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음악밴드 병행 / 재능기부 봉사 결심 / 시간선택제 합격 결실
“대기업 입사 후 승승장구해 40대 후반에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위암 통보를 받고 수술을 했고, 이후 건강관리와 제 삶을 찾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죠. 하지만 제게 닥친 시련이 삶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50세의 나이에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늦깎이’ 공무원 김현수 씨.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전주 출신인 김 씨는 지난 1990년 KT에 입사 후 뛰어난 역량을 펼쳐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동기들보다 승진도 빨랐고 40대 후반에 상무보로 임원(상무)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야말로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2009년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에서 받은 위암통보였다.
“주어진 일에 전력투구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갑작스레 암이 찾아오니 삶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수술 후 제 인생을 되돌아봤습니다.”
김 씨는 일에 매진하느라 자신의 삶에서 놓쳐왔던 부분들을 생각했다. 건강관리와 음악 두 가지였다. 결국 지난 2013년 희망퇴직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내 삶을 찾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그만두자마자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전북대 출신인 김 씨는 대학 재학시절 ‘육자배기’라는 밴드동아리 활동을 함께했던 친구들을 불러 모은 뒤 ‘자오기밴드’라는 동아리를 다시 결성했다. 즐겁게 음악활동을 하던 중 KT 재직당시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회사 다닐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홀로노인, 고아 등 사회적으로 힘든 처지에 있던 사람들이 떠올랐고 그 분들을 위해 공익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생각했습니다.”
김 씨는 음악봉사와 공익을 위한 활동을 같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 자리를 찾았다.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시간을 나눠 7시간 공부하고 나머지는 체력관리를 주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보다 공부 시간이 적어서 불안했지만, 효율을 찾기 위해 밤마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복기했다.
“손에서 책을 놓은지 오래였지만 새로운 지식을 접하다보니까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가 가장 두려웠습니다.”
그는 나이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1년 6개월여 간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지방직 행정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김 씨는 올 10월 임용된 후 전주시 서신동주민센터의 환경청소담당을 맡았다.
공무원이 된 후의 각오에 대해 그는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해 깨끗한 서신동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해왔던 음악밴드 일도 계속할 생각이다. 봉사의 일환으로서다.
그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음악연습을 해 경로당과 고아원 등 사회취약계층을 찾아가 공연활동을 하고, 친구들끼리 회비를 모아 기부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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