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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완산십곡병풍도 - 19세기 전주 상황 기록한 최상의 지도

가무악 가르치던 교방·음악기관 장악청 표시

지도는 공간적 역사를 말한다. 고지도 뿐만 아니라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지도는 역사를 비롯해 생활사와 도시 공간의 구성까지 제공해주는 사료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과 지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획, 한 점으로 그려낸 역사의 현장은 당대 문화사를 가감 없이 나타낸다.

 

그 시대가 가장 날카롭게 주목했던 문제들이 녹아있는 유물로 한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게 바로 지도다. 지도가 동시대의 모습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게 분석한다는 점에서 역사 복원의 1차적 사료가 된다.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완산십곡병풍도는 전주와 관련된 가장 상세한 지도로 19세기 제작되었다. 19세기 전주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최상의 지도이기도 한 이 유물은 10폭 병풍으로서 전주의 내력과 관련 관아행정기구 및 관할내용을 별도로 열거해 전주 전체를 설명하는 장대한 구성이 일단 압권이다.

 

또한 남북 방향을 좌우측으로 전개하고 좌측이 북쪽 방향으로 구성된 완산십곡병풍도는 각 건물 및 부분에 대한 설명과 내력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라감영과 전주부영의 각 건물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음으로써 전라감영과 부영을 복원하는데 절대적 자료이기도 한 이 지도에는 조선 후기 전주부영에서 전개되었던 국악문화도 지도에 반영했다.

 

선화당을 비롯해 각 부속건물은 지금은 자취를 감췄던 당대 역사와 건물을 부활시켜주듯 생생하기만 하다. 특히 이 지도에는 내아 앞뒤로 각각 판관의 휴식처인 의의정이 있다. 또한 내아 뒤에는 사당도 있었으며, 득월당 앞에는 교방이 있어 관청을 드나드는 기생들에게 가무악을 가르쳤고, 그 서편에는 대표적 음악기관이었던 장악청도 표현돼 있다.

 

완산십곡병풍도에 그려진 교방은 고려시대 이후 기녀들을 중심으로 한 가무를 관장했던 공간으로 주로 속악과 당악을 맡았던 교육기관이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관습도감에서 교방 여기들을 관장했으며, 1897년의 관제개혁 때에는 장악원을 한 때 교방사로 부르기도 하였다.

 

또한 완산십곡병풍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장악청이란 명칭이다. 서울, 즉 중앙에는 장악원이라는 제도가 고정화 되어 전통문화를 전수하였다. 그러나 장악청이란 명칭은 조선무속연구에 따르면 음률을 전습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고지도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장악청이 악공과 기생들을 관장하는 곳이 분명한 관계로 전주에는 가무악을 장려하는 특별 기관을 설립해 전통문화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악원이 조선시대 궁중에서 연주되는 음악 및 무용에 관한 모든 일을 맡아보던 관청이었다면, 장악청은 전라도의 문화심장부였던 전라감영과 전주부영에서 전통음악이 보존되고 전수하였던 곳이다. 그런 만큼 예향 전북과 국악의 고장 전북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교방과 장악청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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