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식용을 위한 양식과 환경농법에 이용되고 있는 외래생물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본보 7월30일자 1면보도)
지난 1983년 정부승인을 받아 식용으로 도입된 왕우렁이는 놀랄만한 번식력과 왕성한 식성으로 인해 빠르게 귀화생물로 자리잡고 있는 연체동물이다.
이에따라 최근 황소개구리와 블루길등을 통해 경험한 환경 피해를 우려, 왕우렁이 야생밀도 증가에 따른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열대원산인 왕우렁이는 남해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이 실증실험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을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견해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친환경농법 도입으로 도내에서도 개체수가 크게 늘고 있는 왕우렁이의 특성과 월동가능성 여부·관리대책 등을 알아본다.
남미 아마존강 유역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토종 우렁이와 비교, 1.5∼2배 크기로 1회에 1백60∼9백개, 1년에 1천5백∼1만개의 알을 낳아 번식하는 사과우렁이과 생물이다.
체내수정을 통한 난태생인 토종 논우렁이와는 전혀 다른 종이고 국내환경에서는 천적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명이 3∼5년인 왕우렁이의 알은 연분홍색 또는 선홍색을 띠며 봄부터 10월까지 수면위 30cm∼2m사이의 벼·수초등 식물줄기나 수로의 벽에서 발견된다.
연체동물에 속하는 왕우렁이는 조류와 동족우렁이·수중동물 사체는 물론이고
벼·논잡초·미나리·무·오이·배추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식물을 먹어치우는 잡식성 패류다.
물속 밑바닥을 기어다니며 생활하지만 먹이를 먹거나 물속의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수면위로 떠올라 물살을 타고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전북대 이원구교수(생물과학부)는“놀라운 번식력을 갖고 있는 왕우렁이는 거의 모든 식물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며 “토착생물의 서식처를 파괴,새로운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식용으로 도입된 왕우렁이는 지난 1992년이후 유기농업 실천농가들이 잡초를 먹어치우는 식성을 이용, 제초제를 대신하는 환경농법에 활용하면서 전국의 벼논에 입식되고 있다.
수면위나 물속에 잠긴 풀을 먹는 습성에 착안, 벼논의 잡초를 방제하는 생물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전북농업기술원 최정식 시험연구국장은“지난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왕우렁이 농법을 실험한 결과 99%에 가까운 제초효과가 나타났다”며“부족한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유용한 생물자원”이라고 밝혔다.
오리농법과 함께 친환경농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렁이 농법은 올해 전국 7백14농가가 4백43ha의 논에서 실시,전년보다 무려 1백47%나 증가했으며 도내에서도 55농가가 36.5ha의 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열대지방에서 서식했던 왕우렁이가 국내 환경에 적응, 귀화생물로 자리잡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기온’이다.
생장적온이 18∼28도로 알려진 왕우렁이의 생존하한선은 0도에서 35일, 영하 3도에서 3일,영하 6도에서 1일내외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이에따라 국내에서의 왕우렁이 월동가능선은 겨울철 최저기온 영하 2도인 남해안 일대며 월동예상선은 최저기온 영하 4도 지역이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1999년부터 2년동안 왕우렁이 월동실태를 조사한 전북대 황창연(농과대학 생물자원과학부)교수팀은 실제 전남 해남지역에서 자연상태로 빠져나간 왕우렁이가 월동에 성공, 엄청나게 번식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최근에는 남해안뿐 아니라 도내 익산과 완주 고산면등 환경농법을 실시했던 지역에서도 하천으로 빠져나간 왕우렁이가 겨울을 넘겨 번식하고 있는 사실이 현지 농민들을 통해 속속 확인, 개체수 증가에 따른 환경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왕우렁이 양식에 관심을 두고 유심히 관찰했다는 익산의 손병희씨(55·금마면 서고도리)는“4∼5년전 주변 농가에서 양식을 포기한 후 최근 논 물꼬에 붙어있는 왕우렁이를 곳곳에서 확인했다”면서“물속이나 진흙속에서 월동,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토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구 교수는“깊은 물속이나 진흙속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아 도내에서도 왕우렁이의 월동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농작물 피해와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창연교수와 전북농업기술원측 견해는 이와 전혀 다르다.
황교수는 “해남 등 일부 남해안 지역을 제외하고는 어느곳에서도 자연생태계에서 월동하는 왕우렁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토종우렁이와 달리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물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월동이 쉽지않다”고 주장했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도 지난 1995년부터 3∼4년에 걸쳐 장수와 남원지역 농가 실증실험을 실시, 월동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종우렁이와 달리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를 계속해서 섭취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관계로 월동이 어렵다는 게 농업기술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왕우렁이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양식장 배수로와 제초용으로 입식된 벼논을 통해 자연생태계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의 경우 1979년 아르헨티나에서 왕우렁이를 도입한 대만은 환경문제로 인해 양식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벼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경험한 일본에서도 1984년 검역해충으로 공식 지정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아직 왕우렁이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나 농작물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남등 남해안 일대에서 국내환경에 완전히 적응, 야생화 된 왕우렁이가 자연생태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또 번식가능한 크기의 왕우렁이 야생밀도가 높아질 경우 생태계 교란은 물론이고 직파재배 벼와 이앙직후의 벼를 비롯, 각종 작물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에도 이론이 없다.
이에따라 관계당국에서도 왕우렁이의 국내 월동 가능성을 인정, 제초제를 대신하는 환경농법에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자연상태에서의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내에서도 왕우렁이가 월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관련 학자와 농민들에 의해 제기됐고 설사 현재는 월동이 불가능하더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 월동한계선이 점차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농업과학기술원 관계자는“열대원산 도입생물종들이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데는 약 20여년의 기간이 소요됐다”며“현재 왕우렁이의 서식실태와 겨울철 온난화등을 고려하면 자연상태에서의 월동가능지역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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