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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서 사진작가 변신, 산업현장의 추억을 담아

조춘만씨 개인전 26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

▲ 조춘만 作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가지 못했던 소년은 조선소에 들어가 용접을 배웠다. 국내 산업현장과 중동을 넘나들며 살인적인 노동을 소화한 대가로 '새마을 일꾼'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불혹에 가까워진 소년은 산업 현장을 벗어나 사진을 배웠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자신이 일했던 곳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갔다. 용접공에서 사진가가 된 조춘만(58)씨 이야기다.

 

오는 26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리는 'Industry Korea'전에는 그가 젊은 시절을 보낸 조선소 등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이 담긴 사진 10점이 나온다.

 

거대하고 복잡한 산업현장은 그가 바라본 시각으로 질서 정연하게 재구성 됐다. 현장의 세세한 곳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4*5 대형카메라를 사용했다. 청년 시절 자신의 열정을 쏟았던 모든 것을 담고픈 그의 본능이, 삭막한 산업현장을 묘한 매력이 있는 장소로 탈바꿈 시켰다.

 

"되돌아보면 참으로 힘겨웠던 그 시절이 아련하게 다가오고 동시에 아름답게도 느껴진다. 함께 뒹굴었던 산업 구조물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나를 왜 끌어당기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들이 나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연결시키는 매개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늦은 나이에 배운 사진은 그에게 절박했다.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는 물음을 던졌을 때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중동에서 기념품으로 사온 35mm 카메라로 어릴 적 기억부터 서서히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아픔을 겪었던 그는 동시대에도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철거민들을 사진에 담았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 본 자신의 흔적은 아픔이기도 했고 아련한 추억이기도 했다.

 

하지만 철거민들과는 달리 산업현장은 그의 접근을 더 이상 허용치 않았다. 그저 먼발치에서 망원렌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존재했던 곳을 바라봐야 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이라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가는 것을 주제로 삼은 그가 숨 가쁘게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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