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직책이나 권한이 낮다고 생각되는 조직에 은근히 성원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형사소송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동아 검경은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해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이 아울러 명시되는 선에서 조정된후 일시 잠복돼 왔을 뿐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김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또다시 해묵은 수사권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사실 이번 김검사 사건을 보면서 나는 경찰이 검찰에 칼을 빼들고 제대로 한 번 붙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검찰의 수사권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이다. 검찰이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자 경찰은 맥없이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 사건 진행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경찰이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외에 또다른 계좌추적등 비리혐의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전국경찰인회의를 열어 향후 검찰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논의하고 차제에 확실한 수사권 확립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사태추이가 주목되기도 한다.
경찰의 검찰을 향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봄 경남 밀양의 한경찰 간부가 자신을 지휘하던 검사를 고소한 사건도 파문을 일으켰었다. 검찰에 일방적으로 몰리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일지는 몰라도 그 사건 역시 포말만 일으켰을뿐 뒷소식은 유야무야다. 또한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역시 불발에 그치고 말았었다. 경찰의 이런 일련의 수사 방향이 틀렸다고 볼수는 없다. 일반 국민이라면 경찰이 부르는데 배짱 내밀고 거부할수 없을텐데 판검사라고 서면이나 전화로 응대한데서야 누가 공평한 수사라고 볼수 있겠는가. 하지만 혹여라도 경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보다 조사방식이나 조직의 위상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의구심을 주게 된다면 국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는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약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심리적 보상효과는 있을지언정 수사기관끼리의 힘겨루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경찰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위간부나 말단에 이르기까지 금품수수 의혹이나 각종 비리 사례가 근절됐다고 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역시 작지 않다. 그렌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등 세간에 이목을 끌었던 비위 스캔들이 어디 한 두번인가. 이번에 곪아 터진 김검사의 수뢰의혹 사건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의심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그 책임 역시 검찰의 자기 혁신노력의 부족에 따른 부메랑일 뿐이다. 참고로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검찰은 잡아 넣을 권한, 경찰은 안 잡을 권한이 있지만 국민은 의심할 권한이 있다고. 때로 검찰과 경찰의 권한이 뒤바뀌는 일도 있지만 국민들은 그 이면을 꿰뚫고 의심하는 지헤 또한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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