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척 행세, 식권 등 나눠주며 봉투 슬쩍 / 혼잡한 분위기·기념촬영 시간대 범행 집중
전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모 씨(56)는 지난 14일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에게 식장에서의 축의금 관리 문제를 상의했다. 최근 주변에서 축의금 절도 사례를 자주 들어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 씨의 친구는 경호업체에서 일하는 자신의 조카를 소개시켜줬다. 본격적인 결혼 시즌을 맞아 ‘초대하지 않은 하객’인 축의금 전문 털이범들도 활개를 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절도 수법도 진화
경찰에 따르면 축의금 전문 절도범들은 하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대나 기념촬영 시간대를 노려 범행을 저지른다. 혼잡한 결혼식장의 분위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범행수법도 진화한다. 축의금 접수대 앞에서 혼주의 가족이나 친·인척처럼 행세하며 접수자가 자리를 뜨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기념촬영 시간에 맞춰 혼주와 먼 친척이라고 밝히면서 “아버지가 부르더라. 대신 지킬테니 사진 찍으러 가라”고 속이는 식이다. 심지어 CCTV 각도를 파악, 공범을 앞에 세워두고 뒤에서 축의금이 든 가방을 바꿔치기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혼주 가족행세를 하며 접수대에 놓인 식권이나 주차권을 하객들에게 나눠주며 축의금 봉투를 받아 채가는 수법 등이 있다.
△ 축의금 털이범 활개
지난 5일 서울시내 결혼식장을 돌며 축의금을 훔친 일당이 서초경찰서에 붙잡혔다. 이들은 식권을 여러 장 받아 챙긴 뒤 혼주의 가족인 것처럼 행세, 하객들에게 식권을 주면서 축의금 봉투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시내 예식장 10곳을 돌며 모두 25차례에 걸쳐 2100만원 상당의 축의금을 가로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에서도 지난 해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가로챈 2명이 붙잡혔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해 결혼식장에서 기념촬영 시간에 혼란한 틈을 타 축의금 1700여만원을 훔친 A씨(54)를 구속했다. 또 범행을 도운 B씨(56)도 구속했다. 수차례 동종 전과가 있는 이들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방심은 금물
경찰은 축의금 절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접수대에 평소 친척들과 왕래가 잦은 가족이나 친지를 세워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식권을 나눠주는 사람을 별도로 지정해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짧은 시간이라도 접수대에 축의금 가방만 놔두고 자리를 비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축의금이 든 차량을 지하주차장에 세워두고 방치하면 안된다.
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강병만 팀장은 “결혼식이 끝난 뒤 축의금 가방을 노리는 사람도 있다”며 “식이 끝나고 이동할 때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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