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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행서 쉽게 푼 '판도라 상자' 열다

'2004~2007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 탈초·해체집' 참여한 황안웅 교수

"역시 제일로 예술미가 있고, 문장이 뛰어난 건 창암 이삼만 선생 글이요. 구름 가듯 물 흐르듯 써내려간 글씨를 보면, 행운유수가 따로 없습니다. 공부 참 제대로 헌 양반입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2004 ~ 2007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 탈초·해제집」 작업을 마친 황안웅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 초빙교수(65). 도립미술관 소장품 중 난해한 초서(草書)나 행서(行書)를 알기 쉽게 정자체로 옮기고, 해석을 덧대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손을 거쳐 소장품 122점 중 72점이 탈초·해제됐다. 국·내외 작품 중 해당 도록에 실린 기록을 옮기고, 서예(CA)와 동양화(K0) 등으로 구분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

 

"탈초와 해제가 왜 꼭 초서나 행서 위주로 하게 됐는지 아십니까. 분서갱유 이후 만든 전서(篆書)가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 초서로 변화되면서 달리는 느낌의 글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사람 동작으로 말하면, 전서나 예서는 앉아있는 것 같고, 해서는 서 있는 것 같아요. 행서는 걸어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초서는 속도감이 빠른, 획을 생략한 글자가 되면서 갑골과 비슷한 꼴이 됐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식별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지요."

 

이어 황 교수는 가장 눈여겨 본 창암 선생과 추사 선생의 글자를 예로 들면서 "이 작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며 "거기에 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창암, 이 양반 글은 중바위 한벽당 태생이요. 흐르는 전주천에 중바위를 보면서 참 욕심 없이 살았죠. 그래서 부드럽습니다. 그런데 추사 글자는 오래 돼서 마모된 글자를 탁본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제주도로 귀향가서 살면서 많이 고독했거든. 울분을 삭일 수가 없으니, 꼬장꼬장한 성격이 드러날 수밖에 없지."

 

그는 "일부 글자가 비슷해 변별하기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사가들이라 특별히 어려운 글자를 쓰지 않아 비교적 수월했다"며 "글자를 만들어쓰기 보다 인용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충분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고 했다.

 

노산 선생의 마지막 제자인 황 교수는 도립미술관이 탈초·해제집을 펴낸 것에 대해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또다른 '판도라 상자'에 다름 아니라며 앞으로 이런 작업이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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