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안전한 먹거리 제공해야죠"
1.'오리무중'인 AI를 방역하라.
2. 구제역이라면 자다가도 '벌떡'일어설 준비를 할 것.
3. 먹거리 파동으로 밀려드는 민원 전화는 최대한 친절하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주사인 박인혜씨(34·사진)의 미션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 여부를 검사하고, AI 닭 살처분을 위한 기초조사와 방역을 하는 곳. 일반인들이 그 기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이 있기에 먹거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저보다 고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브루셀라병으로 농가와 민원을 상담하는 일, 사료값 폭등에 빚부담까지 진 농민들과 마주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죠. 방역은 또 어떻구요. 먹거리 안전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져서, 모두들 일복 타고 났다고 여기며 근무합니다.”
벌써 11년 째다. 1998년 IMF는 그도 비켜날 수는 없었다. 때마침 이뤄진 기관 통·폐합. 수의대동물검역소와 수의과학연구소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합쳐지면서, 그는 이곳에 발을 들였다. 수의대 졸업 후 동물병원 개업으로 직행하기도 하지만, 임상 실험보다 연구에 관심있는 이들은 공무원의 삶을 선택한다고. 그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2000년 달콤한 결혼식을 앞두고, 구제역이 터졌다. 우리나라 인근 대만에서 구제역이 발견됐다는 소식만 들려도 근무를 섰던 비상 시국이었는데, 설마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 웨딩사진 야외촬영하다 말고, 사무실로 검사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딱한 상황이 됐다. 잠도 제대로 못 잔 푸석푸석한 얼굴로 결혼식장에 등장. 사무실 동료들은 발이 묶여 참석할 수 없었고, 가까스로 타지역 직원들은 방역을 하다 작업복을 입은 채로 참석해 웃지 못할 헤프닝도 연출됐다. 신혼여행도 갈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했던 상황. 신혼여행 기간 구제역이 떠오를까봐 신문과 방송을 멀리했다고도 말했다.
비상 상황은 계속됐다. '생쥐머리 사건' 이후 부정·불량 축산물 민원은 끝이 없었다. 보상금을 노린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것도 이들 몫.
"'설연휴'에 특별 단속이 많이 이뤄지거든요. 정육점에 가서 위생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있다고 지적하면, 도마에 칼 꽂으며 위협하기도 하고, 검역소에서'투캅스' 찍는 보따리 장수들도 계셨었죠. 벽에 머리를 찍으면서, 건들지 말라고 공포심을 조성했거든요. 속으론 많이 쫄았지만, 티 안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도 부드럽게 할 말 다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와 군산을 오가며 출·퇴근해 자동차는 2만여km를 달린 진기록을 세웠을 정도.
현재는 길이 뚫려 이동 시간은 단축됐고, 직원의 1/3이 전주에서 직장을 오가기 때문에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가정이 건강해야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게 돼잖아요. 첫째 아이 낳고 일로 바빠서 뒤늦게 애착관계 갖느라 힘들었습니다. 셋째를 낳고 보니 육아에 '바짝' 긴장하게 되더라구요. 아이들을 위해 엄마의 직장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입니다. 더이상 아이에게 미안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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