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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을 사랑하는 법

구법서 마이산지기

   
 
 

몇 달쯤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뜸 그 친구는 "너 '마이산지킴이' 맞지. 마이산을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보라"는 게 아닌가. "그걸 풀면 넌 진짜 명실공히 '마이산지킴이'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지역사회에 대해 떳떳해질 수 있을 것"이란 말까지 남겼다.

 

그 친구가 그런 숙제를 내준 뒤로 동창회 모임에서 만나기만 하면 "숙제 풀었냐"고 물어본다. 모임이 이어지고 그 친구의 질문이 반복될수록 은근히 화가 났다. 그것은 사실 숙제를 풀고 싶지만 푸는 방법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며칠 전 채널A에서 방영한 '논리로 풀다'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소원을 이뤄주는 유명한 전국의 명소 가운데 맨 처음 사례로 마이산 천지탑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천지탑에 소원을 빌어 기적을 체험했다'는 3가지 사례가 소개되었다.

 

'불임 6년 만에 첫 아들을 낳았다'는 김영삼씨. 시험관 시술마저 번번이 실패했던 그는 "마이산 탑사에 간절히 빌었던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자신에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어떤 여성사업가는 "마이산 천지탑만 다녀오면 가게의 수입이 평균 몇 십% 정도는 올랐고, 이러한 기도의 효험은 20여일 간다"고 했고, 실제로 마이산을 다녀온 뒤 매출의 변화를 이영돈 PD가 확인시켜주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감동을 준 것은 '태어날 때부터 휘어 있던 아들의 한쪽 다리가 정상이 되었다'는 팔순 노모의 이야기였다.

 

그것은 정말로 기적이었다. 하지만 내게 더욱 감동적인 것은 기적 자체보다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기도의 방법이었다. 그 할머니는 마이산 천지탑을 쌓은 이갑룡처사가 탑을 쌓을 때 힘들게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것을 자신의 체험처럼 받아들이고 실제로 자신이 마음 속으로 탑 위에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다고 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마이산지킴이'라고 자처하는 나 자신을 참으로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나는 마이산을 사랑하신 이갑룡처사님이 저 탑을 쌓을 때의 어려움과 그 지순한 마음을 이처럼 진정성있게 받아들여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내게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을 시작하는 구체적 마음자세를 알려주고 있었다.

 

마이산을 그냥 산으로만 보면, 나무도 잘 자라지 않는 비생산적인 바위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거기에 인간마음을 끌어들이는 천지탑이야기가 마이산에 전혀 다른 효용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 요즘 유행한다는 그 스토리텔링이 아닌가. 인간이 관심을 가질만한 얘기꺼리를 찾아내는 것. 그렇다면 천지탑은 마이산이라는 미인을 치장하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였다. 천지탑은 태풍을 이겨내고 100년여 세월을 의연히 버티고 있다. 그래서 천지탑은 과학의 이야기꺼리가 될 수도 있고, 인간의 허전한 마음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신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된다면 마이산은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될 것이 아닌가.

 

아, 이제 마이산에 있는 돌멩이 하나도 이야기꺼리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니 마이산에 있는 것 모든 것이 다 소중한 것이다. 아, 이제 며칠 남은 동창회가 기다려진다. 이제 그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숙제장을 내보일 수 있게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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