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도내 유일 편곡가 허귀행씨 "편곡은 인테리어죠"

연극·뮤지컬·창극 등 다양한 무대음악 맡아 / 국악 접목, 전혀 다른 느낌 곡 만드는 데 관심

▲ 도내 유일한 편곡가로 다양한 무대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허귀행씨가 작업실을 보여주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최근 방송사들의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 등에서 실력파 가수들이 부르는 곡들이 새삼 화제다. 시청자들은 기존 곡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발라드를 록으로, 성인가요를 블루스로 해석해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만들어 내는 1등 공신은 바로 편곡가. 도내에서 유일하게 편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귀행(34)씨를 만났다.

 

12일 오후 2시 전주 중앙동 사무실. 골방에 박혀 노래를 만드는 고독한 예술가 타입을 예상했으나, 수더분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익숙해진 그는 오후가 되어서야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작품이 안 풀릴 때마다 담배를 찾는 습관 때문에 사무실엔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지역에서 연극·뮤지컬·창극 등 다양한 무대의 곡들을 선보여 공연을 완성시켜왔지만, 그는 늘 '무명씨'에 가까웠다. 작곡가를 먼저 예우했던 분위기에 열악한 지역 공연계에선 편곡가까지 섭외할 여력이 안됐던 것. "작곡이 건물의 골조를 만드는 것이라면, 편곡은 인테리어(혹은 리모델링)"라고 설명한 그는 "편곡은 기존 곡의 멜로디에 가수의 목소리를 넣어 음역을 높거나 낮게 바꾸는 일부터 악기의 배치·새로운 화음의 도입 등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것까지 범위가 넓다"고 덧붙였다.

 

전주문화재단의 상설 마당창극'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를 비롯해 지난해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극단 까치동의 '각시, 마고', 전주시립극단의 '춘향은 울지 않는다' 등은 그의 손을 거쳐간 대표작. 최근 전주시립극단의 작품은 그가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편곡가가 어떻게 판단해 소리를 입히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롭게 바뀝니다. 잘된 편곡은 무대의 매력을 부각시키지만, 잘못된 편곡은 고유의 색깔마저 잃어버리게 하거든요."

 

그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그만뒀다. "피아노를 잘 치면 작곡·편곡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선택한 길"이었으나 불안한 미래로 인해 제조업 회사에 취직하는 등 방황을 겪기도 했다. 결국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에 매력을 못 느낀 그는 2008년 창작극회가 의뢰한 '은행 강도 클럽 주크&박스'와 '꿈꾸는 슈퍼맨'의 편곡으로 다시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물론 정통 작곡 수업을 받지 않은 게 약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이 교과서"라고 여긴 그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양악부터 국악까지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파고들었다. "남의 음악을 악보 없이'따면서'(복사하면서)" 특성 있는 장르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 스스로 배워나간 그는 특히 국악을 접목시켜 전혀 다른 반향을 일으키는 음악을 내놓는 데 관심이 높다.

 

최근 대중가요는 물론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편곡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 그는 "음악 시장이 점점 전문화·세분화되면서 편곡가를 따로 두고 있다"면서 "지금은 다소 불안한 시장이지만, 앞으론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은 주머니가 두둑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이 진짜 좋아서 뛰어들어야 어려운 과도기도 즐겁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르도, 국경도 넘나들어야 하는 그의 음악 세계에서 최종 정착지는 어디인지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답변했다. "다음 페이지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어요. 다만 새로운 장르에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넘기는 책의 페이지처럼요."

이화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