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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올해의 한자(漢字) - 박인환

연말을 맞아 송년회 망년회등 한해를 정리하는 모임들이 한창이다. 송년회 문화는 일본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밖에 재미있는 일본의 연말 행사가 있다. 바로 '올해의 한자(漢字)'를 선정하는 일이다. 매년 그 해의 사회상을 상징하는 하나의 한자를 일반인을 상대로 공모한다. 한자의 뜻을 새기면서 한 해를 돌아보고, 나아가 다음해에 대한 교훈이나 기원까지 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벤트다. 한 마디의 말이나 짧은 문장이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경우가 있다. 흔히 말하는'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지난주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의 한자로 '신(新)'을 결정하고, 교토(京都)시의 유서깊은 사찰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서 이를 발표했다. 올해는 일본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권이 탄생했고, 스포츠계에서도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9년 연속 200안타, 우사인 볼트의 육상 100m 세계기록등 신기록이 잇따른 것이 선정배경이다. 2위는 신종플루의 백신등을 상징하는'약(藥)'이, 3위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정(政)'이 뽑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이후 연말이면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 중국, 대만이 공모로 결정하는데 비해 교수신문은 200여명의 교수가 정한다. 그동안 선정한 단어는 당동벌이(黨同伐異, 04), 상화하택(上火下澤, 05), 자기기인(自欺欺人, 07), 호질기의(護疾忌醫, 08)등이다. 주석을 달지 않으면 웬만해선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이다.

 

교수신문이 그동안 선정한 사자성어중 2005년의 '상화하택'이 올 한해 현상과 너무 딱 들어맞아 주목된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이 말은 '위에 불이 있고 아래에 물이 있어 서로 등진다'는 뜻으로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비유한다.

 

올해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노동법등을 둘러싸고 빚어진 지역및 이념 대립등 우리 사회의 분열과 반목, 갈등 양상은 연말까지 진행형이다. 게다가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확산돼가고 있다.

 

교수신문이 '상화하택'을 다시 추켜들리는 없을테고 올 한해 사회상을 반영한 어떤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할지 궁금하다.

 

/박인환 주필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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