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달연 할머니 위안부 생활 / 그림책으로 출판 과정 담아 / 광복절 의미 되새기는 시간
수은주가 35℃를 훌쩍 넘긴 광복절 오후 2시. 무더운 날씨와 휴일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떠나 한적한 전주 도심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광복절을 맞아 다큐멘터리영화 '그리고 싶은 것'이 상영된 가운데 500여명의 관객이 스크린 앞에 앉았다. 이들은 종군위안부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며 68주년을 맞은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도청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많은 학생들이 몰린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
시작 30분전부터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부터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스님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하나 둘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영화시작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극장 안이 암흑으로 변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관객들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영화는 그림책 작가인 권윤덕씨가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 출판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계획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를 그림책으로 완성해 동시 출판하기로 한 계획에서 출발한 것. 이때만 해도 권윤덕 작가가 위안부 할머니 그림책을 그린다는 얘기는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스케치가 점차 구체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군이 나눠준 콘돔과 일본 천황의 초상을 나란히 그린 그림은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은 한 숨을 연발했다. 평화를 이야기하며 기획에 참여했던 일본인들조차도 넘을 수 없는 역사 인식의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한 듯한 반응이었다.
영화 말미에 '역사의 증인은 사라져 가고 진실은 거짓이 되어간다'는 문구와 함께 심달연 할머니의 수목장 나무가 화면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하나 둘씩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김영아씨(32·전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귀 닫고 무관심한 채 지난 세월을 보낸 한국 사회의 현실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며 "잔잔한 내용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지만 역사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큰 울림을 주는 영화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관 관계자는 "광복절을 맞아 의미 있는 기획을 해보기 위해 '그리고 싶은 것', '월하의 침략자' 특별 상영전을 마련했다"며 "비록 관객은 적었지만 이들이 영화를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고 싶은 것', '월하의 침략자'는 다음달 1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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