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은 길이 아니다
- 한송희(무주고 3년)
길고 곧게 뻗은 신작로를 버려 두고
땀 냄새 배인 손수건과 손때 묻은 지팡이를 챙겨들고
험난하고 고된 길 구불구불한 구불 길로 접어든다
우리 할매 그러더라 "쉬운 길은 길이 아니다."
날 위해 불공드리고 있을 할매 보고픈 마음에 한숨 한번
저 끝에 혼자 앉아 나 지나간 길 보고 있을 우리 엄마 안스런 마음에 한숨 한 번
이 길 끝에 있을 무언가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한숨 한 번
한숨 쉬다 보니 어느새 길 끝자락에 발이 닿는다
우리 할매 그러더라 "쉬운 길은 길이 아니다."
험난하고 고된 길 힘들다 말이 많지만
그 길 끝에 참다운 열매 하나가 열린다.
비단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서 주머니 깊숙이 넣어두고
우리 할매, 엄마 보러 간다.
구불구불한 구불길로 다시 들어간다
우리 할매 그러더라 "쉬운 길은 길이 아니다."
쉬운 길은 길이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그늘
- 이후영(주산중 2년)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가족을 만드는 듯하다. 아빠구름, 엄마구름, 애기구름, 귓가를 스쳐 가는 바람들도 가족을 이루는 듯 하다.
나는 지난 여름방학의 한 무더운 날로 돌아가 본다.
그 날도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선풍기를 켜고 밤에 누워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유난히 덥게 느껴졌던 여름. 시원하게 흐르는 물. 차가운 물 한잔을 마시기에는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여름. 난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뭔지 모를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었다. 방에서 TV를 보다가 난 잠이 든 모양이었다. 문틈 새로 들이는 햇볕이 가끔씩 따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씩 달콤한 잠으로 빠져들수록 홀로 서 있는 나의 곁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지나가는 꿈. 난 그것이 꿈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깨어났을 때, 나에게 뭔지 모를 힘을 주었던 것을 느꼈다.
달콤한 잠에만 신나게 빠졌었던 나….
하지만, 내 옆에 계신 아빠, 엄마는 왠지 지쳐 보였다. 감나무 그늘을 오랜만에 찾아간 나는 눈앞의 광경에 우두커니 한 동안 서 있었다. 내 눈 앞에는 원두막이 있었다. 전구는 달려있고 선풍기도 있고, 시원한만 들어오고 모기까지는 못 들어오는 모기장까지….
나는 내가 너무 미웠다. 엄마, 아빠는 며칠 전부터 원두막을 짓느라 힘드셨을 텐데 난 무관심하기만 했다.
아빠, 엄마는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시원한 그늘을 만드신 것이다. 나는 아직도 감나무 밑 원두막을 좋아하지만, 내 옆에서 항상 나무 그늘이 되어주시는 엄마와 아빠 곁에 있을 때 더위도, 추위도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그저 행복하게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그 그늘 밑에서 행복한 나도 이제는 엄마와 아빠께 그 그늘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글을 읽고... 가족과 일 주제의 생활글 늘 감동적
○ 쉬운 길만 권하는 현대사회에 사는 손자에게 할머니의 '험난하고 고된' 인생 속에서 얻은 지혜(철학), '쉬운 길을 길이 아니다'는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경 속에 '참다운 열매'가 열리는 것을 엄마가 깨닫고 할머니를 따르듯이 작품 속에 나도 따라야 한다. 죽은 물고기는 물살을 따라가지만 산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이 글은 내용에 있어 싱싱한 물고기다. 또한 '지혜의 어머니'인 할머니의 이미지가 글쓴이의 섬세하고 자상한 눈으로 잘 그려져 있다. 다만, 1연과 3연에서 반복되는 '험난하고 고된 길'의 표현은 너무 안일하다. 좀더 공부해야 할 부분으로 남는다.
○ 반성하는 아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엄마 아빠가 따가운 여름 햇볕 아래 힘들게 원두막 짓는 일할 때 후영이는 안 도와 드리고 티브이나 보며 무관심했던 자신을 뉘우치고 엄마 아빠 행복을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싶다는 글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후영의 부모가 이 글을 읽는다면 후영이가 너무 기특할 것이다. 물론 힘든 일도 힘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부모의 사랑을 나무 그늘로 표현하고 이젠 부모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 주겠다는 후영이의 마음의 표현은 이미 큰 나무의 그늘이다. 가족과 일을 주제로하는 생활글은 늘 감동적이다. 말줄임표로 표현을 대신하는 부분은 한 번이면 된다. 지나치면 흠이다.
/이용범(시인)
고추밭
/모연지(남원초등 6학년)
뜨거운 무더위에
타는 목
햇볕은 째앵쨍한데
아빠는 갈 생각도 안 하시고
그늘 하나 없는 고추밭이
모래 사막 같다.
열차는 약 올리듯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얼굴에는
구슬 같은 땀이
방울방울 맺혔다.
다음날 또 고추밭
아빠를 도우러 갔더니
흰 꽃이
내 땀처럼 송알송알
맺혔다.
아빠의 손
/박준희(정읍 신태인초등 4학년)
우리 아빠의 손은 참 따뜻하다. 만지면 꼭 손난로 같다. 하지만 걸리적거리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티눈이다.
내가 아빠한테, "아빠, 약 있는 데 왜 안 발라요?" 하면 "알았어, 내일 바를게…" 하신다.
하지만 아빠는 택시 운전을 하고 새벽이나 12시가 넘어서 들어오기 때문에 약을 못 바르신다.
오늘 아침에 아빠의 손을 보니 상처가 보였다. 또 차안에서 손톱으로 티눈을 빼내신 모양이다.
나는 약을 가지고 가서 아빠의 손에 가만히 쥐어 드렸다.
"아빠, 오늘은 꼭 약 바르세요."
아침에 약을 건네주며 잡아 보았다.
아빠의 손은 다른 때보다 더 따뜻한 것 같았다.
우리 아빠의 손은 티눈이 났지만 따뜻하다. 아빠의 손을 만지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글을 읽고... 아빠 사랑하는 마음 듬뿍 묻어나..
○연지의 시는 건강한 땀 냄새가 난다. 목이 타는 사막 같은 고추밭, 열차가 약올리며 지나가는 고추밭, 친구들처럼 놀고도 싶고 집에 빨 리가 쉬고도 싶지만, 연지는 꾹 참고 구슬땀을 흘리며 일을 한다. 고추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아빠의 일손을 돕기 위해 고추밭에 갔다가 발견한 흰 고추 꽃의 감동을 잘 잡아낸 건강한 시이다.
○준희의 글은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난다. 티눈이 난 아빠의 손이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준희는 오히려 따뜻하게 감싼다. 티눈약을 바를 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아빠, 티눈 뿌리를 빼내다 상처가 난 아빠, 그런 아빠를 안쓰럽게 여기고 티눈약을 건네는 준희가 기특하다. 얼굴도 아닌 눈에 잘 띠지 않는 손에 난 작은 티눈의 상처가 준희에게는 크게 느껴졌나 보다. 준희가 드린 약을 바르고 준희 아빠의 티눈이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다.
/임대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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