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스페인은 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를 해제하고 이라크 석유 수출대금을 미국 주도의 동맹국이 관리토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 제출됐다.
3개국을 대표해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제출한 8쪽 분량의 이 결의안은 이라크에 대한 무기판매 금지 조항을 제외한 기존의 모든 대(對)이라크 제재의 해제와 이라크 석유수출 대금을 인도적 물품 구입에만 사용토록 한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4개월 후 철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의안에는 당초 언론에 보도됐던 초안과는 달리 미국 주도의 동맹국이 '점령국(occupying powers)'으로서 국제법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라크의 '해방군(liberating force)'로 자처해온 미국은 '점령국'이라는 표현을 회피해 왔으나 미국 주도의 전후 이라크 처리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을 달래기 위해 이런 조항을 마련한 것으로 유엔 주재 외교관들은 풀이했다.
네그로폰테 대사는 결의안 제출을 위해 소집된 안보리 비공식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제네바 협약과 헤이그 협약 등 우리가 준수해야 하는 국제협약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협약에 따르면 점령국은 ▲피점령국의 질서와 안전회복 ▲식량과 의약품 공급 ▲지원, 구호활동에 대한 협조 ▲공중보건과 위생 ▲교육 ▲국제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기존 형법의 유지 등 의무를 지게 된다.
결의안은 미국 주도의 동맹국들에 "이라크 국민 스스로 정치적 장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1년간 통치권을 부여하고 유엔의 다른 결의가 없는 한 이 기간은 자동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의 이라크석유수출 대금은 새로 마련되는 '이라크 지원기금' 에 넘겨 이라크 재건 사업과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투입되도록 했다. 기존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의한 이라크 석유수출 대금 관리는 유엔이 담당해 왔으나 '이라크 지원기금'의 관리는 미국 주도의 동맹국에 넘기되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도록 새 결의안은 규정하고 있다.
결의안 이와 함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하는 유엔 특별조정관이 인도적 지원과 난민 귀환, 재건사업, 인권, 법제ㆍ사법 개혁, 경찰기구 재건 등에 관해 미국, 영국 및 이라크 당국과 협력토록 했다.
또 세계 각국에 대해 사담 후세인 정권의 구성원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조항도 담았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전반적으로 볼 때 이라크 전후 처리에 관해 유엔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유엔 안보리는 12일 전문가 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법적, 행정적으로 검토한 뒤 14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결의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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