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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옹이

김은숙

옹이 많은 나무를 본다.

 

그 나무의 한숨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크고 작은 상처의 흔적이 옹이로 박힌 채 틀어지고 구부러진 나무. 무엇엔가 심한 상처를 입었거나, 잔가지가 부러지고 아문 자리가 저렇게 흉터로 남겨졌을 것이다.

 

잘 자라서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푸른 초장의 상징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좋은 환경 속에서 곧게 자란 나무는 쓸모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그 나무처럼 거침없이 자라주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숲도 사람의 세상과 같아서 좋은 땅에서 곧게 자란 나무와 자갈밭이나 가시 많은 골짜기의 볼품없는 나무들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아름답고 깊고 고운 산 빛깔로 반짝이는 것이다.

 

우거진 소나무 숲에 파도소리 같은 바람이 둥지를 틀고, 삼나무, 아기 돌배나무, 칡넝쿨이 제각기 자신의 언어로 노래 불러야 메아리가 되고 웅장한 숲의 울림이 되는 것이다.

 

옹이 박힌 나무.

 

비바람 맞고 눈보라를 견디는 동안, 저절로 아물어진 상처를 무늬로 덧입은 옹이 많은 나무는 내게 순박한 인심의 고향사람들처럼 친근하다. 나무를 쓰다듬으며, 굳은 살 박힌 아버지의 거친 손을 만져보고, 치장을 모르시던 어머니의 몸을 안아본다. 세상살이의 스산한 이야기를 해도 흉보지 않고 나무라지 않고 나의 등을 토닥여 줄 것 같다.

 

옹이 많은 사람들은 안다. 상처가 문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그 문을 열고 이별의 상처를, 가난의 불편함과 상대방의 눈 속에 들어 있는 외로움을 쉽게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금방 서로 가까워져서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 문을 열게 된다. 서로의 옹이를 만져보고 쓸어보고 같이 눈물 흘리다가 잠시라도 기댈 언덕 하나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 맘 속에도 무수히 많은 옹이가 있다. 살아오는 동안 찍히고 할퀴어진 상처가 저절로 아물었거나, 덧나고 또 덧나서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깊은 옹이로 자리 잡은 것들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저 나무들처럼 마음속 응어리가 겉모습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옹이 때문에, 기분 좋은 칭찬 앞에서 우쭐대지 않고, 근거 없는 비난을 받아도 기죽지 않는다. 실패도 성공도 홀로 잠잠히 다스리며, 뼈를 깎는 외로움 속에서도 노래 부를 수 있다.

 

옹이는 나의 눈물이다. 내가 들어가 숨을 구멍이며, 쉴만한 호숫가요, 연민으로 가득 찬 꿈의 통로다.

 

옹이는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이고, 평안을 찾아 길을 떠날 때 비장한 마음으로 의식을 치르는 동구밖이다.

 

옹이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눈이다. 그리고 세상의 말을 듣는 귀다. 꽃 잔디를 스치는 따스한 봄빛도, 해바라기 활짝 핀 여름날의 빗방울도, 익어가는 과일의 달콤한 향기도, 겨울 산에 가득한 순결한 눈꽃도 옹이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옹이는 부끄럽고 초라한 나의 시이기도 하다.

 

*수필가 김은숙씨는 1990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그 여자의 이미지」·「길 위의 편지」, 시집 「세상의 모든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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