 병이 된다. 여섯째, 남의 관계를 갈라놓아 버리는 것을 ‘이간離間질’이라고 한다. 자신의 행동에도 믿음과 책임성이 없기에 주변인의 마음을 교란해 판세를 갈라놓으려는 치졸한 처세술의 한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진실하고 친절하게 대하라. 일곱째, 나쁜 짓을 칭찬하여 올바른 사람을 타락시키는 행동은 ‘간특奸慝’하다고 한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패覇를 얻기 위해 위선적인 배려를 함과 같다. 그러한 위선의 배려는 헛된 당위성으로 포장하여 더 나쁜 길로 타락시킬 뿐이다. 덕이 없음을 뜻한다. 여덟째,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비위를 맞춰 상대방의 속셈을 뽑아보는 것을 ‘음흉陰凶’하다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자신의 속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소통함에 있어 거짓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상대방의 마음도 이미 함께 거짓으로 포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덟 잘못은 밖으로는 남을 어지럽히고, 안으로는 자기의 몸을 해치기 때문에 군자는 이런 사람을 친구로 사귀지 말고, 성군은 이런 사람을 신하로 삼지 말라고 하였다. 더불어 공동체에서도 무릇 여덟 가지의 잘못을 자주 보이는 자를 경계하고 주의해야 하며,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서로 상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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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3 17:1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젊은 그대에게

욕(跨下之辱)이었던 것 같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또한 바로 이 고사성어로 일만의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 버팀목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공동 사회" 중심에 젊은 그대의 말과 행동이 훗날 성공의 동기부여로 나타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고사성어 과하지욕이란 대장군이었던 한신(韓信)의 처신에서 나온 말로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는다>란 의미이다. 과거 한신은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이었다. 그의 집안은 진나라 진시황 밑에서 멸문지화를 당한 가문으로 젊은 시절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스스로 어리석은 척하고 용기 없는 이처럼 생활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신에게는 높은 뜻도 있었고,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의 무술 실력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재주를 숨기고 괄시받으며 이유 있는 삶을 지탱했다. 과하지욕에 대한 일화를 살펴보자. 진나라 회음의 시장 거리에 불량배 한 명이 있었는데 백정의 아들로 아주 포악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는 한신 앞에 시비를 걸며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구나?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너의 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라!”라고 하자 한신은 불량배의 말처럼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고 황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훗날 왕의 자리에 오른 한신은 이 일에 대해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만약 그를 죽였다면 죄인으로 쫓겼을 것인데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과하지욕은 바로 그러한 일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많은 이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과거 중국 월나라의 구천은 다시 일어설 발판을 찾고자 오나라 부차의 대변을 찍어 먹었으며, 조선의 흥선군은 투전판과 저잣거리의 파락호 노릇을 하며 온갖 수모와 모욕을 견디고 계획한 대로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위에 올려 대원군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고된 인내와 기다림은 삶의 큰 변화를 만들고 버팀목이 될 수 있으며 그대에게 값진 기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나라 안팎의 전쟁, 범죄, 논쟁 등 관용과 타협이 없는 시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굽힘은 그리 어렵고 괴로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그대가 힘과 지략이 없는 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굽힘이 의지를 꺾는 굴종이 될 수 없듯 정의를 아는 젊은 그대는 우리 시대 포용과 협치의 주인공으로 굳건히 바로 설 대한민국의 소중한 보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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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7:1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한다

필자에게는 네 분의 스승이 계시다. 국악을 처음 알게 해주시고 판소리를 통해 우리 음악의 흐름과 멋을 알려 주신 전라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명예 보유자, 이날치의 외손녀 이일주 명창, 아쟁이라는 전통악기를 가르쳐주시고 민속악의 논리와 바탕을 세워주신 서울시무형문화재 아쟁산조 보유자 박종선 명인, 한민족 별신굿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알려주시고 굿의 신명과 흥을 전해주신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 명인.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한다’란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바로 전통춤과 구음의 고故 김수악 명인이시다. 이일주, 박종선, 정영만 선생님께는 직접 소리와 악기, 굿을 배우며 가르침을 받았지만, 김수악 명인에게는 춤을 배우지 않았다. 배우지 않고 스승님의 가치와 존엄을 잇는 이유는 십여 년간 선생님의 춤 반주를 통해 춤의 자세, 기량, 정신과 가치관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수악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의 예능 보유자셨다. 또한, 경남 진주교방에서 전해온 교방굿거리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경남무형문화재로 만드신 분이기도 하다. 김수악 명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대화의 시간이 많았다. 특히 예술에 대한 애정은 깊으셔서 어린 시절 공부하실 때의 상황이나 속내를 말씀해 주시곤 하셨다. 선생님은 어릴 적 춤보다 먼저 유성준과 이선유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유성준 명창은 본인의 외삼촌이라 특별하셨고 그분의 성미는 워낙 급하셔서 하나하나 가르침에 빨리빨리 터득해야만 했다고 추억하시며 웃으신 적도 있다. 그 덕에 소리의 근본을 알게 되고 이렇게 구음도 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유성준 명창이야말로 김수악 선생님의 최애 스승이자 가족이 아니었을까? 이후 김수악 명인은 많은 스승에게 가, 무, 악을 고루 익히게 된다. 김수악 명인이 전수한 예능 중 진주교방굿거리춤은 특별해서 항상 제자와 악사에게 애정 어린 말씀을 많이 하셨다. 특히 전통악기의 반주보다 선생님의 구음으로 많은 교방춤이 추어졌는데 “헛간의 도리깨도 그 구음에 춤을 춘다.”란 소문이 있었다. 하루는 필자가 “선생님, 왜 교방굿거리춤은 악기 반주보다 선생님 구음으로 해야 더 맛이 날까요?” 여쭸더니 “전라도엔 악사가 많은데 이쪽(영남)엔 없잖아, 그래서 내가 장구치고 소리로 춤을 가르쳤더니 습관이 되어서 그런가?”라고 먼 곳에서 오는 반주자인 필자를 보며 넌지시 웃으신 적이 있다. 물론 지역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춤을 만들고 느끼며 함께한 스승의 목에서 나오는 구성진 소리만큼 진정한 반주가 또 있을까? 이후 필자는 교방굿거리춤의 구음은 반주가 아니라 교방춤과 호흡 자체란 것을 느꼈고, 교방굿거리와 구음은 춤과 하나란 교훈을 갖게 되었다. 교방굿거리춤은 교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생의 춤이라 잘못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보내며 더욱 그러했다. 그러한 암울한 시대를 보내며 교방굿거리춤은 굳건히 숨을 지키고 소중히 전통예술의 명맥을 보존하고 있다.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했던 김수악 명인의 구음 그리고 교방굿거리춤. 그것은 과거 지역의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삶이자 숨결로 소중히 이어 나아가 할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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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16:55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2022 군산국제무용축제

지금 예향 군산에서는 의미 있는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군산항. 그곳에서 길을 묻다”란 주제로 인문학, 춤을 통해 군산항을 비롯한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고 있으며 시민과의 예술적 교감으로 문화도시 군산의 역사성, 창의적 문화 지향점을 찾고 있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군산지부(지부장 최재희)는 지난 2021년 4월 군산 팔마예술공간에서 창립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군산의 대표적 무용가인 육정림, 장금도 명인 소개를 시작으로 전통춤, 발레, 현대무용 세 장르의 공연을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었는데, 특히 군산 전통예술의 국제무대 진출 모색, 신진 안무가 발굴육성 및 국내외 활동 지원을 위한 방안 추진, 국제 무용교류 및 공동창작 예고, 국제무용축제 창설, 무용예술 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많은 비전을 제시하며 군산의 문화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조직이 가진 CID-UNESCO(Conseil International de la Danse)는 지난 1973년 창설된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산하 무용분야 국제기구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사무국이 있으며 약 180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단체이다. 1996년 출범한 CID 한국본부에서는 매년 가을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무용행사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를 포함, 한국 무용인들의 해외 진출, 국제공동제작 및 레지던시, 무용분야 학술사업 및 대중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2022 군산국제무용축제는 '춤으로 시작하여 마음으로 하나 되는 자유로운 몸짓'을 표방하며 기획되었다. 특히 군산항이라는 콘텐츠를 주제로 두었는데 이는 군산이 가진 역사적 현장의 가치와 더불어 순수예술의 교감을 통해 민족혼을 찾고자 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첫째 날인 20일에는 '군산무용 변천사'란 주제로 인문학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육정림, 장금도 예인을 통해 바라본 군산 무용의 100년사를 논하고 예향의 고장임을 확인하였으며, 둘째 날인 21일에는 110년 동안 군산의 근대화를 함께한 세관창고의 역사와 숨결을 현장의 춤사위로 풀어내며 축제가 주어진 역사성, 동시대성을 충실히 실행했다. 특히 셋째 날인 22일엔 군산항을 주제로 무용 창작작품을 실연하였는데 지난 과거 지역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축제가 지닌 문화의 정체성과 수용성은 지극히 순수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즐거움이 있었고 때론 아픔과 슬픔을 나누고 희망이란 미래를 곱씹었던 우리 지역 삶의 현장들. 춤으로 그러한 문화유산을 돌아보고 가치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글쓴이는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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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2 16:44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구절초의 맛

푸르른 9월이 돌아오면 전라북도 정읍에는 구절초의 향기가 넘쳐난다. 특히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구절초는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며, 단아한 풍경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온 천지를 덮는다. 구절초(九折草)란 명칭은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고 약으로 많이 유용하게 쓰였다는 유래에서 전해지고 있다. 9월은 구절초 꽃이 만발하는 시기로 9월 9일이면 ‘중양(重陽)의 날‘이라 하여 통일신라 시대에는 안압지(雁鴨池)란 곳에서 연례 향연을 가졌다고 한다. 구절초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고 독이 없으며,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약제로 쓰이는 귀한 식물이었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건위, 신경통, 정혈, 식용촉진, 강장, 부인병 등의 약재로 쓰였는데 본초강목<명나라의 이시진이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관찰·수집하고 문헌을 참고하여 저술한 의서>에 따르면 구절초는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꽃으로 차(茶)를 만들어 마시거나 말려서 베개 속에 넣어 사용하면 머리를 맑게 하여 두통을 없애고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도 논의되어 있다. 구절초는 음식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 맛의 첫 번째는 구절초 막걸리로 여느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그리고 밀로 만든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평범한 재료들이 그렇게 합을 이룰 때면 구절초 원액을 넣고 본연의 구절초와 함께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부어 보름 동안 그늘진 곳에 발효를 시작한다. 향이 우러날 때쯤이면 구절초 막걸리는 완성되고 맛은 단아하고 청초한 구절초의 향기와 함께 시금털털한 막걸리 참맛을 느끼는 행복 그 자체로 남는다. 참으로 신통한 맛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구절초의 맛은 바로 식혜에 있다. 구절초는 음력 9월 9일이 되면 9마디가 생기는데 이때 채취해야 그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그런 꽃을 생리불순과 산후에 먹으면 약효가 좋고 임신에도 도움이 된다하여 우리의 선조들은 구절초를 바로 식혜로 만들어 곁에 두고 음용했다. 구절초 고장 정읍의 특별한 제조 방법을 살펴보면 우선 엿기름에 구절초 원액을 넣고 손으로 합을 잘 만든 후 삼베보자기로 걸러주고 지에밥<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고두밥>과 함께 넣어 두어 그 천혜의 맛을 준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후다. 8시간을 삭히는 그 정성, 기다리는 준비의 시간은 마치 구절초의 꽃말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다. 그렇게 구절초 식혜는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 다가왔다. 더불어 구절초에는 화전(花煎)이라는 음식도 있었으니 꽃 수술 부분은 빼고 이파리 부분만 먹는데 그 맛이 부침개와 함께 입안에 퍼지면 마치 입안에 구절초를 키우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화전은 봄꽃으로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구절초는 참으로 신묘한 꽃이 아닐 수 없다. 풍성하고 복된 9월의 중순, 우리네 정읍의 구절초를 생각하며 전통의 멋과 맛을 음미해 본다. 멋으로 보이기에도 그 기운이 넘쳐나 우리 천혜 자연의 맛으로 승화시킨 우리 한민족. 전통문화유산의 멋과 더불어 맛도 영원하기를 소원하며 구절초의 청초한 모습을 행복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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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5 18:28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현現 국악교육의 단면

지난 8월 12일과 21일. 일주일을 사이로 전라남도 광주와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큰 국악계의 이슈가 있었다. 먼저 광주의 일을 소개하자면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광주지역 국악인 연합은 8월 12일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삭제돼서는 안된다"고 집회를 열고 현행 "교육부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국악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면 삭제하려는 시도가 사라지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이유의 전모는 이렇다. 교육부가 공개한 문제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면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 여기서 '성취 기준'이란 교육 목표를 의미하며 향후 변경되는 학교 수업과 평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 속엔 국악이란 단어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논란에 교육부는 "서양음악, 국악 등 장르를 구분하기보단 실생활 위주의 교육을 위한 개정 과정에서 국악이란 표현이 빠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통공연예술을 제작하고 알리는 필자로서도 이해가 어려운 논리였으며 설득력이 부족했다. 또 다른 우리 지역의 이슈를 살펴보자. 전라북도는 지자체 최초로 지역 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미래 예술 재원의 발굴, 육성 목적으로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과 전라북도어린이교향악단을 분리, 독자적인 어린이예술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통예술인 국악과 서양음악 본연의 전문적이고도 심도 있는 어린이 영재교육을 통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더욱 빛을 발하여 세계 문화 선진국을 모색한다는 지역 문화정책의 중요한 아젠다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우리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의 제18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8월 2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코로나19가 심했던 지난 3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온·오프라인으로 정기적인 실기교육을 운영하였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연주회를 성대히 치를 수 있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이러한 두 이슈를 살펴볼 때 현 교육부와 지자체는 왜 이토록 상반된 지향점을 갖게 된 것일까? 포용하여 준용하고자 하는 의미와 드러내어 독자적인 수용으로 교육하고자 하는 의미는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지혜롭게 끌어내며 담아 가느냐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도 밝혔듯이 전통은 불온한 혁신과 수용 속에 본질을 잃을 수도 있고, 섣부른 융합과 무관심 속엔 사라질 수도 있는 정서적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전통은 혁신보다는 관심 속의 수용과 포용 그리고 올곧은 전승으로 소중히 지키고 이어가야 할 유산인 것이다. 교육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기도 하다. 특히 민족의 예술교육은 더욱 그렇다. 새로운 교육정책의 방안이 공론화된 검토 없이 채택된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지자체의 전라북도 산하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전라남도교육청 산하 예술영재원, 경상북도교육청 예술영재 김천교육원 등 국악과 음악을 분리하여 영재교육을 시행하거나 연주단을 운영하는 기관들 모두 음악이라는 단일화된 예술교육 정책으로 바꾸고 지향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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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15:44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현現 국악교육의 단면

지난 12일과 21일. 일주일을 사이로 전라남도 광주와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큰 국악계의 이슈가 있었다. 먼저 광주의 일을 소개하자면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광주지역 국악인 연합은 12일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삭제돼서는 안된다"고 집회를 열고 현행 "교육부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국악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면 삭제하려는 시도가 사라지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이유의 전모는 이렇다. 교육부가 공개한 문제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면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 여기서 '성취 기준'이란 교육 목표를 의미하며 향후 변경되는 학교 수업과 평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 속엔 국악이란 단어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논란에 교육부는 "서양음악, 국악 등 장르를 구분하기보단 실생활 위주의 교육을 위한 개정 과정에서 국악이란 표현이 빠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통공연예술을 제작하고 알리는 필자로서도 이해가 어려운 논리였으며 설득력이 부족했다. 또 다른 우리 지역의 이슈를 살펴보자. 전라북도는 지자체 최초로 지역 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미래 예술 재원의 발굴, 육성 목적으로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과 전라북도어린이교향악단을 분리, 독자적인 어린이예술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통예술인 국악과 서양음악 본연의 전문적이고도 심도 있는 어린이 영재교육을 통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더욱 빛을 발하여 세계 문화 선진국을 모색한다는 지역 문화정책의 중요한 아젠다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우리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의 제18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2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코로나19가 심했던 지난 3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온·오프라인으로 정기적인 실기교육을 운영하였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연주회를 성대히 치를 수 있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이러한 두 이슈를 살펴볼 때 현 교육부와 지자체는 왜 이토록 상반된 지향점을 갖게 된 것일까? 포용하여 준용하고자 하는 의미와 드러내어 독자적인 수용으로 교육하고자 하는 의미는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지혜롭게 끌어내며 담아 가느냐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도 밝혔듯이 전통은 불온한 혁신과 수용 속에 본질을 잃을 수도 있고, 섣부른 융합과 무관심 속엔 사라질 수도 있는 정서적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전통은 혁신보다는 관심 속의 수용과 포용 그리고 올곧은 전승으로 소중히 지키고 이어가야 할 유산인 것이다. 교육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기도 하다. 특히 민족의 예술교육은 더욱 그렇다. 새로운 교육정책의 방안이 공론화된 검토 없이 채택된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지자체의 전라북도 산하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전라남도교육청 산하 예술영재원, 경상북도교육청 예술영재 김천교육원 등 국악과 음악을 분리하여 영재교육을 시행하거나 연주단을 운영하는 기관들 모두 음악이라는 단일화된 예술교육 정책으로 바꾸고 지향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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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5 16:2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고개를 숙이면

맹사성은 고려 말의 문신으로 조선 초의 정승을 역임한 위인이다. 소박한 성격과 청렴한 생활로 황희 정승과 함께 청백리淸白吏의 상징으로 통했으며, 뛰어난 업무 능력과 인품을 바탕으로 조선에서 가장 오랜 기간 좌의정의 자리를 지킨 위인이기도 하다. 또한, 맹사성은 우리 고유 음악인 향악에 지식과 관심이 많아 조선 초기 전통 음악과 중국 음악의 조화를 모색하여 우리 음악을 새롭게 정비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전통 관악기인 대금을 잘 불었는데 대금을 불 때는 손님도 맞지 않을 정도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여름이면 소나무 그늘 밑에서, 겨울에는 방 안에서 대금을 불었으며 맹사성을 찾아오는 사람은 마을 입구에서 대금 소리가 들리면 그가 집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오늘은 그러한 청렴하고 음악을 즐겼던 맹사성의 한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그의 젊은 시절 짧은 이야기이지만, 작은 감동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교훈을 주는지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고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멀리 있는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짧은 일화이지만 현실의 삶을 사는 우리에겐 많은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시대가 최고만을 원하고 자만과 교만으로 둘러싸여 바른 삶의 정점頂點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고의 권력? 최고의 재력? 최고의 학벌?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선함과 배려 그리고 올바름.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삶 속에 상대를 인지하고 생각하는 공동체적 협심協心. 어지러운 난국 속에 필요한 우리의 덕목은 성현 맹사성의 말씀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란 글이며 오늘따라 유난히도 글쓴이 마음에 남는 일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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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8 17:19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전주대사습놀이의 부활

고종원년 서기 1864년 국가적인 행사로 막을 올렸던 전주대사습놀이는 임오군란(1882년 고종 19년), 동학혁명(1894년 고종 31년), 민비시해사건(1936년 고종 33년) 등 국가적인 대변란으로 인하여 열리지 못했던 다섯 차례를 제외하곤 35회에 걸쳐 대성황을 이루었던 민족의 대축제였다. 그러나 국운이 기울어져 가는 현실에는 그 어떤 것도 명맥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던지라 전주대사습놀이 또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일본 초대 통감 이토오 히로부미의 명령에 의해 강제폐쇄를 당했던 원각사와 때를 같이하여 전주대사습놀이도 서글픈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때가 1905년이다.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의 제물이 되어버린 전주대사습놀이는 이후 일제 36년 동안 사무친 한을 안고 기약 없는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고하고 우리는 광복의 기쁨을 맞이했지만, 안팎으로 형편은 어려웠고 그러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자 나라에서는 정치, 문화, 사회의 개편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전통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화재창조 운동도 활발히 추진하게 되는데 이러한 계기는 때마침 전주대사습놀이의 부활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1975년 5월 전라북도 국악협회 총회에서는 전주대사습놀이 부활추진위원회의 결성을 만장일치로 결의하였고 박영선, 임종술, 송광섭 등 3인을 부활추진 대표로 선임한다. 선출된 추진대표들은 서울로 상경하여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유기정에게 전주대사습놀이 부활에 관한 협력을 당부하였고 당시 문화공보부 이규헌 차관에게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적 의의와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던바 이차관의 호의적인 협력을 약속받기에 이른다. 또한, 국회 이철승 부회장에게도 찾아가 그 뜻을 전했는데 이의장 역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받음으로써 전주대사습놀이 부활에 관한 관계기관의 협조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때부터 전주대사습놀이에 관한 확실한 고증을 얻기 위해 홍현식 등 학계 전문가와 관심 있는 학자들을 수차례 만나며 수개월 간의 동분서주하는 노력 끝에 문화공보부에 제출할 서류를 완성하기에 이르고 제출과 함께 역사적인 전주대사습놀이의 부활이 이루어진다. 1905년 마지막 행사 이후 1975년 9월 22일은 부활 첫 대회이자 현대적인 모습으로 전주대사습놀이 제1회 대회가 열리게 되는 감격스러운 날로 기록되었다. 70년 만의 부활이라 생소한 대회인 데다가 몇 안 되는 동호인들의 출연기금으로 마련한 순수 민간주도 대회였기 때문에 그 규모란 극히 작아 보였지만 판소리 명창부에만은 전국에서 17명의 대전자가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중단의 한을 곱씹으며 부활의 1975년과 더불어 48년 세월을 지켜낸 오늘. 다시금 코로나19 전염병의 어려운 펜데믹 시대도 이겨내고 꿋꿋하게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는 민족의 혼 전주대사습놀이. 2022년 8월 역사의 현장 전주에서 한민족 예술혼과 역사성을 담은 멋진 축제로 다시금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곧 개최될 전주대사습놀이의 감흥과 지난 부활의 감격을 함께 독자들과 만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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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1 16:29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대학놀이

오늘 주제의 ‘대학놀이’는 일반 대학가에서 유행을 따르며 행락을 즐긴다는 뜻의 단어가 아니라 “진도씻김굿”이라는 전통 굿에 나오는 장단 이름의 애칭 명사이다. 왜 장단 이름을 대학놀이라 했을까? 대학놀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굿을 잠시 살펴보자. 진도씻김굿은 전라남도 진도지역에서 전해오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천도굿으로 ‘씻김’은 이승에서 살 때 맺힌 원한을 지우고 씻어준다는 의미로 쓰였다. 해원解冤이란 단어가 함축된 굿으로 그 의미와 축원은 살아있는 자들의 간절한 염원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필자도 남해안별신굿을 배우고 연주하며 전승에 힘쓰는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인 관계로 진도씻김굿에서 나오는 굿의 절차와 무가, 무구 등 많은 관심이 많았다. 지역마다 의식의 주목적과 굿의 연행이 다르다 보니 전통 굿에 내재한 예술의 그 새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영험하고 신비롭다. 우리나라에서 지정된 굿을 살펴보면 다양한 지역의 굿이 지정되어 있다. 특히 국가무형문화재 제82호에는 제82-1호부터 제82-4호까지 신묘한 굿의 색채가 다양하다. 1호에는 동해안별신굿, 2호에는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3호는 위도띠뱃놀이(전라북도 부안), 4호는 남해안별신굿이 있다. 또한, 독자적으로 굿이 지정된 것도 있는데 국가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도당굿,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경상북도 안동) 등이 있다. 자주 등장하는 별신굿이란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서낭), 바다, 배 등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 어업을 위한 뱃사람의 안녕과 기원 굿을 말한다. 특별하게 씻김굿은 죽은 자를 위한 굿으로 단 하나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으로 지정되어 있다. 굿의 장단에는 평범하지 않은 장단이 많다. 일반적인 농악 연희에서 나오는 장단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다. 본 가락을 기본으로 잔가락을 이입하여 더욱 어렵고, 장단 안에 활용하는 멜로디의 선율이 절묘하며 사설과의 합을 이룸이 세밀하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즉 “내면의 속성을 절실히 드러내는 표현이 많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굿의 장단은 신이 내린 장단이라 하여 신기하고 영험하다고 생각한다. 별신굿의 음악은 주로 타악기로 많이 운영된다. 동해안 무속 장단을 살펴보면 ‘드렁갱이’, ‘청보’, ‘수부’ 장단 등으로 꽹과리와 장구의 절묘한 결합이 극치를 이룬다. 남해안 지역의 별신굿을 보면 ‘조너리’, ‘허배’, ‘유십갑자’ 등 무가 선율과 어우러지는 장단의 묘미가 많다. 특히 남해안 굿엔 전라도의 육자배기 토리와 경상도의 메나리 토리가 합쳐진 선율과 장단이 맛깔스럽게 어우러진다. 우리나라 모든 굿에 연행되는 장단의 묘미는 마치 굿에 차려진 상차림과 같은 느낌이다. 굿 장단의 멋과 맛은 하늘과 땅이 감동할 정도이니 그러한 예술혼이 깃든 굿을 행하는 이들의 연주는 가히 어렵고 험난하며 고행이 따른다. 진도씻김굿 의례 속 장단인 대학놀이는 넋올리기 중 ‘넋풀이’, 씻김 속 ‘넋풀이’ 등의 장단으로 활용되는 신박한 장단이다. 전통의 엇모리로 된 장단인데 대학놀이란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처럼 어렵고 수준이 높아 치기 어려운 장단>이란 뜻으로 씻김굿의 명인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장단의 애칭이다. 이렇듯 연행자들의 숙련을 위한 고행과 수행 속에 우리의 해원을 담았으며 의식대로 삶의 소원은 풀어져 갔다. 오늘도 그러한 전승을 위한 많은 전통예술가의 현란한 손에는 피멍과 물집이 마르지 않고 그 내면 속 우리의 염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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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4 16:39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대취타와 제호탕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굵게 내리던 장맛비도 이제 고개를 숙이고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고 각양 색색의 부채가 쥐어진 손을 자주 보니 이제 정말 여름의 중턱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나고 있다. 뽑힌 우리의 지도자들은 어지러운 현 시국에 얼마나 많은 고뇌와 씨름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난 선대 왕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선왕들은 “악지천하지대본<樂之天下之大本>”이라 하여 악樂을 근본으로 삼고 즐겨 만들고 함께 향유했다. 그러한 음악으로는 여민락, 수제천, 가곡 태평가 등과 같은 백성을 향한 선왕의 어진 마음이 잘 표현된 작품이 있다. 또한, 선왕들은 유독 어려운 형국을 맞을 때면 궁 밖의 행차를 시도하였는데 그 이유는 궁궐 밖 백성의 모습을 보며 정국政局의 바른길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선왕의 행차에 쓰인 음악은 바로 대취타大吹打란 음악이다. 대취타는 왕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 등 나라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던 음악으로 ‘무령지곡’이라는 아명도 있다. 대취타는 부는 악기 즉 관악기인 태평소, 나발, 나각(소라)과 치는 악기인 타악기 징, 자바라, 용고, 장구로 구성된 궁중음악이다. 유일한 선율악기인 태평소가 주 멜로디를 연주하고 타악기가 리듬을 연주하는데 곡의 느낌은 매우 장엄하고 힘을 돋는 자양제 같은 느낌을 준다. 무더운 여름의 행차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행차에 불고 치는 대취타는 자연환경을 묵묵히 순응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렇게 선왕은 백성과 만남을 즐겼으며 의연한 우리 궁중음악 대취타를 통해 군주와 백성, 하나의 일심을 만드는 주체가 되었다. 궁중음악 대취타와 함께 선왕 곁을 지킨 예禮의 음식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전통 음료인 제호탕醍醐湯이다. 제호탕은 음력 5월 초닷새 단옷날에 궁중에서 마시던 절식節食으로, 제호탕을 마시면 더위를 먹지 않게 하고 갈증을 가시게 하면서 전신이 상쾌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제호관정醍醐灌頂이라고 불렸으며, ‘맛있고 정신이 상쾌해진다’ 하여 제호탕이라고도 불렸다. 이 음식은 단옷날 외에도 여름을 맞아 더위를 이기고 보신하기 위함에도 많이 애용되었다. 제호탕은 한약재를 꿀에 섞어 달여 더위가 심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아주 유용한 궁중음식이었다. 만드는 법은 오매육烏梅肉과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초과草果 등을 곱게 빻아 넣고 꿀에 버무려 중탕하여 조렸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일종의 청량음료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더위를 피하게 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함과 동시에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지금도 그 시절의 제호탕을 생각하면 대취타란 음악과 함께 위기극복의 금상첨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층 더 의義와 예禮를 다지는 일화가 있으니 조선 궁중에서는 단옷날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께 올리면 임금이 이것을 부채와 함께 여름을 시원히 보내라고 기로소<조선시대 연로한 고위 문신들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에 보내고 가까이 있는 신하들에게도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옛 선왕은 백성뿐만 아니라 국가를 함께 운영하는 조정의 관료들에게도 정성과 애정을 다해 성심을 보냈고 나라를 위한 기본基本에 충실했다. 무더운 여름의 중심과 어려운 현시대의 환경에서도 묵묵히 조국과 가족의 안녕과 행복,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우리 궁중음악 대취타와 궁중음식인 제호탕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대취타를 듣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하는 관료들과 허심탄회 제호탕을 마시는 우리의 대한민국을 소원하며 그 시절 그때를 풍미風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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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28 18:06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시이성인是以聖人

將慾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下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載或隳. 是以聖人, 去甚, 去奢, 去泰. <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하득이. 천하신기, 불가위야, 위자패지, 집자실지. 고물혹행혹수, 혹허혹취, 혹강혹리, 혹재혹휴. 시이성인, 거심, 거사, 거태.> 앞글은 노자 도덕경 중 29장의 문장으로 한글로 풀어 말하면 "만일 천하를 취하고자 억지로 도모한다면 나는 그것은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뿐이다. 천하는 神이 만들어 놓은 신묘한 그릇이기에 억지로 도모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도모하고자 억지로 행하는 자는 실패하게 될 것이요 붙잡고자 억지로 행하는 자는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세상만사는 앞서 가기도하고 뒤에 쳐져서 따르기도 하며, 들여 마시는 것이 있으면 내뿜는 것이 있고, 강한 것이 있으면 약한 것도 있다. 북돋아 오르는 것이 있으면 무너지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지나침을 버리고, 사치함도 버리며, 과분함을 버리는 것이다."란 글이다. 글과 함께 전통에서 그러한 뜻과 의지를 다지는 음악이 있으니 그것은 궁중정악 "수제천"과 민속음악 "시나위"이다. 수제천이 내포하는 주제 의미는 국가의 태평과 민족의 번영으로 노자의 도덕경처럼 절제와 포용, 협치의 상생을 이루고자 하는 뜻이다. 화평을 이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건임으로 수제천은 그러한 의지를 다지고 다양한 음악적 표현 방식을 통해 탄생하였다. 수제천의 아명은 정읍사이기도 하다. 백제가요로 전라북도 정읍이 곡의 배경이 되고 있으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극진한 마음이 표현된 가사가 특별하다. 만인이 바라는 사랑의 진실이 내제되어 있으니 그 안에 공경과 애정의 마음은 도덕경과 같으리다. 민속음악 "시나위"를 살펴보자. 시나위는 기본적인 틀은 있지만 고정된 선율이 없고 유동적이며 즉흥적인 선율이다. 하지만 절대로 흩어지지 않는 규율을 갖고 있으며, 음악의 흐름 속엔 화합의 원칙이 존재한다. 서로를 범하지 않으며 포용하는 온전함으로 지나침과 과분함을 조화롭게 이룬다. 마치 도덕경의 한 구절처럼 음악의 한음 한음은 선인의 고언과도 같다. 시대를 움직이던 옛 명인들의 가르침은 지금도 우리에게 남아 삶을 지탱하게 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특별한 유산이 되었다. 또한, 우리 선조의 음악도 마음을 움직이며 의지를 다지는 선율이 되었으니 고결한 선인의 명언처럼 잊지 못할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과하지도 지나침도 없는 세상. 조화로움으로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며 잠시 선조의 어록과 음악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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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21 16:5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리더쉽 leadership

일본에는 3명의 영웅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세 명을 두고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데 "두견새"라는 에도시대의 시가이다. 내용인즉슨 <울지 않는다면 죽여버리겠다-오다 노부나가, 울지 않는다면 울게 만들어버리겠다-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지 않는다면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늘은 옆 나라이지만 일본의 영웅 3인을 생각하며 리더쉽의 이야기로 먼저 풀어보자. 지난 2013년 9월 일본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에 성공했다. 그해 8월 말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고농도의 오염수 누출 우려가 있었어도 개최지 투표 이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아베 총리가 참석, 구체적인 자료와 국가의 전반적인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불안을 해결하고 개최지 선정에 열의를 다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은 2020년 7월에서 코로나19의 펜데믹으로 2021년 7월로 1년 연기 개최된 올림픽이 되었다. 하계올림픽이 감염병으로 연기된 것은 1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전한다. 여러 난제와 우여곡절로 치러진 올림픽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유치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올림픽 후 18년 동안에 327조 원이라는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일본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기 기간동안 일본이 보여준 추진력의 리더쉽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펜데믹의 공황 속 무리한 운영에는 긍정의 측면도 있었지만, 부정의 이미지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상황을 이끄는 그들의 리더쉽, 자국의 이익을 위한 총리의 추진력, 그것은 과거 토요도미 히데요시의 "울지 않는다면 울게 만들어버리겠다" 에도시대의 시가와 같았다. 지난 정부와 전북 및 한국스카우트연맹은 1991년 강원도 고성 세계 잼버리대회 이후 32년 만에 2023년 새만금에서 개최하는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예비 대회 격인 '프레잼버리'가 오는 8월 2일부터 7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 매립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기반 시설 부족과 참가 저조로 정상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사회적 현 상황은 녹록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개최 가·부의 여부,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끄는 우리의 진심이 더 소중하다. 준비하는 한분 한분의 열정과 모습이 언론에 나오며 고민과 고민을 더한 결과물로 희망의 그릇을 더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을 내자. 우리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갖자. 우리에겐 일본 3명의 영웅보다 더 훌륭한 리더쉽을 가진 이성계와 이순신이 있지 않았는가? 우리의 리더는 옛 선조들을 이끌었던 지도자의 모습으로 대회의 성공을 이끌 것이다. 펜데믹의 환경에도 한국과 일본은 잼버리와 올림픽이라는 범 세계적인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많은 이목을 집중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전통예술가로서 제안한다. 우리만이 가진 민족 정서를 잼버리에 모인 세계인에게 보여주자. 세계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 힘들고 괴로웠던 펜데믹의 시간들. 세계 역사를 배경으로 전염병의 종식과 돌아가신 영혼을 위로하는 한민족 전통의 “승전무”와 “진혼제”을 보여주자. 세계 청소년에게 불굴의 한민족 정신을 알리자. 물질적인 형식보다 그들이 품고 가지고 갈 대한민국의 민족혼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갖고 만들며 소중히 안겨 주자. 다음 달 세계 프레잼버리를 위한 서막은 올랐다. 멋진 전라북도의 리더쉽은 이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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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4 17:22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

오래전 필자는 우연히 친구가 번역한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저자: 이냐시오 라모네. 前 파리 7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前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주간>를 선물 받고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미국이 생산해 온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 영상 이미지 속에 녹아 있는 ‘미국 이데올로기’를 들여다보고 문화잠식을 통한 미국의 세계화를 비판한 책이다. 문화잠식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문물과 사고가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영역을 범람하고 주체의 영역을 넘어 본질에 대한 방식과 본질이 바꾸어간다는 것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과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파간다식 문화의 변辯은 때론 희망적이지만 의문이 될 수도 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시간은 빠르게 지났고 환경도 많이 변했다. 문화 환경도 시대에 변화하다 보니 부르는 소리 즉 노래의 개념도 변해갔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는 빠른 서양 문화를 받아들였고 익숙해져만 갔다. 음악의 실 예로 이제 우리가 아는 가곡은 이미 세계적인 성악가 파바로티가 부른 슈베르트의 '보리수'와 같은 서양 가곡으로 인지되고 있으며, '그리운 금강산'과 같은 새로운 서양식 창작가곡을 만들어 한국의 가곡이라 부르고 있다. 물론 서양음악 형식의 가곡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태평성대를 꿈꾸며 부르던 가곡 '태평가'는 서양음악의 가곡 형식이 들어오면서 점점 잊혀만 갔고, 이제 우리 선조들이 부르던 <가곡>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잠식을 통해 다른 의미의 서양음악 명사로 되어버린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우리는 국악을 옛 고전으로만 생각하고 느리고 어려운 음악으로 치부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국악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존재감에 비해 지극히 약한 대중성을 갖고 있었으며 그러한 대중성을 입히려 서양음악과 많은 융합의 시도를 하고 있다. 다양한 가치부여에 많은 심혈을 기울인 축제에는 전주세계소리축제, 화엄음악제 등 한국 전통의 소리를 기반으로 한 축제가 있다. 각고의 노력은 한민족의 관념과 공간 속에 새로운 파격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다양성에 대한 제작 과정을 보편성이라는 말과 함께 동시대성이라는 관계로 접목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서 각 나라와 문화, 역사를 불문하고 더불어 성급히 공유하고 접목한다면 그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듯 보이지만 조급한 방향의 합리화가 될까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옛것을 계승하고 대중화에 있어 낡은 껍데기만을 이어받고 허울 좋게 포장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 속에 있는 깊은 정신과 방식을 이해하며 올바른 계승과 창작 그리고 올곧은 전통 수용이 병행되어야 하고 자아의 존재감을 안고 동시대성을 묘사할 줄 아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예술경영』 453호 전주세계소리축제 박재천 위원장 변辯인 “전통예술이 짓는 현대의 소리” 글에는 프로파간다 피력의 글과 심정이 표현되어 있다. 글에는 변화와 도전을 위한 프로파간다를 만들고 선동가적인 파격과 인내를 견지한 기획자로, 정무적 감각을 갖춘 행정가로서의 다짐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향후 9월에 찾아올 21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서두에도 피력했듯이 변화와 도전의 프로파간다가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의 본질을 바꾸는 문화잠식처럼 오해되지 않게 한국 전통소리의 정체성, 현장성, 지역성, 동시대성을 견고히 지키며 추진해야 할 것이며 함께 견지하여 전통예술의 꽃인 소리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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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7 16:12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방탄소년단(BTS)의 노력과 용기

지난 16일 그룹 방탄소년단은 각 언론매체를 통해 '프루프' 음반의 기점으로 팀으로서 음악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솔로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면서 개인의 성장에 보다 집중한 뒤 돌아온다는 계획도 알렸다. 내놓은 곡마다 최정상을 만들고 1억 명이 넘는 ‘아미 A.R.M.Y’라는 팬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그들은 “가수로 데뷔해서 사회적으로, 세계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그것에 걸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그동안의 활동 심정을 토로했다. 2013년에 데뷔한 그들은 10년이 안 되는 시간 속에 많은 관심과 이슈를 만들어 냈다. 과연 방탄소년단은 타고난 진정 천재이자 특별한 문화의 산물이었을까? 우리가 잘 아는 모차르트를 이야기 해보자. 클래식의 천재로서 가장 많은 음악 애호가들을 클래식으로 입문하게 만든 모차르트는 처음부터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을 작곡한 천재는 아니었다. 어릴 적 그에게는 뛰어난 교육자이자 매니저인 아버지가 있었고 신동에게 호의적이었던 귀족 사회가 있었다. 그리고 모차르트는 음악 공부와 연습에 매진한 노력파였다. 성인이 돼 그가 작곡한 작품들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기울여 온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쓴 편지들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밤낮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최소 10년간의 연습 기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작곡 실력을 향상하고 작품의 질을 높여갔다. 모차르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상상하는 천재는 없다. 엄청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 배우지 않고도 알고 사회적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바꾸는 그런 천재는 없다. IQ도 천재를 식별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은 모두 환경의 도움을 받으면서 많은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방시혁도 한 곡을 위해 지난날 수백, 수천, 수만 번의 음악을 고치고 만들었을 것이며 방탄소년단 구성원 하나하나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해 노래와 안무의 연습을 수천, 수만 번 거쳤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몇 년 전 유럽의 일간지 르몽드는 <유럽을 덮친 한류>라는 기사에서 “일본과 중국에 끼인 것으로만 알려졌던 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출로만 알려졌던 나라가 이제 자국의 문화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라고 K-pop 진출을 알린 적이 있었다. 이후 우리 한국은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태권도, 한복, 한식, 국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세계 중심을 파고들었고 그러한 노력과 인내는 다시금 오늘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 이러한 시행착오, 체험 그리고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노력, 인내가 있었기에 그들은 지금 세계 문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K-pop 또한 그렇지만 이제 문화적 동기부여를 ‘made in’<제조국>보다는 ‘made by<제조자>로 더 생각할 때가 됐다. 수많은 문화와 기호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러한 제조자의 역할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며 천재적 진화 과정은 그렇게 후배들에게 전해지며 다양한 문화의 국가경쟁력으로 표출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력과 용기는 그러한 과정 위에 있으며 세계 문화 중심에 다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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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16:4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격몽요결은 조선 왕조 때의 학자이자 신사임당의 아들인 율곡 이이가 지은 초보 후학의 학문으로 어리석음을 쳐내는 방법을 논한 글이다. 학문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버리게 하고 학문의 중요함을 새기며 배우도록 하고자 하는 율곡의 뜻과 의지가 담겨있다. 오늘은 그중 필자가 항상 애독하며 간직하는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제3장 "지신(持身) 올바른 몸을 가지는 법"으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세워주는 원론적 사회 강령이라 하겠다. 먼저 첫째. 두용직(頭容直)이다. 머리를 곧게 세워라. 아무리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엔 고개 떨어뜨린 사람이 너무 많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아직 끝이 아니다. 끝인 듯 보이는 거기가 새 출발이다. 우리는 끝이 아닌 시작점에 서 있다. 둘째. 목용단(目容端)이다. 눈은 바르게 가져야 한다. 눈매나 눈빛은 중요한 만큼 눈매는 안정시켜 흘겨보거나 곁눈질하지 말며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야비한 맘을 갖지 말고 품지도 말며 내색하지 말라 그리고 세속과 거래하지 말고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지도 말라. 가식적인 당신의 눈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셋째. 기용숙(氣容肅)이다. 기운을 엄숙히 하라. 우리는 예외 없이 세상 속에서 기 싸움을 하고 있다. 기 싸움은 무조건 기운을 뻗친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눌러 이기는 법도 있지만 누르지 않고 승리하는 기운도 많다. 아우르라. 기운을 바르게 갖고 품어라. 넷째. 구용지(口容止)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물고기가 입을 잘못 놀려 미끼에 걸리듯, 사람도 입을 잘못 놀려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입구<ㅁ>자가 세 개가 모이면 품<品>자가 된다. 자고로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라 하였다. 그대는 왜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그대만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세상이 당신을 버린 것이다. 다섯째. 성용정(聲容靜)이다. 소리는 조용하게 품고 논하며 가져야 한다. 말을 할 때는 시끄럽게 해서도 안 되며 바른 형상과 기운으로 조용한 말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크게 유색을 떨며 웃지 말라.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당신을 낮추는 최대의 단점이다. 여섯째. 색용장(色容張)이다. 얼굴빛은 항상 씩씩하고 밝게 하라. 주변 사람의 얼굴빛이 어둡다, 어렵다고 찡그리지 말고 애써 미소를 지어라. 긍정과 낙관이 부정과 비판을 이기게 할 것이다. 그것은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일곱째. 수용공(手容恭)이다. 손은 공손하게 가져야 한다. 손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마땅히 단정히 손을 맞잡고 공수(拱手)해야 한다. 겸손이 당신을 높인다. 여덟째. 족용중(足容重)이다. 발은 무겁게 가져야 한다. 즉 처신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발을 디뎌야 할 곳과 디디지 말아야 할 곳을 구별할 줄 알라는 말이다. 입지를 위한 처신의 방법은 그렇게 단순하지만 어려운 판단이 앞선다. 아홉째. 입용덕(立容德)이다. 서 있는 모습은 의젓하게 가져야 한다. 중심을 잡고 바른 자세로 서서 덕이 있는 기상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서 있을 자리와 물러설 자리를 아는 것도 덕의 근본이요 처신의 기본이다. 격몽요결은 서두에 말했듯이 초보 후학을 위한 지침서로 어리석음을 쳐내는 방법을 적은 글이다. 하지만 이 글은 초보가 아닌 중견 지식인에게도 귀히 정독 되는 글로 그만큼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인가를 알려주는 글이라 하겠다. 조금이나마 율곡 선생의 글이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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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3 16:4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록주, 너를 사랑한다

박록주 명창은 경북 구미 출신으로 판소리에 일생을 바치며 치열하게 살다간 거장이다. 또한, 사랑도 사연이 많았던 인물로 소설가 김유정과의 일화가 유명하다. 김유정은 휘문고보를 나와 연희전문학교에 다녔던 유명한 소설가로 1935년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조선일보 '소낙비'가 당선이 된다. 이후 조선중앙일보에 '봄.봄'을 발표했고 1936년에 '산골나그네', '동백꽃'을, 1937년에는 '땡볕' '따라지' 등을 여러 지면에 발표했다. 하나같이 우리의 문학사에 길이 남을 주옥같은 단편소설로 지금도 그의 작품은 사랑받고 있다. 김유정은 1937년 지병인 폐결핵으로 서른 해 남짓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죽음 직전에 청순하고 애절한 사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박록주 명창을 향한 애절한 순애보이다. 김유정의 절친한 휘문고보 친구 안회남이 유정 사후에 그를 그리워하면서 쓴 소설 '겸허 김유정전'에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정이 맨 처음 연애한 이성은 한 유명한 기생이었다. 물론 짝사랑이다. 그 시절의 유정은 점잖은 집안의 처녀들을 퍽 경멸하고 싫어하였는데 이것도 그의 가정에 대한 울분의 폭발이었으며 ㅡ중략ㅡ 유정이는 그때가 이십을 조금 넘은 때였고 그녀는 적어도 그보다 오륙 세는 위였을 것이다> 현실의 소설에서도 나타나듯이 김유정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던 박록주를 첫 사랑했다. 그가 박록주에게 보냈던 편지와 박록주가 쓴 글이다. <1926년 가을. 내 나이 24세. 잠자는 나의 가슴에 장미 한 송이가 꽂힐 줄이야. 추석이 갓 지난 어느 날이었다. 겉봉엔 내 이름 석 자가 정성 들인 글씨로 씌어 있었다. 발신인은 '봉익동 00번지 김유정'이라는 사람이었다. 생소한 이름이어서 의아스러운 마음으로 흥분 속에 겉봉을 뜯었다. # 박록주 선생에게 저는 전문학교에 다니는 김유정입니다. 고향은 강원도 춘천이올시다. 나이는 18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봉익동 00번지에서 살고 있사옵니다. 부모는 모두 돌아가시고 지금은 형님과 누님이 저를 돌봐주고 있사옵니다. 박록주 선생님이여, 저는 당신을 연모합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 당돌하게 편지한 것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김유정 올림 # ㅡ중략ㅡ 수많은 편지가 왔고 나는 그를 만나 말했다. "학생이 오로지 공부에 전념해야지 딴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더구나 나는 기생의 몸, 학생의 신분으로서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당신이 나의 마음을 받아줌으로써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ㅡ중략ㅡ 내(박록주) 마음은 아파서 얼른 오르지 못하고 같이 서 있었다. 유정에게 말했다. "이제 가세요", "가겠습니다. 저를 다시 찾을 때까지 기다립니까?", "기다리세요"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이었다. 얼마 후 나는 유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죽음을 미리 알았다면 한마디 말이라도 다정히 하여 줄 걸 하고 후회스럽기조차 했다. 6.25 피난처에서 나는 친구 동생을 통해서 <동백꽃>이란 유정의 소설집을 처음 대했고 그가 그런 소설가가 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그에게 너무 쌀쌀히 대한 것이 새삼 죄스럽게 느껴졌다. [문학사상 1973년 4월호 중 '록주, 너를 사랑한다'] > 그렇듯 이 세상 모든 운명의 사랑은 뜨겁게 오고, 소리 없이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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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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