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춤추는…' 어머니의 가르침 몸짓으로 풀어내다
한국무용가 정경희. 그가 '민살풀이춤'의 명무 조갑녀의 딸이란 건 지난해 7월 함께 한 무대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어머니가 준 가르침은 춤사위 하나 하나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끄집어 내는 것이 춤"이라는 춤의 법도였다.
어머니는 늘 "네가 나랑 눈 크기, 발 크기, 내장도 다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춤을 출 수 있겠느냐. 네 춤을 추어라"라고 말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
1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운교(雲交) 정경희의 춤-굿'은 삶이 춤이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녹아든 잔치다.
복도, 덕도, 서로 서로 나누는 신명의 잔치.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 위에,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얹어진 자리다.
'굿'은 전통춤의 새로운 시각에서 굿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창작춤이 인위적이라면, 전통춤을 재창조하는 것은 자연에 가깝다. 춤을 만드는 사람이나 추는 사람이나, 힘을 들이지 않고 몸에 익혀진 것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면 된다.
그는 "예로부터 우리는 풍류를 즐기는 공동체 삶으로 각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온 다양한 굿은 축제적 기능으로서 뛰어난 역할을 했다"며 "굿 속에 살아있는 가무악(歌舞樂)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굿'은 축원덕담과 함께 바라춤으로 시작되는 '비나리굿'과 색에 의미를 부여하는 '오방굿', 씻김굿의 하나인 '지전굿',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축원굿'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의 춤은 몰입력이 강하면서도 선이 투명한 것이 특징. 무대에는 그가 이끌고 있는 해울무용단이 함께 올라간다.
남원 출생인 정경희는 조선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무용교육 석사, 조선대 체육대학에서 이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전주예술중학교 무용교사로 지도자로서만 활동하다 2003년부터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전 세계 아리랑을 수집해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풀어낸 '키르키즈아리랑'(2007)과 도시 빈민가 철거민의 삶을 담은 '밥'(2008)으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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