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치과 상담실장)
31일 새벽 3시10분.
"띠띠띠띠…."
'딸깍'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의 늦은 귀가다.
예고에도 없던 '사건'이었다. 그는 곤드레만드레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들어왔다.
화가 났다. 새벽에 벽을 뚫고 나가는 굉음들이 느껴졌다.
진동상태로 놓은 핸드폰은 바닥을 치고, 술김에 문이 부셔져라 두드려 울림이 남아있다.
허공엔 주인 없는 말들이 빼곡했다. 불과 두 세 시간 선잠 뒤 나는 부산스레 출근 준비를 했다.
딸아이가 옆으로 살짝 다가와 묻는다.
"엄마, 난동이 뭐야?"
순간 난감해졌다. 약간 찔리는 기분으로 물었다.
"난동? 소란스럽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 그게 난동 아닐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는 아직 침대에 진을 치고 있는 아빠의 등을 탁탁 치며 물었다.
"아빠, 아빠! 어제 난동 피웠지?"
그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킨다.
"나 다 알아. 아빠가 난동 피웠지?"
"……"
딸 아이는 올해 7살. 하지만 눈치가 보통 빠른 게 아니다. 결혼 12년차인 우리 부부의 기분을 금세 알아챈다.
다음날. 직장으로 내가 좋아하는 화초가 배달됐다. 난동에 대한 면죄부, 미안한 마음의 표현, 은근히 옆구리를 간지럽히며 삐집고 들어오려는 살가움 등이 떠올랐다.
'그래, 또 한번 봐주자.'
사랑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방법에는 기본적으로 5가지가 있다. 미국의 게리 채프먼 박사는 자신의 저서 「5가지 사랑의 언어」 에서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육체적인 접촉을 사랑의 언어로 꼽았다. 이 언어들을 발견하고, 배우자의 제1의 사랑와 함께 자신의 제1의 사랑의 언어를 알게 되면,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결혼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무척 미웠던 남편으로부터 화초 선물을 받고나서 '넘어가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나의 제1의 사랑의 언어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인정하는 말을 원하는지, 자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기를 원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제1의 사랑의 언어를 모른다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마음의 그릇'을 갖고 있다. 그 그릇이 사랑과 믿음의 감정들로 가득 차길 원한다. 살아가면서 또 다른 사건이 없을 수 없겠지만, 서로의 삶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랑의 언어들을 배워가며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멋진 거울이 되었으면 한다.
/정미화(치과 상담실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