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시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는 주현미의 노래 '비 내리는 영동교'의 가사를 빌려왔고 시인 최정례는 이글스(Eagles)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를 바탕으로 시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를 썼다.
가수 이상은은 우리의 전통시 '공무도하가'를 '공무도하'란 노래로 만들어 불렀고, 김태형의 시집 '로큰롤 헤븐'은 록 자체를 시의 제재로 사용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인 장석원이 시와 대중음악의 상관성, 서로 제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혼종(混種)'에 주목한 '우리 결코, 음악이 되자'란 책을 펴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시와 노래를 바라보는 동시적 관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적인 것'이다. 시적인 것은 새로움이다. 시는 노래에 의해 새로워지고, 노래는 '시적인 것'에 의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1부에서 '시적인 것'의 실체를 미국의 유명한 록 밴드 '펄 잼(Pearl Jam)'의 가사를 통해 분석한 뒤 2부에서는 시와 대중음악이 서로 영향을 준 사례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어 3부에서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아바(Abba)와 비틀즈(Beatles), 듀란듀란(Duran Duran), 컬처클럽(Culture Club),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4부에서는 '여행과 노래'라는 주제로 자신의 여행기를 시와 노래에 접목해 들려준다.
책 전반부는 시와 음악에 대한 평론에 가까워 읽는 이로 하여금 의미를 곱씹게 하지만, 후반부는 '장석원의 음악에세이'라는 부제 그대로 저자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시와 음악과 함께 녹여내 편안하게 읽힌다.
본질적으로는 평론집이 아닌 에세이인지라 음악과 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상당 부분 느낄 수 있다. 주현미와 김소월 등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음악과 시를 인용하려고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그래서, 굳이 팝과 록, 시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쉽게 읽힐 만하다. 음악과 시 어느 한 쪽에 깊이 있는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계기로 다른 한쪽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될 것이고, 양쪽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그간 시집 '아나키스트', '태양의 연대기', 평론집 '낯선 피의 침입'을 냈다.
도서출판 작가. 221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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