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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극장 지형도

 

# "해방 되도 극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영화는 딴 데보다도 여기가 앞섰거든. 왜정 때에는 후생극장이라고 혔고, 주인도 일본인이지. 다다미방으로 돼 있었어. 겨울에는 방석을 돈주고 빌려. 화로도 하나씩 사. 없는 사람은 떨었고. 의자 놓고 헌 것은 그 뒤여.”- 작촌 조병희 선생의 회고(1999년 12월 18일 녹음)

 

# "그때는 그 극장 하나였어. 해방 후에 부동산이 전부 국유화되어 버렸으니까 도에서 극장을 위탁 경영했고. 그래서 도립극장(전 후생극장)이라고 했거든. 그래선지 전주에 경찰영화들이 셌었지. 깡통극장은 경찰 후생사업일환으로 경찰에서 만들면서 텐트를 치고, 적당한 판자로 벽을 걸었지. 그때만 해도 깡통이 많아서 깡통을 펴 가지고 지붕을 이었단 말이야. 그래서 깡통극장이지. 비 오믄 소리가 안 들려. 47년인가 48년에 만들어졌지.”- 장명수 전 우석대총장의 회고(2000년 1월 9일 녹음)

 

이 지역 극장들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일제시대 후생극장은 해방 후 도립극장으로 변했다가 다시 전주극장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지만 '이준 열사' '이수일과 심순애' '임춘행과 그 일행' 등 서울에서 오는 연극단·악극단의 공연도 있었던, 말 그대로 종합극장이었다. 전주는 영화에 강한 도시. 옛사람들의 긍지위에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의 자부심이 새롭게 피어난다.

 

● '경제불황'이란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극장들. 지난해 멀티플렉스 작업을 통해 도내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한 프리머스극장(전 국도극장·씨네21)은 하루 2천명부터 많게는 1만명의 시민이 찾는다. 평균관객은 5천명선. 실내에 마련한 오락실 편의점 노천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난해부터 복합상영관이 늘어나면서 좌석과 스크린 수가 급증했다. 다행히 관객도 부쩍 늘었다. 한 장소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가족단위 관객이 늘었다. 한국영화의 약진으로 안방극장에 메달리던 주부와 중년층도 극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영화의 거리'로 지정되며 지중화 공사 등으로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전주 영화관의 역사와 함께 한 '50년대의 삼남극장'은 80·90년대를 호사하던 '피카디리'란 이름을 버리고 지난해 'CGV전주'로 탈바꿈했다. 6개관 1,227석을 보유한 거대 영화관이다. 조진호 매니저는 "많을 때는 4천5백여명의 관객이 몰리기도 했다”며 "관객의 구두 닦아주기 등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화재로 인해 공사를 벌였던 뉴코리아극장은 7개관의 전주시네마 타운이 돼 영화광의 발길을 잡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군의 영화관은 사라지고 있다. 숫자로 보면 영화관 하나 없는 곳이 더 많다. 익산은 멀티플렉스 개념을 받아들여 각각 3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아카데미극장과 씨네마극장 2곳이 운영중이다. 지난해까지 뉴코리아극장과 현대극장도 간판을 내걸었지만 지역시민들도 모르는 사이 사라졌다. 몇년전까지 4개 극장이 있었던 군산도 마찬가지. 현재 변화의 물결에 동참한 국도극장(3개관)과 시네마우일극장(4개관)이 명맥을 잇고 있고, 오랜 역사를 지닌 명화극장과 아카데미극장은 수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

 

정읍은 현대극장(2개관)과 중앙극장(3개관), 자동차전용극장 등 3개의 영화관이 있다. 남원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일극장 한 곳. 이상호 사장은 "창피할 정도로 관객이 없다”며 서너 개의 극장이 어깨를 맞댔던 60·70년대를 회상했다. 70년대 만해도 군단위의 대부분에 한 두개의 영화관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4년 1월 전주에만 영화관이 몰리면서 다른 시·군의 문화 공백을 실감케 한다.

 

5개의 극장과 25개의 스크린을 가진 전주는 올해 중순 공사가 진행중인 대한극장과 롯데시네마(가칭)가 개장하면 '영화관 천국'으로 변한다. 지난해 333석·248석·250석의 3개관으로 업그레이드 한 아카데미아트홀의 김민정 매니저는 "관객에 대한 서비스는 언제나 나를 긴장시킨다”고 말한다. 극장들도 '관객 모시기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까지 횡행하던 먼저 들어가서 자리 쟁탈전을 벌여야 했던 일은 이제 별나라 이야기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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