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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영화] 인간복제 과학의 도덕성을 비틀다

이 영화 - 블록버스터 '아일랜드'

이른바 ‘괜찮은’ 영화의 기준은 뭘까. 여러 가지 잣대가 있겠지만, ‘의미’와 ‘재미’를 함께 갖춘 영화라면 답이 될듯하다. 관객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면서도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그래 이거야’ 하며 입맛을 다시게하는 영화를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않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일랜드’(The Island)는 오락영화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고 제법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 인간복제라는 민감한 화두를 앞세워 미래에 대한 우려와 회의적인 시선을 제공한다. 의미와 재미가 있는 ‘아일랜드’를 만나보자.

 

영화의 의미를 묻는다= ‘아일랜드’는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선와 악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결코 고뇌하거나 죽지 않는 주인공을 앞세워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일랜드’는 그러나 이같은 공식에 편승하기 보다, 다소 우울하고 심오한 미래를 들여다본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5백만달러만 있으면 자신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 장기와 피부를 이식받은 뒤 쓰고 남은 상품(인간)은 폐기해버리는 가까운 미래, 한 남자와 여자가 환상의 섬 ‘아일랜드’로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그곳은 복제인간들의 무덤. 이들은 자신이 누군인지, 창조자를 만나기 위해 세상과 맞선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가 워낙 알려져서인지 올해들어 부쩍 복제에 대한 찬사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복제의 논란은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1997년부터 본격화됐다.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하는 핵치환기술로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의 학계를 흥분시켰다. 최근들어서는 황우석 박사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으로 황교수의 연구성과가 본궤도에 오르면 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비롯된 기형이나 암 등의 질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장밋빗 환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경우 기간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 배아는 세포덩어리라고 주장하는 생명공학자들과 배아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인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종교·시민단체가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인간복제의 논란이 커질수록 ‘아일랜드’의 리얼리티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일랜드’는 인간복제의 부작용과 인간경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객들을 숨죽이게한다.

 

사실 헐리우드영화계에서 인간복제는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생명창조라는 신의 경지에 대한 도전은 그자체만으로도 영화적 매력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선보인 ‘갓센드’나 ‘6번째 날’처럼 인간복제에 대한 위험을 잇따라 경고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그 강도가 상당히 센 편이다. 영화에서 내부장기를 빼내던 도중 발버둥치는 복제인간이나, 대리출산 직후 죽임을 당하는 산모의 얼굴을 응시할 수 있다. 거대한 양수주머니를 통해 복제인간이 ‘생산’되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영화는 보다 오래 살기 위해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는 인간들 보다 그들을 위해서 희생당해야 하는 복제인간들을 더 인간적으로 묘사한다.

 

‘아마겟돈’ ‘진주만’ ‘나쁜 녀석들2’ 등으로 헐리우드 흥행사로 대접받고 있는 마이클베이 감독이 이번에는 자신의 전매특허였던 ‘위대한 미국’을 저버린 것도 눈여겨 볼 대목. 갓 태어난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고 있는 미국 대통령의 복제품, 백만장자들을 고객삼아 불법으로 인간복제를 해대는 메릭바이오테크사가 국방성과 밀약을 맺는다는 설정은 최근의 미국 핵심권력을 비웃는 듯 하다.

 

영화보는 재미는 어떨까= 불사(不死)에 대한 암울한 현실을 경고하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블록버스터다. 속시원하게 부수고, 현란하게 추격하는 전형적인 상업영화다. 영화의 1/3이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 나머지 2/3는 스펙터클 액션이다. 화두는 암울하지만 마지막에는 우리에게 희망을 던져준다. 재미의 요소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단 1초도 한눈 팔지 않게 만들 만큼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진다.

 

특히 특수효과가 완벽하다. 자동차추격신은 단연 최고. 일부 장면은 카메라를 15대까지 동원해 촬영했다. ‘마치 2시간20분짜리 광고를 보고 있는 듯하다’는 너스레가 아닌듯하다.

 

마이크 베이 감독 특유의 빼어난 화면 구도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액션 장면때마다 딥포커스를 활용해 전면·후면·측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기에 영국에서 건너와 헐리우드스타로 자리잡은 이완 맥그리거와 모델출신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았다. 블록버스터의 미덕을 모두 갖춘 셈이다.

 

결국 ‘아일랜드’는 기존의 무뇌아적인 액션블록버스터를 버리는 대신 심오한 철학을 차용한 ‘뭔가 든 것같은 액션영화’는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지능있는 블록버스터는 ‘매트릭스’가 원조격이다. ‘아일랜드’는 과거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의 우려들이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가늠자가 될 듯 싶다.

 

팁,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들

 

△블레이드러너(Blade Runner·1982)=감독 리들리 스코트·출연 해리슨 포드. 복제인간 소재 영화의 원조격. 영화의 배경이 2019년으로 아일랜드과 시점이 같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처분되는 인조인간들이 인간들을 향해 반란을 일으킨다.

 

△에이리언4(Alien Resurrection·1997)=감독 장 피에르 주네·출연 시고니 위버 위노나 라이더. ‘에이리언’시리즈의 완결편. 전편에서 에이리언을 몸속에 품은 채 죽은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복제된다. 하지만 리플리의 몸에서 에이리언의 태아까지 부활한다.

 

△6번째 날(The 6th Day·2000)=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로버트 듀발. 아내와 딸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인 아담 깁슨(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하나의 아담이 가족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고 있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아담은 자신이 인간복제실험으로 이용된 사실을 알고 거대한 음모와 맞선다.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1996)=감독 해롤드 래미스·출연 마이클 키튼 앤디 맥도웰.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이 1인4역을 해내는 코미디영화.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하기를 원하는 덕 키니(마이클 키튼)가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면서 갖가지 소동이 빚어진다.

 

△플라이(The Fly·1986)=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출연 제프 골드블럼 지나 데이비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대표작. 파리로 변해가는 과정이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한다.

 

△갓센드(GODSEND·2004)=감독 닉 햄·출연 그렉 키니어 로버트 드 니로. 아들이 8살의 나이에 죽자, 부모는 아들을 부활시킨다. ‘만일 당신이 소중한 사람을 잃고 절망했을 때 그것을 다시 되돌릴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해 그 선택으로 인한 엄청난 결과를 경고한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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