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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전주 주부평생학교 지키는 박영수 교장 "배우려는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늦깎이 주부·청소년 대상 / 직접 교재 만들어 교육도 / 정부·지자체 관심 필요해

▲ 지난달 29일 전주 금암동 주부평생학교에서 박영수 학교장이 늦깎이 학생들에게 우리말 교육을 하고 있다. 추성수 기자

“배움에 뜻을 잃지 않은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받지 않는 배움의 길이 열릴 때까지 교단을 지킬 것입니다.”

 

전주시 금암1동에 위치한 ‘전주 주부평생학교’소망반. 나이 지긋한 30여명의 할머니들이 손주들이 부를 법한 정겨운 동요 한 자락을 목청껏 부르고 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이른 더위를 씻어내는 낭랑한 소리가 교실 문 밖을 타고 흐르는 동안 교단에 선 박영수 전주 주부평생학교 교장(55)은 음미하듯 학생들을 둘러봤다.

 

박 교장은 올해로 30년째 이 학교 교단을 지키고 있다.

 

그는 정규교육의 기회를 놓친 주부와 청소년들을 위해 교재까지 직접 만들어 밤 늦도록 교단에 서고 있다.

 

주부평생학교는 초·중·고교 과정 검정고시반, 영어·한문, 컴퓨터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수강생(140여명)의 95% 가량이 60대 이상 주부로, 이 중 대다수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학교 설립 초기부터 최근까지 360여명이 대학에 들어갔다.

 

“가정 형편과 사회적 통념 때문에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한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주부평생학교의 창립 멤버다.

 

지난 1986년 대학 졸업과 함께 당시 전주 중앙동에 문을 연 ‘전주 향토학교’에 교사로 들어갔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주경야독’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교단에 선 것이,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학생들의 면모도 점점 60대 이상 주부 등 성인으로 바뀌면서 20여년 전부터 주간반을 운영하고 있다.

 

박 교장은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돼 배움에 한이 맺힌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손주 이름이나 휴대전화 문자를 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수록 후원자가 줄고,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남는다.

 

“학교 운영상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통해 학생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배움의 길에만 정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이자 소원입니다.”

 

한편 박영수 교장은 오는 20일 한국전통문화전당(전주 경원동)에서 열리는 ‘2015년 전주시민의 장 시상식’에서 교육 부문 전주시민의 장을 수상한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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