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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부설주차장의 '꼼수' (상) 실태] "이용 어려워도 허가만 받으면 그만"

건물 주차공간 없으면 걸어서 600m 내 조성 '합법' / 일부 건축주, 고객 사용 불편한 곳에 마련 등 '편법'

“이 건물 주차장이 어딘가요?”, “강 건너에 있어요.”, “예? …”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롯데백화점 인근 상가 5층 건물에는 학원과 음식점,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에는 딸린 주차장이 없지만 지난 2004년 건축허가가 이뤄졌다. 현행법 상 상가 건물을 지을 때 주차장을 확보할 공간이 없을 경우 인근에 ‘부설 주차장’을 확보하면 건축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물에 딸린 주차장은 없지만 이 건물 역시 부설 주차장이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의 부설 부차장(주차대수 8면)은 롯데백화점 옆 전주천을 건너 관할 구가 다른 덕진구 덕진동 주택가에 있다. 부설 주차장을 오가려면 하천을 건너 직선거리로 300m, 도보로는 700여m를 걸어가야 하지만 주택법 상 하자가 없다. 부설 주차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의 주차장임을 알리는 표지도 없었고,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 중 하천 건너편 부설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러한 부설 주차장의 실태와 개선책을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주차장법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차조례에 따른 ‘인근 부설 주차장’ 조항이 일상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물마다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비효율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부설 주차장이 허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또다른 건축 특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건물에 딸린 주차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대신 부설 주차장을 확보해 건축허가를 받으면 주차공간 만큼의 면적에도 건물을 지을 수 있어 결국 전체 건물의 연면적을 넓힐 수 있고 건물의 재산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법이 편법을 부추기고 되레 도심 주차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17일 국토교통부와 전주시 등에 따르면 ‘주차장법’에 따라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건축면적 150㎡당 차량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면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부설 주차장 설치 조항에 따라 건물의 반경 300m 이내에 주차장을 확보하거나, 도보로 600m 이내의 거리에 부설 주차장을 설치해야 건축 허가가 이뤄진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이같은 주차장법에 근거에 주차장 설치조례를 두고 있고 전주시도 이 법에 따라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앞서 예로 든 서신동 건물의 사례처럼 부설 주차장이 있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A자동차 판매대리점 건물의 경우도 전체면적이 570㎡로 차량 4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건물에 딸린 주차면은 1면, 나머지 주차면 3면은 240여m 떨어진 부설 주차장에 있다.

 

그러나 부설 주차장을 확인한 결과 폐타이어나 공사장 제한 입간판으로 입구를 막아놓고 있었다. 주차장 바닥은 차량들이 언제 주차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묵은 때가 끼어 있었다.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건축 허가용 부설 주차장인 셈이다.

 

대신 이 자동차 판매대리점 앞 인도는 시승용과 고객의 차량으로 엉켜 통행을 방해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유명무실한 부설 주차장은 전주 서부신시가지와 한옥마을 등 전주시내 곳곳의 건축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상 건축 허가용 부설 주차장으로 일부 건축주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에 부설 주차장을 마련한 뒤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 건축업계의 설명이다.

 

시민 한모 씨(45)는 “최근 전주시내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는데 주차장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것 같다”며 “건물에 딸린 주차장이 없어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왜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건축물 부설주차장의 '꼼수' (하) 대책] 비현실적 법 조항·탁상 허가 바꿔야
백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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