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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를 잡아낸 사진과 글

이성복 사진 에세이 '타오르는 물' 출간

이성복(57) 시인이 사진작가 이경홍 경일대 교수의 사진을 섬세한 텍스트로 풀어냈다.

 

사진 에세이 '타오르는 물'(현대문학 펴냄)은 이 교수의 사진 스물네 장을 매개로 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되새긴" 스물네 편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시인이 2004년 사진작가 고남수 씨의 작품을 바탕으로 쓴 '오름 오르다'에 이은 두 번째 사진 에세이다. 올해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글 열두 편에 미발표작 열두 편을 더했다.

 

책에 실린 이 교수의 사진은 검은 바닷물에 빛이 들어온 순간을 포착한 흑백사진들이다.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진한 흑색 바탕 위에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이 사진들은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는 '찰나'의 숨겨진 얼굴을 찾아내려" 한다.

 

시인은 이렇게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사진들 속에서 작가와 주파수를 맞추면서 이를 정제된 언어로 재해석한다.

 

"다양한 연상을 통해 떠오르는 은유들은 그러나 결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을 조심스레 포개놓고 보면 막막한 삶의 가장자리에서 떨고 있는 존재들의 고독감과 무력감이 공통 속성으로 드러난다. (중략) 모든 형체는 은유의 조명을 받아 의미를 갖게 되며,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모르는 숲 속에서 저 혼자 쓰러지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13쪽)

 

'추상적 은유'를 구체화ㆍ내면화하거나 순간을 영원화(化)하고, 영원을 순간화하는 작업은 시인의 시 쓰기와도 닮아 있다.

 

사진에서 출발한 시인의 사유는 글쓰기 자체로까지 확장된다.

 

"애초에 글쓰기는 제 눈을 찔러 홍채를 살피려거나 제 살을 파먹고 기운을 회복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지극히 현명하면서 지극히 우매한 그 시도를 통해 불가능의 세계와 세계의 불가능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문학적 글쓰기란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할 수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다."(187쪽)

 

248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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