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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떠난 사람들, 그 恨과 문학

임형모 〈조선사람, 소비에트 고려인, 고려사람 그리고 고향〉

살아남기 위해 정든 고향을 등지고 러시아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쫓기듯 떠나야 했던 고려인의 삶과 글쓰기 풍토를 조명한 연구서가 발간됐다.

 

임형모 씨가 펴낸 <조선사람, 소비에트 고려인, 고려사람 그리고 ‘고향’ - 아마추어리즘에서 문예미학적 글쓰기까지> 는 고려인들의 역사적 애환과 문학적 정취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굴곡진 근현대사의 한복판에서 양반의 수탈과 일제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1860년대 러시아 연해주에 정착해 새 삶을 꾸렸던 고려인들. 그러나 그 희망마저 오래 가지 못했고, 1930년대 스탈린의 집단이주 정책이 시작되며 중앙아시아 등지로 떠밀려나야 했다.

 

저자는 한 곳에 뿌리내릴 수 없었던 고려인들에게 고향이란 어떤 의미인지 탐구하고 있다. 고려인 신문인 ‘선봉’, ‘레닌기치’, ‘고려일보’ 등 문헌에 담긴 고려인의 정체성을 읽어내는 한편 고려인 문학에 덧씌워진 공산주의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덜어낸다.

 

“고려인 문학은 고향 상실의 아픔과 정착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로서의 고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연속이다”고 정의한 저자는 고려인의 가치관과 시대상황을 당시 고려인들이 창작한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포착하고 있다. ‘고향’에 대한 특수한 인식이나 태도,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 등 고려인 문학이 갖는 성질을 총 7부에 걸쳐 서술했다.

 

낯선 러시아 땅으로 이주한 한인들이 두 개의 조국을 가슴에 품게 되지만 결국 소비에트의 당당한 일원으로 나서기 위해 이질적인 사회와의 ‘동화’(同化)를 무엇보다 강조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임형모 씨는 서문을 통해 “근대 유이민(遺移民,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의 소외된 삶에 주목해 연구자의 길을 걷고 한 권의 책을 내게 됐다”고 창작동기를 밝혔다.

 

그는 현재 군산대에서 문예 강좌를 맡고 있으며 ‘한국 근대소설에 나타나는 가출 모티프 연구’와 ‘전형기 한국소설의 환멸의식 연구’ 등의 논문을 저술했다.

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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