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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딛고 히말라야 14좌 완등한 김재수

산악인들에게 가장 큰 시련은 함께 등반하던 동료와 산에서 사별했을 때라고 한다.

 

김재수(50·코오롱스포츠) 대장은 두 차례에 걸쳐 6명의 동반자를 잃었음에도 재기해 다음 도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김 대장은 3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그간 겪었던 시련을 털어놓았다.

 

김 대장은 2008년 경남산악연맹이 꾸린 원정대를 이끌고 K2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를 만나 대원 세 명과 셰르파 두 명을 잃었다.

 

그는 "등반을 그만두고 싶었다"며 "여태껏 나를 위해서만 등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말했다.

 

김 대장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2007년부터 고산등반을 함께했던 고(故) 고미영 씨다.

 

'포기하면 하지 못한 것만 못하고 어렵더라도 계속 등반하는 게 숨진 이들의 혼을 달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고 씨의 조언에 힘을 얻었다고 한다.

 

김 대장은 하지만 2009년 7월 낭가파르밧에서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 씨마저 떠나보냈다.

 

히말라야에서 고 씨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적처럼 쓰고 다녔고, 쓰지 않으면 등반에 나설 수 없게 만든 검은 모자를 고 씨의 얼굴에 씌웠다.

 

고산 도전에 대한 의지와 함께 고 씨를 화장할 때 그 모자를 같이 태워버렸다.

 

하지만 14좌를 함께 완등하겠다는 고 씨와의 약속을 끝내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과 그간 고 씨가 던져준 조언 때문에 그는 남은 봉우리 등정에 다시 도전하기 시작했다.

 

김 대장은 "어릴 때 등산을 시작해 32년 동안 취미라고는 등산밖에 몰랐다"며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나를 완등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검은 모자가 없어도 등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의 도전은 최단시간 14좌 완등이 될 수도 있는 올가을 초오유(8,201m) 재등정을 시작으로 겨울에는 남극, 이르면 내년에는 오세아니아 최고봉으로 이어진다.

 

김 대장의 완등은 기록이 아니라 그 과정에 농축된 이런 사연 때문에 더 주목받는 면이 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이제는 희소성이 떨어져 더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 1년에 한두 명씩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던 것이 이제는 수십 명에 이르게 됐고, 국내에서 완등을 선언한 사람이 김 대장까지 5명이다.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김창호 씨와 김미곤 씨가 완등 목표까지 각각 2개와 5개의 봉우리를 남겨뒀다.

 

등반 기술이 진보한 데다 기능성 의류와 유용한 장비의 급속한 발달이 이뤄졌고, 루트(등정로) 정보도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등정기록을 쌓는 '등정주의'보다 험난한 길을 트거나 새로운 길로 정상에 오르는 '등로주의'가 국내에서 점차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14좌 완등 자체가 희소성은 떨어졌음에도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난도를 따질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평가는 여전하다.

 

정부도 지금도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체육 최고훈장인 청룡장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 대장은 "알프스와 히말라야에서는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추세가 바뀌었다"며 "우리 산악인들도 히말라야에선 등정주의를 마감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정주의냐 등로주의냐, 무엇이 옳고 그르기보다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등반가들에게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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