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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김정수 작가의 '품격실험' 시험대

김수현(67) vs. 김정수(61).

 

한국 방송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두 작가가 올해 내놓은 주말 드라마 두 편이 전작 대비 화제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4일 김수현 작가의 SBS TV '인생은 아름다워'와 김정수 작가의 MBC TV '민들레 가족'은 각각 18.8%와 11.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한 자리대 드라마가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지만, 두 작가의 명성과 커리어를 생각하면 10%대 시청률은 아쉬움을 준다.

 

무엇보다 시청률을 떠나 전작들에 비해 화제성도 떨어지는 점이 뼈아프다. 이런 와중에 '민들레 가족'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초심을 잃고 자극적인 요소들을 잇달아 녹여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 '품격있는 드라마'..시청자는 지루해? =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현실에서 두 작가는 나란히 이번 작품을 통해 '품격있는 드라마'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작가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기획의도에서 막장드라마에 대한 반감으로 건강한 드라마를 기획했다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국가와 사회의 근간은 건강한 가족의 화목에 있음을 그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 가족이 제주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그의 의도는 지금껏 잘 지켜지고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품격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인공 가족의 구성원은 모두 선량하고 성실하며 이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아낀다. 최근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였던 '수상한 삼형제'가 가족 간에 악다구니 쓰는 모습만을 강조했던 것과는 180도 다르다.

 

특히 이 드라마는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한 축으로 다루면서도 결코 선정적이지 않되 깊이 있는 고민을 안겨주면서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어루만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은 지난 3월 첫회 14.7%에서 시작해 한 차례 20%(5월29일)를 찍고 나서는 계속 1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김정수 작가의 '민들레 가족'은 사정이 훨씬 안 좋다. 지난 1월 시청률 7.9%에서 시작해 수개월간 5%대까지 추락하며 수렁에 빠져 있던 이 드라마는 경쟁작이던 '수상한 삼형제'가 막을 내리면서 지난 6월19일 간신히 두 자리대로 시청률이 올라섰다.

 

김정수 작가는 이 드라마의 방송을 앞두고 "드라마가 작품이 아니고 상품이 된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전 '꼰대' 기질이 있어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한다"며 "모두가 공짜로 보는 TV 드라마는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 영화와 다르다. 잔혹하거나 이상한 내용은 작가 스스로 피해야 한다. 드라마라는 울타리를 지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 시대 실직한 아버지들의 애환을 그리면서 그 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겠다고 밝혔고, 드라마는 실제로 그렇게 전개됐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양식과 교양을 갖추고 있고, 그들의 고민은 시청자가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었다.

 

그러나 막 나가는 '수상한 삼형제'와의 정면승부에서 이 점잖은 드라마는 처참히 깨졌고, 방송 관계자들조차 '잔잔한 전개, 익숙한 이야기가 시대착오적'이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 '잔잔함은 퇴보?'..자극적 양념 가미하기도 = 시청률 수렁에서 헤매던 '민들레 가족'은 결국 후반부 자극적인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수상한 삼형제'의 퇴장과 맞물리기도 했지만 최근 시청률이 10%대로 올라선 데는 자극적인 설정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내를 속인 남편의 피임과 살인미수, 기억상실, 난데없이 나타난 배다른 아들 등의 소재가 이 드라마의 초반 기획의도를 무색하게 하면서도 시청자의 흥미를 끈 것.

 

'인생은 아름다워'는 뜨거운 논란 속에서도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를 모았지만, 그 카드를 어느정도 써버린 현재는 이렇다 할 사건·사고, 갈등구조가 없어 스토리 전개에서 힘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사랑을 찾아나서는 모습은 알콩달콩 재미를 주지만 그것 역시 다른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잔잔하게' 진행되고 있다.

 

SBS 관계자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이 드라마가 상당히 품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품격있는 드라마가 대접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청률이 20%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KBS 드라마국 관계자는 "'민들레 가족'은 따뜻한 드라마지만 그 내용이나 소재는 지금껏 많이 다뤄온 것으로 2010년 시청자를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안타깝지만, 요즘은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고는 긴 호흡의 연속극을 끌고 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 극심한 편성 전쟁도 시청률 부진에 한몫

 

주말 오후 8시대는 KBS와 MBC 주말극만이 정면 승부를 펼치지만, 그 이후 오후 9시부터 10시대에는 SBS까지 방송 3사의 드라마 4편이 치열하게 물고 물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수현 작가와 김정수 작가가 각각 전작인 KBS 2TV '엄마가 뿔났다'와 SBS TV '행복합니다'를 집필하며 나란히 사랑받았던 2008년과 비교해 주말 드라마의 시청률 경쟁이 더욱 과열된 것이 사실.

 

2008년과 비교해 두 작가의 편성 시간은 뒤바뀐 셈인데, 오후 8시대 '엄마가 뿔났다'로 시청률 40%를 돌파했던 김 작가는 현재 주말 드라마 중 가장 늦은 시간인 오후 10시대에 '인생은 아름다워'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다 SBS가 최근 월드컵 중계에 올인하느라 '인생은 아름다워'를 2주간 결방 한 것도 이 드라마에는 큰 타격이 됐다. 시청률 20%를 돌파한 직후 시청의 흐름이 끊어진 것.

 

반대로 전작인 '행복합니다'가 오후 9시대에 방송되면서 시청률 30%를 돌파했던 김정수 작가는 KBS 2TV 주말극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오후 8시에 MBC TV 주자로 나서면서 출발부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한 인기 방송 작가는 "김수현, 김정수 두 대 작가가 최근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드라마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고민에 빠졌다"며 "막장 드라마에 반기를 들고 나섰지만 시청률은 막장 드라마 편인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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