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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29)판소리 후원자 신채효①-신재효의 선대

중앙·지방 연락사무 담당 '경주인' 집안…상당한 재력가 추정, 아버지때 고창 이주

 

신재효는 판소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신재효가 이룩한 문학적 업적은 '한국의 셰익스피어'라는 강한영 선생의 한 마디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신재효의 위대성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한 말이지만, 또 신재효에 대한 오해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일반인들이 흔히 하기 쉬운 오해가 바로 신재효는 셰익스피어처럼 작가이고, 그러기 때문에 판소리 사설은 신재효가 썼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판소리 사설은 신재효 개인의 창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재효에 대한 흔한 오해를 소개한 것은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신재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신재효는 소리꾼이 아니다. 그런데 신재효가 훌륭한 소리꾼이어서 소리꾼 제자들을 많이 양성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기 때문에 신재효는 '명창 이야기'라는 이 연재물에 적합한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여기서 꼭 신재효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신재효만큼 판소리사에서 중요한 인물도 없는 데다가, 신재효만큼 오해를 사고 있는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신재효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신재효의 일생에 관해서는 일본 천리대 교수, 우석대학교 학장, 국립창극단 단장을 역임했던 강한영 선생이 자세하게 밝힌 바 있다. 강한영에 의하면, 신재효의 선대는 본래 고창에서 살지 않았다고 한다. 신재효의 집안은 대대로 경기도 고양에서 살다가 후에 서울로 이주하여 고창의 경주인을 하였다고 한다. 경주인이란 고려 중기부터 조선 말까지 중앙과 지방관청의 연락사무를 담당하기 위해 지방 수령이 서울에 파견한 아전 또는 향리로 경저리, 저인, 경저주인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의 연락기관의 하나로 설치되었던 것이다. 경주인은 처음에는 지방에서 중앙에 파견하였으나 나중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을 경주인으로 고용하고 대신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경주인은 상경하는 지방민 및 하급관리 등에게 잠자리와 식사의 편의를 제공하고, 공무 또는 군역 복무를 위해 서울에 올라온 관리나 군인들이 각 관청에 배치되어 종사할 때 그들의 신변을 보호할 책임을 졌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문서연락, 지방에서 동원된 노비의 입역과 도망한 자의 보충, 공물, 부역, 세금 상납을 주선하는 일 등을 맡았다. 지방에서 상납하는 물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 경우나, 지방에서 동원된 역 부담자가 도망하거나 제때 동원되지 못하는 경우에 자기 고을을 대신하여 먼저 정부기관에 그 값을 치르고, 뒤에 그것을 고을에서 받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조 후기에 오면 이들의 일은 이권이 되어 서울의 관리와 양반들이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삼게 되었고, 이에 따라 경주인의 자리는 높은 가격으로 매매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신재효의 선대가 고창의 경주인을 했다면,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세금, 공물 등의 대납을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재효의 선대는 고창의 경주인을 하면서 고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인연으로 신재효의 아버지인 신광흡 때에 고창으로 이주를 하였다. 시조시인이었던 조운은, "(신광흡)은 서울 사람으로 열일곱 살에 낙향하였는데, 신행도 미처 아니한 신부가 따라 내려왔다."고 하였다. 신광흡이 열일곱에 고창으로 왔다면, 아마도 신재효의 할아버지인 신한빈과 함께 왔을 것이다. 그래서 신재효의 선대의 묘는 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데, 신재효의 할아버지 묘부터는 고창에 있다.

 

신재효의 부친인 광흡은 고창에 와서 관약방을 하면서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관약방이라면 관청에서 운영하는 약방이라는 뜻일 테니, 이 또한 신재효의 집안이 고창의 경주인을 한 인연으로 그리된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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