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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추징금 딱 걸렸다

▲ 객원논설위원
꼭 10년전이다. 2003년 이 맘때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검찰이 신청한 그의 '재산 명시' 심리와 관련하여 법원으로부터 출석 명령을 받고서였다. 재산목록을 검토한 판사가 물었다. '예금 채권이 29만원이고 현금은 없다고 돼있는데 맞나?' 전씨의 대답-'본인 명의로 된 것은 그것밖에 없다.' 판사-'재산이 전혀 없는데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외유를 다니는가?' 전씨-'전직 대통령에게 골프협회에서 그린피 무료로 해주고 인연있는 사람들이 도와 준다.'판사-'전적으로 도움에 의지한단 말인가?'전씨-'정치자금으로 썼는데 모두 그걸 인정안하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고 있다. 억울하다. 낼 돈이 없다.'

 

당시 나는 이 날 재판을 한 편의 소극에 비유한바 있다. 전씨의 말대로라면 그의 재산은 29만원 뿐이고 주위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처량한 신세다.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이 지경이 됐을까. 우리 국민들이 너무 홀대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당장 전씨 돕기 운동이라고 벌어야 한다고 열(?)을 내기까지 했다. 실제로 그 무렵 일부 대학생들이 전씨 집 앞에서 깡통을 들고 전씨 돕기 구걸 퍼포먼스까지 한바 있으니 진짜 코미디는 코미디였다. 전두환씨의 전재산 29만원 해프닝은 그뒤 인구에 회자되며 오늘날까지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징수문제가 요즈음 정가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국회가 전두환 추징법 도입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10년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 "면서 "이런 행위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여만에 현직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엄중하면서도 단호한 경고음이다. 요약하자면 '전 재산이 29만원 뿐이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억지 부리지 말고, 추징금 내라 안내면 법적 조치를 확실히 취하겠다'는 엄포다. 얼굴에 철갑을 두른 전씨인들 어찌 등골에 찬바람이 불지 않을까. 앞으로의 대응 태도가 자못 궁금하다.

 

전씨는 군사 반란과 뇌물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형과 함께 모두 220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전 재산이 29만원 뿐이라고 오리발을 내밀면서 그 중 1672억원을 아직까지 납부하지 않은채 버티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전씨 일가의 재산은 장남 재국씨, 차남 재용씨, 3남 재만씨등의 부동산· 빌라· 미술관· 휴양시설 등을 합하면 수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거기다가 지난 2004년 차남의 뭉칫돈이 아버지 비자금에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후 장남 재국씨기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까지 드러나 숨겨진 재산에 대한 세간의 의혹은 한껏 부풀려 지고 있다. 반면 노태우 전 재통령의 경우는 그래도 전씨보다는 훨씬 낫다. 추징금 2629억원 가운데 91%를 내고 230억원만 미납한 상태다. 그것도 부인 김옥숙여사가 추징금을 기필코 완납할 수 있도록 맡겨진 재산을 환수해 달라고 검찰에 탄원서까지 내고 있으니 지적인 판단력, 도덕적 의무감에서 전씨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현재 내용이 조금씩 다른 전두환 추징법을 발의해 놓고 새누리당의 협조를 얻어 6월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안 내용중 전씨가 추징금을 내지 않을 경우 노역형에 처한다거나 가족의 재산을 몰수하는 방안등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연좌제에 저촉된다는 반론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또 다시 전씨의 추징금 징수가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들의 질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전씨의 재산의혹이 계속 불거지는한 우리 사회에 법과 질서가 확립돼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칼자루를 쥔 검찰의 척결 의지가 중요하다. 이번만은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의 말이 떠오른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착한 사람에게서보다 악한 사람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새겨 들을 이야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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