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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탄생 100주년, 문학적 자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⑦ 미당을 기리는 사람들

전국 연대·각 지역서 단체 만들어 활발한 활동 / "스승 그리워하며" 제자들, 평론집·시전집 발간 / 한국문인협회·미당문학회 등 다양한 행사 개최

“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 제일로 쓸쓸한 신발을 신고…또 다시 저 혼자서 떠나서 가네” - ‘이 가을에 오신 손님’ 〈노래〉-

 

9월은 미당 서정주의 절창이 생각나는 달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남겼어도 미당은 세상을 떠난 뒤 돌팔매질을 당했다. 친일과 독재옹호의 과오 때문이다.

 

미당과 함께 돌팔매질을 돌파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미당의 과오를 덮고 미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해도 기념 사업회를 만들어 문학적 성과를 다양한 형태로 재조명한다. 학술세미나와 문학제를 열고, 추모시도 바치고, 시 낭송회, 백일장 등 각종 행사를 연다. 개인적으로 미당의 묘제(무덤 앞에서 지내는 제사)에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미당과 관련해서 여러 말이 있지만 문학은 문학으로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누가 기리고 있나= 미당을 기리는 이들은 전국단위의 단체를 만들어 미당 관련 행사를 열기도 하고, 각자가 사는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기리기도 한다. 주로 미당과 사제, 친구 관계로 직접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지만 개인적인 인연조차 없는 사람도 상당수다. 심지어 미당의 정치적 행보를 보고 반감을 가졌다가, 그의 작품을 보고 추모에 동참한 사람도 있다. 구성원들이 다양하다.

 

△ 미당의 제자들= 미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당이 동국대학교에 재직할 때 제자였던 윤재웅 동국대학교 교수와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다.

윤재웅 교수가 미당의 제자가 된 건 우연의 일치였다. 윤 교수가 동국대에 입학했을 1981년 당시 미당은 이미 은퇴하고 없었다. 그런데 그는 2학년이 되던 1982년 소설론 수업에서 미당의 강의를 듣는 행운을 누렸다. 담당교수가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대타’로 수업을 맡은 이가 다름 아닌 미당이었다. 윤 교수는 이런 인연을 계기로 미당 연구자가 되었다. 미당 사후엔 미당 홍보대사라 불릴 정도로 미당을 기리는 활동에 열심이다. 그는 지난 2010년 다른 학자들과 함께 논문을 엮어서 낸 연구서인 〈서정주-미당 영원한 소년의 만족 없는 탐구시〉에서 “질마재마을의 미당시문학관 개관에 투신했고,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미당문학제를 만들었으며, 남현동 자택 복원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연구실에 앉아 논문 쓰는 일 못지않게 외부 일을 많이 했다” 고 밝혔다.

 

현재 미당기념사업회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윤 교수는 이남호(고려대)·최현식(인하대) 교수와 이경철 문학평론가, 전옥란 작가 4명과 함께 지난 6월 22일 미당 시 950편이 담긴 〈미당 서정주 전집-시〉 5권을 발행했다. 내년도 자서전, 산문, 시론, 방랑기, 소설 등을 엮은 전집 15권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

 

군산 출신의 문효치 이사장은 문학청년시절부터 미당의 시를 좋아했다. 동국대에 간 이유도 미당에게 직접 문학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문 이사장은 미당이 우리말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당 시의 깊이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당관련 사업에 두루두루 참여하고 있다. 미당기념사업회 회원이고, 미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한국문인협회의 이사장이다.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에서는 절기마다 발행하는 월간지(계간문학)에 ‘다시, 서정주를 노래하다’, ‘이메일 대담’ 등을 담은 특집호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동국대학교 출신 문학인으로 구성된 동국문학인회와 공동주관으로 미당 시 낭송회, 학술세미나 등 추모행사를 열 예정이다. 또 그가 발간하는 문학지 ‘미네르바’에도 미당 기념행사 기사와 추모시를 실어 개인적으로 미당을 기리고 있다. 문효치 이사장은 “미당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위대한 시인이다” 며 “그 분을 기리는 일이야 말로 한국 현대시사를 정립하는 일이기 때문에 추모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서정시인 서지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지월 시인은 미당을 기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서 시인은 지난해부터 치러진 미당 묘제에서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를 맡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활동한다. 미당의 아들인 승해씨와 윤씨가 미국에 있어서다.

▲ 미당 서정주 시인의 묘제(무덤 앞에서 지내는 제사) 사진제공=서지월 시인

미당 생전에도 미당과 가까이 지냈다. 1년에 한 두 차례씩 10여 년간 미당의 서울집 봉산산방(蓬蒜山房)에 갔다. 사후에는 미당기념사업회와 미당문학회 등 미당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지난 2009년부터 미당기념사업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지난 2월 도내에서 만들어진 미당문학회에선 창간호 편집위원이다. 미당문학회 창립행사에서는 미당 서정주를 기리는 시 ‘오천년을 살아오신 분’을 지어 낭송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내가 누구보다 미당을 인간적으로 잘 안다”고 했다. 이어 “미당 서정주 선생님이 고창출신이지만 본향은 대구 달성이다” 며 “같은 달성 서 씨로서 오래전부터 가깝고 허물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전북 미당문학회의 주축들= 미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도내에서는 김동수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송하선 우석대 명예교수 등 원로급 문인이 중심이 된 미당문학회가 만들어졌다. 미당문학회의 주축인 김동수 교수와 송하선 교수는 전주에서부터 고창의 미당시문학관까지 부지런히 오가며 미당기념사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11월까지 미당시문학관에서 미당문학 학술심포지엄개최, 미당 시 서예전, 미당 시비 건립 등 다양한 행사를 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당문학회 차원에서 종합문예지 〈미당문학〉과 〈미당시선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미당문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수 교수는 자신이 미당추모사업을 열성적으로 할 거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항일문학을 전공했던 문학도로서 미당의 친일행적과 독재옹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당의 작품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미당이 한국인의 전통과 언어, 한국인의 심성을 신들리게 표현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누구보다 미당을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송하선 우석대학교 명예교수는 현재 미당문학회 고문이면서 미당시문학관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송 교수는 1년에 꼭 네 번씩 고창에 간다. 10월부터 11월까지 미당시문학관에서 열리는 미당문학제에 참석하고, 미당 기일인 12월 24일에는 묘소 제사에 가기 때문이다. 그는 “미당이 구사한 시적 언어를 보고 있노라면 허기를 채우는 기분이 든다” 고 했다. 이어 “이남호 교수가 인류역사상 모차르트 음악과 미당의 시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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