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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여성 활동가 모임 '봉숭아학당'

"엄마는 희생만 하는데 가족들 반성은 어디 간 거야"

전북여성단체연합 여성 활동가들의 소모임인 '봉숭아학당' 회원들이 '엄마'를 화두로 진지한 수다(?)에 빠져 있다. (desk@jjan.kr)

"에고, 어머니들 애썼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 어머니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지…. '엄마 열풍'은 결국 이말로 집약되는 것 같아."

 

"엄마 좋다 이거야. 부르기만 해도 눈물나는 이름인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엄마의 희생에 관한 가족들의 반성은 어디 간 거야? 이런 열풍은 오히려 엄마의 희생을 더 강요하는 것 같아."

 

18일 오후 7시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실은 꺼지지 않는 '엄마 열풍'에 관한 쉼없는 공방이 오고갔다. 무한경쟁 시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늪이 이어지면서 실업, 빈부 격차로 인한 현대인의 고단함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여성 활동가들의 소모임 '봉숭아학당'의 이번달 화두는 '엄마'.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필두로 소설가 공지영씨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어머니 수난사」 등 어머니의 삶을 다룬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논란에 중심에 선 것은 「어머니 수난사」였다.

 

'봉숭아학당'은 10명 내외의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해부터 굵직한 사회 이슈를 선별, 세미나를 통해 페미니즘적 성찰을 시도해왔다. 책과 영화, 연극 등을 훑어본 뒤 이어지는 시끌벅적한 수다는 여성주의를 삶으로 끌어들여 생활문화로 만들어가자는 취지. 활동가들은 「어머니 수난사」 에 대해 엄마를 소재로 감정적 고리를 깊이 자극하면서도, 정작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희생에 관해 남성들의 반성이나 통찰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란이 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이 책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이겠지만, 어머니 수난사를 통해 가족을 위해 늘 헌신하는 어머니상을 강화시키는 것 같다"며 "어머니 존재를 가족이 아닌 한 개체로 바라볼 때가 됐는데, 가족으로 자꾸만 옭아매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전북여성단체연합 교육부장은 "시선을 달리해서 보면, 지금까지 이런 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옛 어머니상을 나열해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며 "어머니를 이젠 자유로운 객체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전제돼 있는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이날 모임에선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아빠 열풍'보다 '엄마 신드롬'이 많아지는 것은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

 

박영숙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IMF 이전엔 부자가정이 모자가정보다 훨씬 많았지만, IMF 이후엔 모자가정이 부자가정보다 3배 이상 늘었다"며 "집나간 여성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반면 가정을 버린 남성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을 보면, 보수적인 우리사회 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한 존재로서만 이윤애가 있었다면, '난 엄마 안 해'라고 했을 것"이라는 이윤애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만들어진 보석'으로 살아야만 하는 엄마의 운명은 정말 슬프다"고도 했다.

 

다음달 '봉숭아학당(10월15일)'은 '유아기 남자들을 파헤친다'를 주제로 또다른 소통의 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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