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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초점] 아직 끝나지 않은 친일문학 논란 - 미당 서정주

'빛나는 업적' '비겁한 과거' 무엇이 먼저인가

미당시문학관과 미당 서정주. (desk@jjan.kr)

광복절은 나라의 경사며 온 국민의 축제일이다. 그럼에도 매 광복절마다 환희 보다 아픈 과거를 곱씹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광복 60년이 지나도록 철저한 친일 규명과 일제 잔재청산이 제대로 안 되면서다.

 

도내에서는 친일문학 논란의 정점에 자리잡은 미당 서정주 선생과 백릉 채만식 선생을 기리는 문제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친일 행적은 행적대로 평가하고, 문학사적으로 빛나는 업적은 업적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두 분을 기리는 사업을 놓고서다. 문학인들은 대체로 “한국 근현대 문학의 초석을 놓고 꽃을 피운 국내 문학사의 ‘거인’을 기리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다. 반면, 일제잔재 청산에 앞장서고 있는 인사들은 “두 분의 문학적 영향력이 그만큼 컸던 만큼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기념사업을 통해 추앙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광복 61주년을 맞아 미당과 백릉의 친일행적을 놓고 논란을 빚어온 문학상 시상과 문학관 건립 문제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미당 서정주는 시성(詩聖)인가, 친일행위자인가.

 

1915년 고창에서 태어나 2000년 별세한 미당의 행적을 뒤적거려 보면 그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뛰어난 시인이면서도, 친일이란 오점 또한 지니고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현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에게 다가가는 시각에서 극단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는 그의 문학적 업적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부는 친일이란 치부를 들추고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한국문인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학인들과 그의 시세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반 대중들이다. 반면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그의 친일 행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측은 미당 관련 행사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줄곧 엇갈린 시각을 노정시키고 있다. 장외에서 맞서던 양측이 장내에서 만나 대화를 시도한 첫 사례는 지난해 12월 24일. 이들은 이날 고창읍 그랜드호텔 연회장에서 만나 ‘미당 문학의 재평가 심포지엄’이란 플래카드를 붙이고 얼굴을 맞댔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윤재웅 교수를 비롯한 문학인들은 “미당이 친일 행적을 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이는 미당이 남긴 문학적 업적에 비하면 극히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즉 미당이란 큰 숲을 보지 않고, 일부 나무만을 바라보는 시각은 고쳐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손일석 고창지부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소속인들은 “이제 우리는 과거의 잘못된 일로부터 탈피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있다”며 “일제시대엔 친일, 군사독재 시대엔 권력 측에서 활동한 시인을 기리는 미당시문학관은 폐쇄되어야 한다”며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은 양측 사이에 깊이 패인 골을 어느 정도 치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양측은 이후 극단적인 충돌 사태를 빚지 않았고, 대화를 통한 해법 찾기에 나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양측이 대립하는 중심은 2001년 11월 개관된 미당시문학관.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미당의 생가 옆에 위치한 이 문학관엔 미당 관련 시화·육필 원고·유품 등 1만50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곳을 찾는 내방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고창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3년 4만8199명, 2004년 10만9649명, 2005년 17만7669명을 기록하고 있고, 올들어 7월말 현재 3만2371명이 문학관을 들렀다. 문학관 방문객이 폭증한 이유는 2004년부터 시작된 고창국화축제의 영향도 절대적이다.

 

양측의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는 해마다 11월 3일 미당시문학관에서 열리는 미당문학제. 미당을 따르는 문학인들은 이날 고창국화축제와 함께 미당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민단체와 충돌이 재현될지 여부에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미당 연보

 

△1915년 전북 고창 출생

 

△1935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입학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동리, 오장환, 이용희등과 '시인부락' 동인 결성.

 

△1941년 첫 시집 '화사집' 출간

 

△1948년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

 

△1954년 예술원 창립과 함께 예술원 회원

 

△1960년 동국대 교수

 

△196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1977년 한국문인협회 회장

 

△1980년 중앙일보 문화대상 본상 수상

 

△1991년 서정주 시전집(2권. 민음사) 출간

 

△1992년 시 전문지 '시와 시학'을 통해 친일행위 공개적으로 인정

 

△1993년 '늙은 떠돌이의 시' 발표

 

△1997년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 출간

 

△2000년 12월24일 별세

 

김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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