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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백인의 자화상' 허소라·김순영 인문학콘서트 "인생관 녹여내고 애정 쏟아야 좋은 글 나와"

첫사랑 고백·감사하는 마음 등 얘기 보따리 풀어내

▲ 지난 2일 전북문학관에서 ‘2016 전주백인의 자화상’ 열두번째 무대에 오른 김순영 수필가(왼쪽)와 허소라 시인이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석정 시인을 은사로 모시고 석정의 발자국만 따라갔습니다. 석정을 목가시인이라 말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현실 참여를 중시한 시인입니다. 석정의 시세계를 내려 받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석정 선생님은 먼저 인간이 되고 인격을 갖춘 후에 문학인이 되어야 한다고 늘상 강조했습니다.”(허소라 시인)

 

“늙어서 죄송하고 안예뻐서 죄송하며 목소리까지 나빠서 죄송합니다. 수필 불모지였던 전북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준 전북일보에 감사합니다. 특히 당시 문화부장이었던 김남곤 전 사장님의 적극 후원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가능했습니다. 또 김은정 실장에게도 감사드립니다.”(김순영 수필가)

 

지난 2일 ‘정결한 삶, 영혼의 언어로 살아온 일생’ 주제로 열린 ‘2016 전주백인의 자화상’ 열두번째 무대에 초대된 허소라 시인(80)과 김순영 수필가(79)는 팔순의 원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끔 한 스승과 은인에 대한 감사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허 시인은 젊은 시절 첫사랑의 고백도 풀어놓았다. 1965년에 발표한 첫 산문집 <흐느끼는 목마> 는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편지로만 주고받은 첫 연인에 대한 추억과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책이다. 당시 여고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너무 많이 팔려서 고생했단다.

 

첫 시집 <목종> 에 관한 얘기 보따리도 풀어 놓았다. 1964년 미군부대 경비병에게 살해당한 소년의 억울한 죽음을 다룬 시였는데 석정에게 칭찬을 받은 사실을 소개했다. ‘미안하다’란 시구를 ‘억울하다’로 바꾸며 소년의 죽음에 대한 참담함과 분노를 함께 나눴단다.

 

김 수필가는 안예뻐서 죄송하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동안 남자 문인들과의 관계가 좋았다는데 이는 자신이 안예뻐서 그 어떤 부인도 경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매력적이다’ ‘너무도 예쁘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56년간 작가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에서 도와준 탓이라며 나이 먹으니 그 분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며 역대 문인협회장과 여성 문인 등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두 원로는 문인의 자세도 강조했다. “한 편의 시 속에는 인생관과 세계관, 예술관까지 통일성 있게 함축된다”는 허 시인은 “글쓰기 공부만 해서는 안되고 인생관과 일원화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필은 재주로 쓰는 글이 아니라 애정으로 쓰는 글”이라는 김 수필가는 허 시인의 사례를 들며 “산문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고 나서 좋은 시 쓰세요”라며 재치 넘치는 말도 남겼다.

 

소재호 석정문학관장은 “두 분은 전북문학 1세대의 문학적 성과를 후배에게 인계한 1.5세대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심원한 영혼의 울림으로 한국적 정서와 전라도의 정서를 노래했다”고 말했다.

 

전주를 연고로 활약한 원로·작고 문화예술인의 숭고한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기록하는 ‘2016 전주백인의 자화상’은 전주시 주최, 전주문화재단 주관으로 2일 오후 3시30분에 전북문학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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