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3년 싸움에도 그의 그림은 여전히 말갛더라
"그림을 그릴 때면 아픈 것도 잊어버리지요. 인생에 있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산, 나무, 언덕, 달, 숲…. 그의 그림은 여전히 말갛고 고운 서정을 간직하고 있지만, 암과 싸우는 동안 그의 몸은 더욱 쇠약해졌다.
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의 초대로 19일부터 초대전을 여는 서양화가 김치현씨(60)는 2006년 대장암이란 진단을 받고 3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에도 김씨는 딸과 선배에게 작품 설치를 맡겨둔 채 광주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앰블런스라도 타고 가서 전시 개막에 참석하겠다"는 그는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암은 그에게 그림 그리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다 주었다.
"3년 전부터는 우리 것에 더 관심이 갑니다. 작품에도 오방색이나 전통문양, 한지오브제를 접목시켜가고 있죠. 이번 전시에도 3분의 1정도를 그런 작품으로 내놓았는데, 애착이 갑니다."
복사꽃이 아른거리고, 아낙들이 나물을 캐는 뒤로 전설이 아롱지는 그림들은 우리의 고향 모습. 모나지 않은 작가의 성격만큼이나 깊고 친숙하고 부드러운 그림들은 고서나 한지를 찢어붙이고 전통문양을 집어넣으면서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번 전시는 24일까지 교동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첫 초대전으로 김씨를 주목한 김완순 교동아트센터 관장은 "색채의 연금술사와도 같은 색조와 서정적인 시각으로 자연과 일상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라며 "다양한 색채를 사용한 화면 구성과 내재화된 자연 속에서 얻은 풍경화가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창 출생으로, 조선대 미술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지난해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를 끝으로 교단을 떠나 현재는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전라미술상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에는 고창중·고 제자들이 스승을 위해 서울전시를 마련해 줬으며, 2008년에는 선배들이 그를 위해 열어준 달빛음악회를 인연으로 예치과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오는 가을에는 독일 콕스하벤에서 초대전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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