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봐야, 산다!
'돌아보면 죽는다.' 어느 공포영화 카피다. 현실에서는 지나간 일을 돌아봐야, 산다. 회고(回顧)의 사전적 정의는 '뒤를 돌아다봄',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다. 2003년 이후로 끊겼던 '한국영화 회고전'이 부활했다. 21세기 들어 발굴되거나 복원된 한국 고전영화 4편이 상영된다. 그 중 백미(白眉)는 <하녀> . 세계 최초로 '완전복원판'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다. 하녀>
양주남 감독의 데뷔작인 1936년작 <미몽> 은 경성촬영소의 여섯 번째 발성영화이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유성영화이기도 하다. 2006년 극적으로 발굴된 후 디지털 복원을 통해 새롭게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집 안에 갇힌 주인공 애란의 처지를 새장으로 미몽>
표현하는 등의 인서트 쇼트, 적극적인 사운드 몽타주 등 영화예술에 대한 당시 영화인들의 자의식과 기술적 수준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식민지 시절 조선의 도시 풍경과 일본과 서구의 문물이 들어오면서 변화하기 시작한 당시 여성들의 정체성 그리고 이른바 신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 남편과 큰 소리를 내며 싸운 후 매달리는 딸을 뿌리치고 나가 '데파트', 즉 '백화점'에서 비싼 옷을 사 입거나 자유롭게 애인을 사귀는 애순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모든 사회적 질서와 윤리를 위반하고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방탕한 여성인 애순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데 쇼핑과 자유연애를 즐기는 여인으로서 화면을 가득 채운 그녀의 존재감과 마지막 철저한 응징은 빠르게 밀려들던 근대화에 대한 동경과 거부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 영화사 최초의 '자유부인'이라 할 수 있는 애순으로는 해방 전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문예봉이 맡아 특유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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