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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백경고(百警告) 불여일득병(不如一得病)이라

음주 ·흡연 경고 '귓등으로 흘리기'?

   
▲ 술병과 담배에 적힌 경고문
 

어느 마을에 100세를 넘긴 노인이 있었다. 그것만도 놀라운 일인데 그 노인, 장작까지도 곧잘 팬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널리 퍼진 건 당연한 일이었을 터….

 

소식을 들은 지역의 신문기자가 그 집을 방문했다. 노인에게 축하드린다고 먼저 인사를 챙긴 그 기자, 장수 비결 같은 것이 따로 있으신지 삼가 여쭈었다.

 

“뭐, 그게 그저…, 딱히 비결이랄 건 없고….”

 

노인은 좀 겸연쩍은지 대답을 선뜻 못하는 것이었다. 기자는 하나씩 조목조목 묻기로 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약주는 좀 하셨습니까?”

 

“약주는 무슨…, 나는 젊었을 때부터 술은 입에도 댄 적이 없어. 아, 장가들 때 딱 한 잔 마셨네. 거 뭐라더냐, 합환주라던가, 그거 절반으로 끊어 마신 게 전부일세.”

 

그 노인, 딱 잘라서 그렇게 말하는데, 목소리가 젊은 사람 뺨치게 우렁우렁했다.

 

“아, 그러셨군요. 그러시면, 담배도 당연히 안 피우셨겠네요?”

 

“바로 봤어. 그 백해무익하다는 걸 내가 왜 피웠겠나?”

 

“네에…,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쭈어도 될까요?”

 

“뭐든, 물어보시게.”

 

“혹시…, 좀 외람되지만, 젊으셨을 때 할머니 말고 다른 여자는….”

 

“예끼, 이 사람아! 나는 평생을 우리 할망구 하나 보고 살았다네!”

 

“아, 어르신의 장수비결이 바로 그거였군요.”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아까부터 방안에서 누군가 끙끙 앓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었다. 그 방 쪽을 기웃거리던 기자가 덧붙여 물었다.

 

“지금 저 방에서 저렇게 앓고 계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말도 말게. 젊어서부터 술 담배에 계집질까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더니 말년에 저렇게 고생을 하는 거라네….”

 

“누구신지 여쭈어도 실례가 안 되겠습니까?”

 

그 노인, 주위를 좀 살피는 척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낮은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긴, 이 사람아! 내 아버질세….”

 

중년의 건장한 남자가 병원을 방문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제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겠습니까?”

 

그 남자, 의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의사, 조금 심드렁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술은 얼마나 마셨습니까?”

 

“천만에요. 저는, 평생 술을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세요? 그러면 주위에 친구도 별로 많지 않겠네요?”

 

“좀 그런 편…, 아니, 제게는 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요…. 그럼 담배도 피워본 적이 없겠네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하고 동네 만화가게에서 장난삼아 딱 한 대 피워본 게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폐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는데 그런 걸 왜 피우겠습니까?”

 

그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던 의사, 갑자기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혹시 이거는…?”

 

“참 내…, 그런 거 봤다가 양기 다 빠지면 몸만 축나게요?”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사실 겁니까?”

 

“당연하지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지나 알려주십시오.”

 

그 의사, 알겠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느긋하게 기대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 식으로 살 거면서 뭣 때문에 오래 살려고 하시는 겁니까?”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다. 이 따위(?) 이야기를 처음 꾸며낸 이가 누구일지, 그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낄낄거릴 사람들은 또 어떤 이들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들에게 술병에 적힌 경고문을 들이대면, 내가 아는 어느 교회 장로님은 평생 술을 입에 대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간암에 걸려서 환갑도 되기 전에 저 세상으로 가더라고, 되받는 말이 청산유수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도 (물론 께름칙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애써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니, ‘백경고(百警告) 불여일득병(不如一得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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