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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행복…한여름밤의 꿈

▲ 김승일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복권의 역사에 대해서는 설(說)이 여럿이다. 추첨으로 땅을 나눠 주라는 성경 말씀이 복권의 효시라는 주장도 있고 로마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파티 참석자들에게 선물을 추첨해 준 것이 처음이라는 설도 있다. 근대적 의미의 복권은 153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하수도 정비를 위해 예산이 필요했던 정부가 주민에게 강제적으로 복권을 할당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광복 직후인 1947년에 첫 선을 보였는데 사연이 눈물겹다. 이듬해(1948년) 영국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의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해 경비를 조달했던 것이다.

 

그런 역사를 가진 복권이 오늘날 가장 번창한 곳은 단연 미국과 유럽이다. 특히 1970년대 미국에서 개발한 '긁어 맞추기(스크레치)'식 복권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으며 유럽에서도 프랑스 국영 복권회사가 9개국에서 발매하는 로또식 복권인 '유로 밀리언' 역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러나 기적에 가까운 복권 당첨이 꼭 행운의 상징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역대 1000만 달러 이상의 복권이 당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첨 후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64% 이상이 이전보다 더 불행해 졌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복권 당첨 후 흥청망청 사치와 낭비를 일삼다가 가정을 파탄낸 사람도 있고 생면부지 무뢰한의 생떼에 시달리다 못해 입원 치료까지 받는 경우도 생긴다. 영국에서는 한 술 주정뱅이가 1100만 파운드 짜리 신종복권에 당첨되자 이혼한 전처와 자식들이 벌떼같이 달려 들어 혼쭐이 났는가 하면 "내 보석을 훔쳐간 돈으로 산 복권이 당첨됐으므로 그 돈은 내 것이다."고 주장하는 양모(養母)와 송사(訟事)까지 벌인 당첨자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액의 당첨자는 아예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당첨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족이나 이웃 간에 미묘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크레치 복권이 방행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즉석에서 동전 따위로 긁으면 당첨 여부가 확인되기 때문에 드문 일이지만 복권을 '산 사람'과 '긁은 사람'사이에 다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전에 다방에서 손님이 산 즉석복권 4장을 주인과 종업원 등이 함께 긁었다가 2000만원짜리 두 장이 당첨돼 분배를 싸고 소송까지 벌인 일이 있었다. 결국 재판부가 '산 사람'과 '긁은 사람'이 같은 비율로 공정히 나누도록 판결해 '행운의 소용돌이'는 해피 앤딩으로 끝을 맺었지만 뒷맛이 영 개운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요즘 불황이 장기화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복권 쪽으로 쏠리고 있다. 로또 추첨일인 토요일이면 비교적 당첨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복권방을 중심으로 복권 마니아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당첨률을 높이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다. 당첨 번호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자칭 전문가(?)들이 수 십개씩 예상 번호를 찍어 무료로 나눠주는 서비스를 베풀고 있고 상위 등급에 당첨될 경우 일정 액수를 배당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동구매도 등장했다. 여러 사람이 예상 당첨 번호군에 있는 로또를 대량으로 구매해 투자한 비율대로 당첨금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돈벌이 천재들이 드디어 복권방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5000원짜리 로또복권 한 장으로 행복한 꿈을 꾼다. 이게 혹시 1등으로 당첨되면 어쩌나 내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을까? 에이 일등은 무슨…. 그저 2등이나 3등 정도만 돼도 황공 감사하지 뭐. 지갑속 5000원짜리 복권 한장은 그저께도 이렇게 가르쳐 줬었다.'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 없이는 행복도 없다. 그래서 속세와 연을 끊고 살게 아니라면 행복을 위해 얼마간 돈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돈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날씨가 하도 더우니까 로또·돈·행복이 뒤죽박죽으로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한여름 밤의 헛된 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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